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변해야 산다… ‘혁신의 칼’ 빼든 여전사들 [장다르크 이야기完]
언제나 활력이 넘치는 경기지역 전통시장. 그 안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후회 없는 나날을 보내는 수많은 철의 여인, 장(場)다르크들이 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하는 경기도 전통시장 여성 상인들. 이들과 소통하고 화합하는 상인회장 중에는 섬세함과 세심함을 강점으로 하는 ‘여성’이 있다. 상인회장이라는 직책의 무게를 견디고, 변화를 끌어내는 경기도 전통시장의 여성 상인회장을 수원에서 만나봤다.
경기도 31개 시군에는 ‘전통시장’으로 구분되는 280개의 상점가가 있다. 그중에서 군포 역전시장과 남양주 덕소상점가, 여주 터미널상점가는 여성 상인회장이 상인회를 이끌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군포 역전시장을 이끄는 정성순 군포 역전시장상인회장(75), 2019년부터 상인회장을 맡아 시장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김태은 남양주 덕소상점가상인회장(51)과 방미정 여주 터미널상점가상인회장(51). 이들은 자신이 몸담은 전통시장에서 ‘상인회’를 만든 여전사다.
정성순 군표 역전시장상인회장은 “변해야겠다,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은 시장에 애정이 있는 사람만 가능한 것 같다. 그저 평범한 하루이기보단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고민하다 보면 여러 방법이 떠오르게 되고, 전통시장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던 내가 선택한 방법은 상인회 조성이었다”고 말했다.
정성순 회장의 말에 방미정 여주 터미널상점가상인회장과 김태은 남양주 덕소상점가상인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방미정 회장은 “저도 비슷한 이유로 상인회를 꾸리고자 했는데, 당시 40대에 여자였던 제가 상인회를 조성하겠다고 하자 ‘여자가 뭘 하냐, 젊은 게 뭘 아냐’는 식의 반대가 있기도 했다”면서 “아주 힘들었던 시기지만 시장의 발전만을 생각하고 상인분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했더니 시간이 흘러 그 노력을 알아주는 분들이 많아졌고 지금은 상인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회장의 책무를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은 남양주 덕소상점가상인회장 역시 “처음엔 주변 상인분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됐다. 이분들이 장사에선 신(神)의 경지에 오르신 분들이지만, 그 외적인 부분에선 모르는 것들이 많았다. 소방과 같은 기본적인 교육부터 함께 하고자 하면서 상인회의 필요성을 느껴 오랜 노력 끝에 상인회를 결속하게 됐다”고 했다.
세 장(場)다르크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상인회는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정성순 회장이 이끄는 군포 역전시장은 ‘고객선’을 만들어 고객과 상인 모두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장을 볼 수 있게 됐으며, 방미정 회장은 코로나19가 창궐했을 당시 경영 악화에 몸살을 앓던 상인들을 위해 발에 땀이 나도록 뛴 결과 지원금을 유치해 상인들이 조금은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왔다. 김태은 회장도 여러 행사를 기획, 시행하며 남양주 덕소상점가에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도록 했다.
방미정 여주 터미널상점가상인회장은 “상인분들은 각자 운영하는 점포의 대표다. 그 대표들을 대표하는 상인회장은 이름만으로도 무거운 직책이다. 그래도 그 무게를 이겨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나 혼자 말했을 때 바뀌지 않는 걸 도와주는 게 조직의 힘이더라”고 웃어 보였다.
김태은 남양주 덕소상점가회장은 “맞다. 혼자 수백번 가서 의견을 내는 것보다 여러 상인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인회의 이름으로 의견을 전달했을 때, 그 힘은 차원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값진 인생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련미의 정성순 회장, 수줍지만 그 안에 강단이 숨어있는 방미정 회장, 힘 있고 당찬 모습의 김태은 회장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시장을 대표하고 있다. 동시에 전통시장에 발을 들인 여성 상인들에게 이들은 힘이 돼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정성순 회장은 “시장 점포 중에는 대게 여성 상인이 주도적으로 운영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우리 시장은 여자들이 소도 잡겠다’는 말도 있겠느냐”면서 “장사를 하면서 느낄 고충이나 감정을 잘 헤아릴 수 있는 공감 능력이 타고난 우리다. 이들을 공감하고,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는 섬세함이 우리 여성회장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들은 치열한 유통 전쟁에서 고민을 거듭하며 ‘시장의 밝은 미래’를 그리고 있다. 방미정 회장은 “이런 강점으로 똘똘 뭉친 우리는 항상 전통시장의 밝은 미래를 꿈꾼다. 작은 변화부터 이끌어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시대 흐름을 적극 반영하는 상인회가 되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김태은 회장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시장에선 ‘세대의 이음’이 일어나고 있다. 상인들의 자제분들이 가업을 잇고자 전통시장에 들어오고 있으니, 운영을 위해 필요한 정보 등을 빠짐없이 제공하면서 이분들이 시장에 잘 흡수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 회장은 “경기가 좋지 않고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가 길어지고 있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찬란한 햇빛이 드는 날이 올 것”이라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는 우리 철의 여인 장다르크들이 힘을 내시길 바란다”고 맺었다. 기획취재반
이호준 기자 hojun@kyeonggi.com
이대현 기자 lida@kyeonggi.com
이지민 기자 easy@kyeonggi.com
금유진 기자 newjean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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