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데는 역시 새 얼굴로 무장한 신제품만 한 게 없죠. 컴팩트 SUV로 여겨지던 현대 투싼, 기아 스포티지보다 더 작은 크기의 SUV가 등장한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차명은 영화 [트랜스포머]에 등장했던 '스파크 쌍둥이' 중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컨셉트카 '트랙스'에서 따왔고, 강한 선과 두툼한 면을 앞세워 차급에 상관없이 견고해 보이는 당시 쉐보레 패밀리룩을 적용해 그저 키 큰 해치백으로 유약한 이미지가 있었던 경쟁차들에 비해 가장 SUV다운, 크기는 작아도 탑승객 만큼 확실히 지켜 낼 것만 같은 든든함을 주는 생김새였죠.

최대한 발랄하게 꾸며 눈길을 끄는 여느 소형차들처럼 예쁘다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았지만, 오히려 남녀노소 누가 타더라도 어울릴 만한 담백한 디자인으로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았고, 넉넉하게 두른 플라스틱 가니쉬와 스키드 플레이트는 시각적으로 지상고를 높이는 효과를 만들어내 어떤 길도 거뜬히 달려줄 것 같은 상위 모델에 밀리지 않는 터프함도 품었습니다. 심플하지만 튼튼해 보이는 디자인의 휠도 외관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죠.

실내 역시 '라세티 프리미어 크루즈'로부터 이어지는 듀얼 콕핏 패밀리룩으로 안정감이 돋보였고, 은은한 푸른색 조명을 사용해 도시적인 분위기를 뽐냈습니다. 터빈 형태의 에어벤트, 공조장치, 기어 레버 등 전체적인 구성은 앞서 출시된 '아베오'와 거의 같았지만, SUV 설계가 적용되면서 전체적으로 대시보드가 높아진 것이 특징입니다.

시트 포지션이 높아지면서 시원해진 전방 시야로 SUV에 탔다는 느낌도 확실히 전달했어요. 뒷좌석도 레그룸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천장이 높아 답답함이 덜했고, 센터 암레스트, 220V 인버터 등 차급 이상의 편의장비를 마련한 것도 눈에 띄는 세일즈 포인트였습니다.

후방 카메라와 스마트폰 전용 앱을 이용해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수 있는 7인치 마이링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도입해 꽉 찬 인테리어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좋은 부분이었죠. 무엇보다 음악 감상에 중점을 두는 주소비자층의 성향을 고려한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도 돋보이는 옵션이었어요. 다만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 같은 폰 커넥티비티 시스템이 자리잡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반쪽짜리 옵션에 불과했고, '브링고'라는 전용 내비게이션 앱 역시 성능이 대우 시절 순정 내비 못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값비싼 후방 카메라였습니다. 그나마 애프터마켓 장인들의 손을 빌리기 수월했다는 게 장점이었지만요.

또 열선 스티어링 휠이나 스마트키 시스템 의 부재, 소형차에 충실한 내장 품질과 좀 더 신경 쓰긴 했지만 여전히 고급감이 떨어지는 오토바이 계기판을 그대로 쓰는 등 아베오의 단점까지 고스란히 옮긴 것도 아쉬운 지점이었습니다. 차급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만, 가격표를 보면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들이었죠.

해치백 아베오의 실용성을 그대로 이어받은 덕분에 빈곳은 가만히 두지 않고 수납공간을 조성해 실용성을 높인 것과 아베오와 마찬가지로 누가 봐도 송풍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지갑을 꽂아놓기 좋은 홈이 있는 것까지 동일했습니다. 중앙 콘솔박스가 없는 대신 컵 홀더를 무려 4개나 마련해놓은 것도 특이했어요.

높은 전고로 트렁크 공간은 생각보다 넉넉했고 뒷좌석 시트 역시 더블 폴딩을 지원해 방석을 들어내고 등받이를 접으면 완전히 평평한 적재 공간을 만들 수도 있었죠.

파워트레인은 독특하게도 4기통 1.4L 가솔린 터보 엔진 단일 사양으로 말리부에 탑재된 2세대 6단 자동 변속기를 맞물려 출시됐습니다. 성능보다는 효율에 집중한 세팅으로 디젤 엔진의 거칠고 두툼한 토크감은 없었지만, 가솔린의 정속성과 매끄러운 주행 질감, 준수한 연비를 선사했고 저렴한 세금 혜택까지 챙길 수 있는 여러모로 괜찮은 구성이었죠. 다만 4륜 구동, 또 디젤 모델을 갖추지 못한 것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습니다. 4륜 구동이야 100번 양보한다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당연히 디젤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체급은 작지만 엄연히 SUV라는 장르를 내세우던 트랙스는 불리할 수밖에 없었죠.

이런 상황에 '유러피언 크로스오버'를 내세운 르노삼성의 'QM3'가 참전했고 디젤 파워트레인과 수입차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가격표를 걸고 나오면서 물 건너온 차에게도 밀리는 굴욕적인 판매량을 기록했어요.

결국 2년 뒤인 2015년 유럽 사양에 탑재되는 1.6L 디젤 엔진을 새롭게 출시한 7인승 MPV 올란도와 공유하는 파워트레인인 만큼 경쟁 모델을 능가하는 강력한 파워를 제공했지만, 가뜩이나 비싼 가격에 값비싼 디젤 엔진까지 탑재하니 안 그래도 없던 가격 경쟁력이 더 떨어져 버렸습니다. 신형으로 거듭난 아반떼와 쌍용 티볼리 등 좋은 상품성과 가성비를 내세운 경쟁차에 밀리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서서히 멀어져갔죠.

