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허리띠 조르며 법인세 감세까지..지방 재정 '비상등'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김현수 기자 2022. 9. 26.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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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 정책으로 내년에 7700억 감소 예상돼 '이중고' 우려도
대기업 감세·대통령실 이전 예산 투입 등 '내로남불' 논란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지방 공공기관의 ‘허리띠 졸라매기’를 추진한다.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채무가 늘어난 지자체와 지방 공공기관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지방소득세수 감소가 불가피한 감세 정책까지 추진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들의 내년도 재정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6일 ‘2022 지방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코로나19 국면을 거치며 증가한 지방예산 대비 채무비율을 2026년 8%까지 줄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지방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10.4%였다. 행안부가 이날 밝힌 지방재정 운용방향 기조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 공공기관의 ‘부채 털어내기’다.

이를 위해 행안부는 지자체를 상대로 지출 재구조화에 나서 불필요한 예산과 특별회계, 기금을 과감히 정비하기로 했다. 지방 공공기관 통폐합, 비핵심자산 정리, 골프연습장·호텔 등의 민간 이양 방안도 추진한다. 일부 자산 매각 과정에선 민영화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정부의 ‘허리띠 졸라매기’ 기조에 이어 감세 정책으로 2중의 재정고를 겪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안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해 보면,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에 따라 내년도 지방소득세는 전년 대비 77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는 법인지방소득세 6100억원, 개인지방소득세 1600억원 줄어든다고 봤다. 지방소득세는 국세인 소득세·법인세의 10% 수준에서 걷힌다. 정부가 국세로 법인세 100억원을 거뒀다면, 지자체는 법인지방소득세 10억원을 납부받는다. 윤석열 정부가 내년도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2.5%→2.2%)하면서 법인세와 연동되는 법인지방소득세 감소분 또한 커졌다.

이로 인해 기업이 많아 법인지방소득세 비중이 큰 기초 지자체를 중심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감세 정책에다 주요 기업의 실적 악화가 겹친 탓이다. 이 때문에 내년도 지방소득세 감소액은 행안부 추계보다 큰 1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경북 구미에서 올해 법인지방소득세를 내는 기업은 LG이노텍, SK실트론 등 42곳이다. 상당수가 최고세율 인하에 따른 법인세 감세 혜택을 받는다. 구미시 관계자는 “대기업이 많아 법인세 감소는 시 재정에 부담이 가는 것은 사실”이라며 “코로나19로 시 재정이 여의치 않은데, 지방소득세까지 줄면 재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남 여수시의 경우 올해 거둬들인 법인지방소득세는 1500억원이다. 여수시도 내년 법인지방소득세가 960억원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행안부 측은 “법인세 감세가 기업활동에 활력을 줘 세수 증대를 이끌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방재정 상태를 과하게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행안부는 이날 ‘지방예산 대비 부채 비율’이 2019년 8.6%에서 2021년 10.4%로 악화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예산 대비 부채 비율보다 세입 결산액 대비 지방채무 잔액인 ‘관리채무비율’을 보는 게 맞다”고 했다.

예산 대비 부채비율은 전년도에 이미 편성한 그해 예산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관리채무비율은 연말 결산 기준이라, 추경이나 추가 세입 등이 포함된 수치다. 채무(부채) 비율 계산 시 결산액의 비중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부채비율도 줄어든다. 전국 지자체 관리채무비율은 2016년 9.33%에서 2020년 6.28%로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행안부가 지방재정 악화의 근거로 제시한 주요 통계에 ‘순세계잉여금’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많다. 순세계잉여금은 지자체가 집행하지 못하고 남은 돈이다. 순세계잉여금은 2020년 약 32조1000억원이 남았다. 이로 인해 부채는 더 크게 잡힌다는 것이다. 순세계잉여금은 코로나19 국면에서도 많이 남아 논란이 됐었다.

이 밖에 정부가 대통령실 이전, 영빈관 신축 추진 등에는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기초지자체를 압박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천 의원은 “대기업 감세, 대통령실 용산 이전·영빈관 예산 등에는 혈세를 쓰면서 지자체에 ‘허리띠 졸라매라’는 것은 내로남불의 재정운용”이라고 말했다.

김원진·강현석·김현수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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