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내 생일에 미역국 대신 죽을 끓여주길래.." 식탁에서 들은 말에 울컥했다

생일을 맞아 아들 내외가 찾아왔으나 며느리는 정성스러운 미역국 대신 밋밋한 흰죽 한 그릇을 상에 올려놓았다.

일 년에 단 한 번뿐인 생일상에 죽을 올린 며느리의 행동에 내 심장은 서운함과 야속함으로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서운함을 참지 못하고 젓가락을 탕 소리 나게 내려놓는 나를 향해 며느리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며느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어머니께서 최근 속이 자주 거북하다고 하신 말씀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고 입을 열었다.

며느리는 며칠 전부터 사골을 우려 미역국을 준비했으나 소화가 힘든 어머니를 위해 흰죽을 따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소화제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하던 나의 작은 신음 소리를 기억하고 며느리는 늦은 밤까지 정성껏 죽을 쒔던 것이다.

아들은 정성껏 끓인 미역국을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었겠지만 며느리는 오직 나의 몸 상태만을 먼저 걱정했다.

화려한 차림상보다 시어머니의 쓰린 속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진짜 효도라고 생각했다는 말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내가 식탁 위에서 며느리의 겉모습만 보고 오해했던 순간들이 한꺼번에 밀려와 미안한 마음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며느리가 따뜻하게 내민 숟가락을 들고 정성스레 쑤어 온 죽을 한 입 삼키니 목구멍으로 따스함이 가득 퍼져나갔다.

겉으로 보이는 형식보다 나를 깊이 이해하고 배려해 준 며느리의 진심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따뜻한 죽 한 그릇은 그 어떤 화려한 미역국보다 내 마음과 몸을 깊숙이 위로해 주는 최고의 생일상이었다.

상에 올려진 밋밋한 죽 한 그릇은 사치스러운 잔칫상보다 더 깊은 사랑과 진심이 담긴 선물이었다.

나를 향한 며느리의 따뜻한 배려와 깊은 마음을 확인한 나는 눈시울을 붉히며 그릇을 깨끗이 비워냈다.

식탁 위에 놓였던 뽀얀 흰죽은 오랫동안 내 가슴속에 가장 따스하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