그래도 소형차를 뻥튀기 시켜놓은 게 아닌 중형차를 압축해 만든 듯 옹골찬 생김새 만큼이나 차급 이상의 안전성과 탄탄한 주행 감각으로 무장한 것은 분명한 장점이었습니다. 많은 소비자들과 자동차 전문 매체들은 그동안의 아쉬움이 달리는 순간 사라진다며 주행 감각 면에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2016년에는 새로운 패밀리 룩에 발맞춰 내/외관 디자인을 수정하고 상품성을 크게 보강한 '더 뉴 트랙스'가 출시됐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확연하게 LED 주간 주행등(DRL)을 품은 헤드램프와 면적을 넓힌 라디에이터 그릴이 변화를 주도했고, 측면과 후면부는 상대적으로 변화가 크지 않았지만, 새로운 디자인의 알루미늄 휠과 리어램프에 LED를 추가하는 등 소소한 디테일을 수정해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했죠.

특히 리어램프는 직전 모델에서 벌브 타입밖에 없어 많은 오너들이 아쉬워했던 부분이었죠. LED로 꾸민 애프터마켓 제품을 장착한 트랙스를 볼 때마다 참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게 순정으로 나왔죠. 사골 제품이었던 르노삼성 '뉴 SM3'도 리어램프를 LED로 바꾸니까 그나마 신차처럼 보였다는 걸 떠올리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게 참 별 거예요.

전반적으로 더 뉴 트랙스는 전작의 견고하고 강인한 이미지는 남기면서도 무게감을 덜어내 보다 날렵하고 경쾌한 분위기였습니다. 담백하지만 동시에 투박한 생김새로 도심과 자연을 모두 아우르려고 했던 직전 모델과 달리 빌딩 숲과 잘 닦인 아스팔트 길이 더 어울리는 드디어 전작이 내세우던 'Urban Life Vehicle'이라는 슬로건에 걸맞는 생김새로 거듭났고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호의적이었죠.

변화는 실내에도 이어졌습니다. 외관과 마찬가지로 한눈에 봐도 분위기가 확 달라졌죠. 페이스리프트 모델임에도 대시보드 디자인을 크게 개선해 적어도 '실내 때문에 안 산다'라는 말은 더 이상 안 나오게 만들었어요. 특히 우레탄과 플라스틱으로 도배했던 대시보드를 이번에는 인조가죽으로 감싸 전작에서는 털끝 만큼도 느낄 수 없었던 고급감까지 묻어 났습니다. 크래쉬 패드와 대시보드 상단에 마련된 수납공간들은 사라졌지만, 그 덕에 깔끔한 분위기가 돋보였어요.

단순히 디자인만 좋아진 게 아니라 구성 역시 좋아졌습니다. 위치를 끌어올려 시인성이 좋아진 마이링크 인포테인먼트는 드디어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같은 최신 폰 커넥트 시스템을 동급 최초로 지원했고, 버튼 시동 스마트키, 무엇보다 전작에서의 지적을 수용해 오토바이 계기판을 걷어내고 아날로그 계기판을 넣은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었습니다. 넥스트 스파크의 것을 그대로 갖다 썼지만, 분명 이쪽이 더 낫죠.

파워트레인은 직전 모델과 동일한 1.4L 터보 가솔린 엔진과 1.6L 디젤 두 가지로 구성했고, 보령산 6단 자동 변속기는 개선된 3세대 자동 변속기로 업그레이드해 보다 안정적인 성능을 제공했어요. 2018년 출시된 후기형에는 강화된 'EURO6 배출가스 기준'에 대응해 '요소수 장치'를 추가한 디젤 엔진과 가솔린 모델에 수동 변속기 트림을 신설해 저렴한 가격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했고, 2021년에는 기존의 1.4L 터보 가솔린 엔진을 신형 SGE 직분사 터보 엔진으로 개선해 더 강력한 출력을 선사하면서도 3종 저공해 인증을 받아 각종 할인 혜택까지 받을 수 있게 했죠. 연료 뚜껑 없이 주유기를 바로 꽂아 넣을 수 있는 '캡리스' 방식도 이때 도입됐는데, 이 차에 아무도 관심이 없어서 몰랐죠.

이 밖에 쉐보레 형제들과 발을 맞춰 내외관을 멋스럽게 꾸민 스페셜 에디션을 꾸준히 추가하고, 트렌디한 스타들을 섭외해 마케팅 활동을 이어 왔지만 안타깝게도 저조한 성적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쉐보 레 모델 특유의 차급 이상의 안정감과 쫀쫀한 주행 감각은 여전히 경쟁력 있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직접 운전해 봐야 와닿는 것이었기에 시승까지 이어지기도 전에 더 나아가 시승도 하지 않고 차를 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선택지에 오르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탄탄한 기본기는 소형 SUV를 고려하는 대부분의 고객층이 딱히 최우선하는 가치가 아니기도 했고요.

다양한 첨단 편의장치와 가성비 화려한 디자인으로 무장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신형 경쟁차들과 비교하면 내세울 만한 부분이 딱히 없었습니다. 사각지대 경고와 차선이탈 경고, 전방 충돌 경고 등 주행 안전 사양이 추가된 것은 좋았지만, 그 사이 경쟁 모델들이 갖추고 나왔던 차선이탈 방지 보조, 자동 긴급제동 같은 보다 능동적인 안전 사양이 단종 직전까지 탑재되지 않은 것은 결국 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커다란 약점으로 작용했죠. 멀리 볼 필요도 없이 경차인 넥스트 스파크에도 있었던 열선 스티어링 휠이 2020년 하반기에 와서야 추가된 것만 봐도 판매 의지를 상실한 게 분명해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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