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현대' 한강뷰 아닌, 저층도 국평 40.8억 신고가...재건축 호재가 이정도?
[땅집고]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에서 신고가 거래가 연이어 이뤄지고 있다. 이 지역은 토지거래허가제로 규제된 지역이지만, 집값 오름세 심리가 퍼지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 억제 효과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지난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8차’ 107㎡(이하 전용면적, 35평)이 지난 9일 40억8000만원(5층)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고점인 2023년 8월 38억9000만원 대비 1억9000만원 올라 이 주택형 실거래가가 처음으로 40억원을 넘겼다.
강남3구 등 서울 내 상급지의 폭발적 집값 상승세가 2021년 폭등기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한강을 조망할 수 없는 동의 저층 매물임에도 최고가를 기록했다. 재건축 기대감이 집값 상승에 반영됐고, 압구정 일대 인근 단지 대비 저렴한 시세 덕분에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1980년 입주해 지상 12층, 5개동 515가구 규모의 현대 8차는 한양 3,4,6차와 압구정 4구역으로 묶여 신속통합기획에 의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2021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뒤 현재 주민동의율을 충족한 정비계획안이 강남구청에서 심의 중이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안에 따르면 압구정4구역은 용적률 300%, 50층 내외, 1790가구 단지로 재건축한다.
김세웅 압구정케빈중개법인 대표는 땅집고와 통화에서 “최상급지인 데다 한강변 재건축 호재가 작용했고, 금리 인하 기대감도 선반영됐다”며 “3월부터 상승 흐름이 시작했는데, 최근 2~3주 전부터는 급상승하는 모양새다. 인근 2, 3구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4구역으로 수요가 옮겨갔다”며 분석했다.
2, 3구역 단지에서는 전 주택형에 걸쳐 신고가 거래가 속출했다. 2구역 ‘압구정 신현대’는 지난 5월 182㎡(75억원), 6월 183㎡(72억원) 등 7건이 신고가 거래됐다. 3구역 ‘현대 6,7차’ 144㎡는 7월 54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토지거래허가제의 집값 상승 억제 효과도 사실상 사라졌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 상가, 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거용 토지의 경우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신통기획을 추진 중인 압구정동은 2021년 4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처음 지정됐고, 올해 1년 연장됐다. 한때 규제가 장기화하면서 실거래가 줄어들고 거래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폭발적 상승세 앞에서 효과는 미미하다. 오히려 압구정동은 올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시점부터 집값 상승세가 거세졌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매매가격 상승 억제 측면에서 토지거래허가제는 이제 유명무실하다”며 “자금여력이 있는 매수자들이 주변 강남권 상급지에서 최상급지인 압구정이나 반포 등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퍼지며 실거주의무가 있음에도 신고가 릴레이가 이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이승우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