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값 나눠 갚으세요" 리볼빙에 당했다..이자 폭탄 '비명'
8월 기준 6조8100억원..사상 최대치
평균 금리 연 20% 육박..카드론보다 높아
카드론 막고 DSR 규제 강화했다가 '풍선효과'
카드장기대출(카드론)을 막아버린 풍선효과가 리볼빙으로 부풀어 오르고 있다. 신용카드 대금 중 일부만 먼저 내고 나머지 금액은 다음달로 넘겨서 갚도록 하는 리볼빙 서비스 이용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매월 사상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리볼빙은 이월된 대금에 법정 최고금리(연 20%)에 육박하는 이자율이 따라붙는 만큼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키우고 가계부채의 질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2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신한·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 등 7개 전업카드사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6조81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6조6651억원) 대비 2.2% 늘어난 수치다. 리볼빙 이월 잔액은 지난해 말 처음으로 6조원을 돌파한 후, 매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리볼빙 이월 잔액은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가 이뤄진 2020년 2분기 이후 약간 주춤했다가 지난해 2분기부터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8000억원가량 증가한 리볼빙 이월 잔액은 7조원 돌파를 목전에 둔 상태다. 올해부터 카드론이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포함된 영향이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결제금액 상환 일자를 미루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DSR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카드론 대출 수요가 리볼빙으로 몰리면서 '역대급'으로 이월 잔액이 불어난 셈이다.
지난 7월을 기점으로 DSR이 또 한 번 강화된 것도 리볼빙 급증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체 금융권 대출잔액 1억원 초과 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은행 기준 연소득의 40%(비은행 50%)를 넘길 수 없게 되면서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해당 규제는 2억원 이상 대출 보유자에 한해서 시행된 바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체 대출 고객 기준으로 29.8%, 대출액 기준으로 77.2%가 새 규제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추산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DSR 규제 강화로 풍선효과가 발생한 데 더해 올해 카드 이용액 자체가 급증하면서 리볼빙에 대한 접근성도 커졌다"며 "경기 침체에 따라 저신용자의 자금 수요가 커진 것도 리볼빙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리볼빙 이월 잔액 규모가 줄곧 증가세를 보인다는 것은 월소득 대비 상환능력이 계속해서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볼빙은 결제 수단에 따라 결제성(카드)과 대출성(현금서비스)으로 나뉜다. 할부 결제의 경우 카드를 긁을 때 분할 결제 기간을 정하지만, 리볼빙의 경우 일시불로 결제한 뒤 납부 시점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전체 카드값을 한 번에 결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연체를 막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으나, 이월한 금액에 상당히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만큼 사용에 유의해야 한다.
높은 금리도 문제다. 리볼빙은 미루면 미룰수록 이자가 늘어나는 구조다. 지난 7월 기준 결제성 리볼빙 평균 금리는 연 14.25~18.36% 수준으로 집계됐다. 평균 금리의 상단이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에 육박한 셈이다. 고금리 대출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카드론과 비교했을 때도 금리가 높다. 동월 기준 카드론 평균 금리 연 12.30~13.66%와 비교하면 리볼빙 평균 금리가 하단 2%포인트, 상단 4%포인트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리볼빙을 사용한 이후에 또다시 금액이 연체될 경우에는 최대 3%의 가산금리가 부과되는 만큼 법정 최고금리 수준의 이자율이 적용될 수 있다.
리볼빙 이월 잔액 규모 증가가 가계부채의 질을 악화시키고, 빚의 악순환을 유발하는 부채 부담 증폭 요인이 될 수 있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위험성을 인지하고 대응 조치에 나선 상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리볼빙 서비스 건전성 관리 강화 차원에서 '결제성 리볼빙 서비스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일부 조치는 이미 시행 중이나 설명 의무 강화, 최소 결제 비율 상향 조정 등 보다 실질적인 조치는 오는 11월 적용 예정인 만큼 향후 동향을 살펴본 뒤 추가 규제 여부를 논의한다는 게 금융당국 측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업계에서 10%로 설정된 리볼빙 최소 결제 비율에 대한 상향 기준을 논의하고 있다. 오는 11월부터 리볼빙 서비스 이용 억제 조치가 본격 시행되는 만큼 규모 증가세가 둔화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경기 침체로 리볼빙 서비스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조치에 따른 효과가 미미할 경우 추가 규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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