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국운 건 2조 공항 개장"… 한국인 납치에 '개점휴업 우려'

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조 7천억 원을 쏟아부은 캄보디아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완성됐습니다.

캄보디아가 국운을 걸고 건설한 태초 국제공항이 드디어 문을 열었죠. 하지만 화려한 개항식 뒤에는 씁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대상 납치·감금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캄보디아의 국가 이미지가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광객을 끌어모으려고 만든 공항인데, 정작 사람들은 캄보디아행 비행기 표를 끊기가 꺼려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죠.

70년 된 공항을 대체하는 야심찬 프로젝트


지난 20일 AP 통신 보도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태초 국제공항이 공식 개항했습니다.

개항식에는 훈 마넷 총리가 직접 참석해 이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강조했죠.

새 공항은 프놈펜에서 남쪽으로 약 30km 떨어진 깐달주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공항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적 수준의 활주로를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 프놈펜 국제공항은 약 70년간 운영되면서 활주로가 단 한 개뿐이었죠.

하지만 태초 국제공항은 이를 완전히 대체하며 캄보디아 항공 산업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습니다.

2050년까지 5천만 명 수용 목표


캄보디아 정부는 이 공항에 거는 기대가 상당합니다.

공항 건설에만 약 20억 달러가 투입됐는데, 이는 캄보디아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엄청난 투자인 것이죠.

초기 단계에서는 연간 약 1,300만 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장기 계획은 더욱 야심찹니다. 2030년 이후에는 연간 3천만 명, 2050년까지는 최대 5천만 명까지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훈 마넷 총리는 신공항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많은 관광객과 투자자를 유치하는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관광과 외국인 투자를 촉진해 캄보디아 경제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인 것입니다.

한국인 납치·감금 사건으로 찬물 끼얹어져


하지만 캄보디아의 장미빛 꿈은 최근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들로 인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AP 통신은 한국인 청년의 사망 사건으로 캄보디아의 외국인 관광객 증가 전망이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청년은 캄보디아의 온라인 사기 조직에 속아 강제 노동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죠.

이 사건은 단순히 한 건의 불행한 사고가 아닙니다.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직적인 납치·감금·사기 범죄가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 국제사회에 알려지면서 캄보디아의 국가 이미지가 급락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공항을 지어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누가 가고 싶어 하겠습니까?

한·미·영 잇따른 여행 경고와 제재


사태의 심각성은 각국 정부의 대응에서도 드러납니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15일 캄보디아 캄폿주와 코콩주의 보코산 지역, 바벳시, 포이펫시를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시아누크빌주는 여행 자제 권고인 3단계로 조정됐죠.

우리나라뿐만 아닙니다. 미국과 영국 역시 캄보디아 범죄 단지 배후로 지목된 프린스 그룹 등을 대거 제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캄보디아 갱단의 우두머리로 지목된 인물은 뉴욕 연방법원에 기소되기까지 했죠.

국제사회가 총동원돼 캄보디아의 범죄 조직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새 공항을 개장하는 시점에 이보다 더 나쁜 타이밍은 없을 것입니다.

태국과의 무력 충돌까지 겹친 악재


설상가상으로 캄보디아 관광업은 지난 7월 태국과의 무력 충돌로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양국 간 국경 분쟁이 실제 무력 충돌로 이어지면서 동남아시아 지역의 안보 불안이 고조됐죠.

이후 휴전이 체결됐지만 양국 간 긴장은 여전히 높은 상태입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범죄 조직의 위협도 걱정인데, 국가 간 군사적 충돌까지 있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발길이 돌아설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저렴한 여행지라 해도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죠.

관광객 수치가 말해주는 현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캄보디아는 올해 8월까지 약 4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약 670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죠. 단순 계산으로 봐도 올해 관광객 수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감소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2조 7천억 원을 들여 최대 5천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항을 지었지만, 정작 그 공항을 이용할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캄보디아 정부는 지금 하드웨어는 완벽하게 갖췄지만, 소프트웨어인 국가 이미지와 안전이라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놓치고 만 것입니다.

화려한 개항식의 불꽃놀이가 꺼진 자리에는 깊은 고민만이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