'과도기 겨냥' EREV, 소비자 선택 관건은 결국 '차값'

엄수빈 기자 2026. 3. 14.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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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 속 완성차업계, HEV와 PHEV·EREV 병행 전략 확대
충전 불안 덜지만 일반 하이브리드보단 비쌀 전망


전기차 캐즘이 길어지자 완성차업계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차세대 대안으로 꺼내 들고 있다. 충전 인프라가 완전히 자리잡지 않은 가운데 순수 전기차의 충전 부담은 줄이면서도 하이브리드보다 전동화 체감이 큰 만큼, 캐즘 구간을 넘길 현실적 카드라는 판단이다. 다만 판매량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는 기술 그 자체보다 가격 경쟁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완성차 업체들은 EREV를 비롯한 하이브리드 전략 수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순수 전기차(BEV) 중심에서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중장기 전략을 조정한 데 이어 EREV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EREV는 엔진이 바퀴를 직접 굴리는 방식이 아니라 엔진으로 발전기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하고 전기모터로 주행하는 구조다. 일반 하이브리드보다 전기차에 더 가까워 조용하고 편안한 주행 특성을 선보이면서도 순수 전기차와 비교하면 충전 스트레스와 주행거리 불안이 덜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국산 하이브리드가 한 번 주유로 800~850km 정도를 달린다면 EREV는 900~1000km가량 주행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차량 중량과 원가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제네시스는 올해 말 G80 하이브리드 양산에 돌입하고 GV70에는 EREV 모델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타페 기반의 EREV도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대차는 기존 엔진을 최대한 활용하고 순수 전기차 대비 55% 작은 용량의 배터리를 채택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제네시스 GV70. /사진=현대차그룹

해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난다. 폭스바겐 그룹은 내년에 스카우트 하베스터의 EREV 픽업트럭과 SUV를 출시할 계획이다. 구매 예약자의 대부분이 순수 전기차 대신 EREV 모델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스텔란티스 역시 기존 출시 예정이던 전기 트럭 램(RAM) 1500 생산 계획을 철회하고 EREV 플랫폼의 '램 1500 램차저'를 출시하기로 했다. 자사 브랜드 지프(Jeep)의 그랜드 왜고니어도 EREV 모델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BMW, 닛산 등도 EREV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는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 판매가 급격히 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하이브리드 비중은 최근 몇 년 새 뚜렷하게 상승했고 미국 시장에서도 올해 1월과 2월 하이브리드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유가 변동성이 커질수록 연료 효율과 유지비에 민감한 소비자 수요가 강해진다는 점에서 업계는 하이브리드에 이어 EREV까지 전동화 과도기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EREV의 성패를 가를 핵심은 기술보다 가격이라는 분석이다. 전기차보다는 저렴할 수 있어도 이미 시장에서 강한 수요를 확보한 하이브리드보다 비싸다면 소비자를 설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는 EREV가 하이브리드 차량보다 150~200만원가량 비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REV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리터당 30km 이상의 연비 수준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EREV는 전기차보다 싸고, 하이브리드보다 분명한 편익이 있어야 소비자 선택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수빈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