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이 퇴직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퇴직금 이야기만 나오면 말을 돌렸습니다. 알아서 잘 넣어 두었다는 대답뿐이었습니다.노후 계획을 세우려면 알아야 할 것 같아 결국 남편과 함께 은행에 갔습니다. 통장 내역을 확인한 순간 저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자꾸 피하는 대답
퇴직금으로 무엇을 할지 묻자 남편은 나중에 이야기하자고만 했습니다. 몇 번을 물어도 대답은 늘 비슷했습니다. 평소 돈 문제를 숨기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더 불안했습니다. 밤마다 휴대폰으로 뭔가를 들여다보는 모습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저는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어 함께 은행에 가자고 했습니다.

통장에 찍힌 숫자
통장에는 생각했던 금액의 절반 정도만 남아 있었습니다. 큰돈이 몇 차례에 나뉘어 빠져나간 기록이 있었습니다. 받는 사람은 모두 남편의 동생이었습니다. 사업이 어렵다는 말에 조금씩 보태 주다 보니 액수가 커졌다고 했습니다. 저는 화가 나기보다 먼저 온몸의 힘이 빠졌습니다.

그날 밤 나눈 대화
남편은 제가 반대할까 봐 말을 못 했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동생을 외면하기 어려웠던 남편의 마음도 이해는 되었습니다. 하지만 부부의 노후가 걸린 일을 혼자 결정한 것은 서운했습니다. 우리는 그날 처음으로 남은 돈과 앞으로의 생활비를 함께 적어 보았습니다. 앞으로 큰돈이 드는 일은 반드시 둘이 상의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부부 사이에서 돈 이야기를 피하면 작은 문제가 큰 상처로 번지기 쉽습니다. 노후 자금은 한 사람의 몫이 아니라 두 사람의 삶이 걸린 일입니다.지금 부부가 함께 가계 상황을 한번 정리해 보시면 어떨까요. 필요하다면 재무 전문가와 상담해 계획을 세우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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