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싸구려 취급 받던 아반떼XD 풀스토리

새 천년을 맞아 등장한 3세대 모델은 'XD'라는 프로젝트 명을 서브네임으로 붙였습니다. 당시 소나타, 그랜저와 같은 맥락이었죠. 지금 기준으로도 짧은 2년이라는 개발 기간에 완성됐는데, 빠르게 만들어낸 물건 치고는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1998년 취임한 정몽구 회장이 임원들을 휘어잡으면서 내세웠던 품질 경영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있죠.

차종 간 플랫폼 공유가 자동차 제조의 대세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이 XD의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모델을 만들기도 했어요. '2세대 스포티지'도 XD 플랫폼을 이용한 차죠.

아무튼 아반떼 XD는 전작에 비해 더욱 커지고 보수적인 디자인을 채택했습니다. 다소 파격적이고 날렵한 모양새였던 이전과는 다르게 예전 중형차 못지않은 큰 차체와 차분한 인상으로 젊은 감각보다는 중후함이 느껴졌죠. 덕분에 젊은 소비자들보다는 중장년층이나 합리적인 가격의 패밀리카를 찾던 가장들이 XD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실내 역시 아반떼 XD의 보수적인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죠. 이전에 엘란트라로 회귀한 듯한 운전자 중심의 구조였는데요. 이미 익숙한 배치로 각종 기능을 조작하기엔 아쉬움이 없었지만, 확실히 예쁜 것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손에 닿는 소재를 고급화했고, 새로운 편의장치를 적용하면서 신차 느낌은 충분했죠.

특히 1열 열선 시트와 전동 접이식 사이드미러, 풀 오토 에어컨과 내비게이션 등 소나타에서나 구경했던 고급 편의장비를 구비한 것은 물론, 사이드 에어백까지 갖추면서 안전에도 크게 신경 썼죠. 물론 가격도 많이 올랐고요.

실내 공간과 수납 공간 역시 충분했고, 특히 휠 베이스가 크게 늘어나면서 뒷좌석이 아주 쾌적해졌습니다. 별도의 커버를 갖춘 암레스트까지 마련해 여러모로 차급을 뛰어넘는 구성이었죠. 여전히 부드러운 승차감과 주행 질감도 장점이었습니다.

파워트레인은 1.5L와 1.5L 린번, 2.0L 가솔린까지 3가지를 준비했고, 5단 수동, 4단 자동으로 구성했습니다. 다만 커진 차체와 덩달아 늘어난 공차 중량에도 주력 엔진인 1.5L 모델은 이전의 알파 엔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힘이 부족하고 연비가 나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근데 이때는 모든 차가 대부분 이래서 언덕 올라갈 때 에어컨을 끄는 게 국룰이었던 시기였어요. 상위 모델인 2.0은 그나마 평가가 좋았지만, 가격과 배기량 격차가 너무 커서 판매량은 저조했죠.

얼마 뒤에는 유럽 시장을 노린 패스트백 모델 아'반떼 5Door'가 출시됐습니다. 블랙베젤 헤드램프와 검게 두른 몰딩, 전용 휠로 기본형 세단에 비해 스포티한 멋을 살렸고요. 무엇보다 쿠페 라인으로 날렵하게 떨어지는 뒷모습이 가장 큰 특징이었습니다. 실내는 동일했지만, 후면 유리까지 넓게 열리는 해치 어와 평평하게 접히는 뒷좌석으로 실용성도 세단에 비하면 좋았죠. 보수적인 XD의 디자인에 거부감을 느꼈던 젊은 소비자들, 또 여성 고객들이 찾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엔진 구성은 세단과 동일했는데, 역시나 주력인 1.5L 엔진은 오히려 세단보다 무거워진 후미로 코너링에서의 움직임도 둔했죠. 그래도 투스카니에도 쓰인 2.0L 베타 엔진 모델은 꽤 충분한 가속 성능을 제공했는데, 특히 수동 모델은 자동차 마니아들이 입문 코스로 여길 만큼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2003년에는 한 차례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세련미를 더한 '뉴 아반떼XD'가 출시되었습니다. 램프와 범퍼, 휠 디자인을 손 봐서 이전의 둔한 느낌을 없애고 한결 날렵한 인상으로 거듭났죠. 원래 눈만 바뀌어도 인상이 확 바뀌잖아요?

실내는 기존의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가죽 시트의 품질과 세이프티 파워 윈도우, 오토 라이트 등 편의 사양을 개선해 상품성을 높였습니다. 대학생 공모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여성 전용 트림인 '님프'를 따로 선보이기도 했죠. 개량된 엔진을 투입해 출력과 연비를 개선해서 1.6L 가솔린과 1.5L 디젤 모델을 추가해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특히 2005년부터 세제 개편으로 소형차의 기준이 기존 1,500CC 이하에서 지금의 1,600CC로 격상됨에 따라 1.6L 모델의 판매량이 많아졌죠.

아반떼XD가 등장했던 2000년대 초는 IMF의 여파가 남아있었고 신차임에도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당시에는 모든 자동차들이 이렇게 죽을 쒔죠.

이후 경기가 차츰 회복되어갔고 경쟁차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본격적인 3세대 준중형차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던 시기였습니다. 닛산의 블루버드를 들여와 내놓은 르노삼성의 'SM3'부터 GM 대우 '라세티' XD의 플랫폼을 활용한 기아의 '세라토'가 순차적으로 참전했고, 이 대결 구도가 꽤 오랜 기간 지속됐죠.

해외 시장에서는 본격적으로 토요타 '코롤라', 혼다 '시빅' 등과 경쟁하면서 무난한 판매량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마케팅 요소로 사용하던 저렴한 가격이 오히려 싸구려 이미지로 굳어지면서 판매량이 많지는 않았어요.

대신 중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 특유의 내구성과 가성비로 주요 도시에서 택시로 쓰이는가 하면 자가용 수요도 꾸준해서 부분 변경을 거듭해 최근까지 신차로 판매되면서 현지 생산의 뽕을 제대로 뽑았죠.

XD는 더 크고 편안하고 고급스러워진 아반떼였지만, 동시에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가장 무난한 차로 인식이 되면서 준중형 차의 표준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됩니다. 차를 잘 모르는 친구와 준중형 차를 논할 때 아반떼급이야 이러면 다들 단번에 이해하곤 했죠. 최근까지도 도로 위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만, 서서히 수명을 다해가고 있고, 많은 차량이 부식 문제에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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