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 한 점 없는 초여름의 낮, 전북 고창은 모든 소리를 삼킨 듯 고요하다. 사람의 목소리보다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먼저 귀에 들어오는 곳.
이 조용한 땅을 걷다 보면, 지금도 살아 숨 쉬는 생명과 잊혀진 시간의 흔적이 차례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고창 아산면의 운곡람사르습지와
그 너머 고창고인돌박물관, 고창의 하루는 그렇게 ‘느리게’ 흐른다.
청동기 시대를 걷다, 고창고인돌박물관

여행의 시작은 의외로 과거에서 시작되었다. 차에서 내려 첫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지금보다 훨씬 단순했을 그 시절이 풍경처럼 펼쳐진다. 고창고인돌박물관은 거대한 선사시대 유적 위에 조심스럽게 세워진 교육의 공간이자, 살아 있는 타임머신이다.
실제 청동기인들이 살았던 움집을 복원한 야외 체험 공간에서는 고인돌 끌기, 불 피우기, 선사 마을 탐험이 가능하다. 아이들은 역사 교과서
속 그림이 아니라, 실제 만지고 놀 수 있는 역사로 이곳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3층 체험실에서는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는 고인돌 모형 만들기 체험이 인기고, 1층 전시실은 고창 일대에서 출토된 청동기 유물들이 정갈하게 전시되어 있다. 이곳은 단순히 ‘보다’에서 그치지 않는다. ‘느끼고, 생각하게’ 한다.
바로 그 점이, 이 박물관이 가진 진짜 매력이다.
- 위치: 전북 고창군 고창읍 고인돌공원길 74
- 운영 시간: 하절기(3~10월): 09:00~18:00/ 동절기(11~2월): 09:00~17:00
-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 입장료: 어른 3,000원 / 청소년 및 군인 2,000원 / 어린이 1,000원
물소리 따라 걷는 길, 운곡람사르습지

선사를 돌아본 뒤, 차로 약 10분을 달리면 공기가 달라진다. 운곡리 골짜기로 들어서면서부터 주변은 점점 깊은 초록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그 끝에 도달한 곳이 바로 운곡람사르습지다.
이곳은 멸종위기 동물인 수달, 황새, 삵, 팔색조의 보금자리다. 2011년 람사르습지로 지정되며 생태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지금도 자연 그대로의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둠벙 위로 반짝이는 햇살, 갈대 사이를 부드럽게 가르는 바람, 물 위를 느릿하게 헤엄치는 비단잉어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이어진다. 여름에는 반딧불이 야행, 가을에는 노르딕 워킹 투어 등 체험 프로그램도 계절에 따라 운영된다.
잠시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들이쉬면, 도시에서는 들을 수 없는 생명의 작은 소리들이 귓가를 맴돈다.
- 위치: 전북 고창군 아산면 운곡서원길 362
- 운영: 습지 상시 개방, 탐방열차는 3~10월 운영 (10:00~17:00)
- 탐방열차 요금: 중학생 이상 2,000원 / 초등학생 이하 1,000원
서로 다른 두 시간, 하나의 여정

고창의 이 두 공간은 결이 다르다. 하나는 인류의 과거를 품은 시간, 다른 하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숨 쉬는 자연이다. 하지만 함께하면 더 빛난다.
오전엔 고인돌박물관에서 시간의 깊이를 마주하고, 오후엔 습지로 가서 자연의 넉넉함을 체험해보자. 그 둘이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지금의 ‘나’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이 조용한 하루는 결국, 긴 여운으로 남는다.
고창은 어떤 식으로도 다가오지 않는다.
오로지 걷고, 보고, 듣고, 느끼는 사람에게만 그 진면목을 허락한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다녀온 사람들의 말끝은 언제나 조용하다. 그리고 그 조용함이 참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그리고 고창에는 다양한 축제와 가볼만한 곳이 많은데요. 여행 계획 세우고 계신 분들은 아래 기사들도 참고하셔서 알찬 계획 세워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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