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은 과학?.. 관상가 만나보니 같은 얼굴 놓고도 "공무원해라, 예술가해라" 엇갈려

송복규 기자 2022. 6. 2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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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얼굴 공개.. "역시 관상은 과학" 반응 나와
직접 관상가들 만나보니.. 해석 서로 엇갈려
전문가 "범죄자라는 선입견이 판단에 미치는 영향 커"

많이 튀어나와 있는 눈썹, 골격이 발달해 각이 져 있는 얼굴, 흐린 눈빛, 가늘고 찢어진 눈. 흔히 ‘범죄자 관상’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특징들이다. 미디어에 범죄자의 얼굴이 공개될 때면 앞선 외모적인 특징들이 거론되면서 ‘역시 관상은 과학’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지난 2020년 5월 ‘갓갓’이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N번방 운영자 문형욱의 얼굴이 공개됐을 당시나, 올해 초 ‘계곡 살인사건’으로 이은해와 조현수 신상이 인터넷에 퍼졌을 당시에도 누리꾼들은 ‘역시 관상은 과학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관상은 과학’이라는 말이 일종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처럼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관상을 통해 다른 사람의 심성을 짐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한때 우리나라 일부 기업은 채용면접 전형에 ‘관상 면접관’이 들어와 지원자의 인상을 살펴 채용 적합성을 판단하기도 했다.

일러스트=손민균

과연 실제로 ‘관상은 과학’일까. 기자는 이달 22~24일 복채를 받고 관상을 보는 관상가 세 명을 찾았다. 검은 옷과 바지를 입고, 같은 방식으로 머리를 손질하는 등 조건을 똑같이 했다. 왕이 될 상(相)이라는 말까지 기대하진 않았지만, 혹시라도 범죄자의 상(相)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될까 걱정도 앞섰다. 하지만 세 관상가는 기자의 얼굴을 보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지난 22일 은평구 불광동에서 만난 A관상가는 기자를 보고 “눈에서 관(官)이 나온다고 돼 있다. 공무원이나 정치와 관련된 직업이 잘 어울릴 관상”이라고 평했다. 눈썹을 보고는 “눈썹이 짙고 곧게 뻗어있는 것을 보니 좋은 관상이다. 항상 직장 생활할 때 이마와 눈썹을 드러내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24일 마포구 동교동에서 만난 B관상가는 기자에게 “이마 모양을 봤을 때 관(官)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예체능 계통이 어울리는 관상”이라고 평했다. 눈썹을 보고는 “잔털이 많아 재물이 내려오는 길을 막고 있고, 끝이 흐려 좋은 눈썹이 아니다. 눈썹을 다듬고 문신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40년 넘게 관상을 봐 왔다는 마포구 동교동의 C관상가 역시 기자를 보고 “예술성이 많이 보이는 관상”이라며 “공무원 같은 직업은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고, 당신이 그런 직업을 가지면 많이 답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상가를 직접 만나고 온 정재훤 기자의 증명사진.

성격과 관련해서도 서로 다른 분석이 나왔다. A관상가는 기자에게 “주관이 약해 결정력이 부족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질 관상”이라며 “살아가면서 결정을 내릴 일이 많을 텐데 항상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C관상가는 “고집이 세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을 관상”이라며 “항상 자신만이 최고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 사람”이라고 말했다. B관상가는 기자가 “매사에 의심을 많이 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재물운에 대해서 A관상가는 “관상에서는 코가 재물을 뜻한다”며 “코를 보니 돈을 많이 벌 수 있지만, 그만큼 많이 쓸 관상이기 때문에 씀씀이를 주의하고 저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B관상가로부터는 “코 모양을 보니 재물을 관리하는 능력이 괜찮고 쉽사리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반대의 말을 들었다. C관상가는 “20대 때는 돈을 모으기 힘들 테지만, 30대 중반부터 비로소 돈을 많이 벌게 될 관상”이라며 “다른 사람 밑에 있으면 그에게 재물을 뺏길 테니, 개인 창작 활동을 시작하면 잘 풀리며 돈도 많이 벌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래픽=손민균

심리학 전문가는 우리가 타인의 관상을 보고 성품을 짐작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보가 판단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디어에 노출된 범죄자의 경우, 그 사람이 악인이라는 사실이 이미 선입견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역시 관상은 과학’이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생판 모르는 사람의 얼굴만 보고 범죄 여부를 판단하라고 하면 대부분 쉽게 맞추지 못할 것”이라며 “특히 정보 확산이 빠른 인터넷상에서는 범죄자 관상을 분석한 일부 비전문가의 소수 의견에도 동조 효과가 쉽게 일어나며 다수 의견이 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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