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감지되는 변화는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경매 시장의 흐름마저 바꾸고 있습니다. 한동안 강남과 송파 등 고가 아파트가 경매에 다수 등장하며 ‘하락장’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분위기가, 최근 들어 급격히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예정됐던 경매 건들이 돌연 취소되거나 연기되며, 채권자·채무자 모두의 전략에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월 서울시가 일부 지역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발표하자,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고 집값이 반등하며 경매를 통한 저가 매각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됐습니다. 경매시장은 본래 시장의 ‘후행 지표’로 여겨지지만, 현재는 시장 심리를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예민한 센서’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규제 완화 이후 급감한 경매 건수… “소유주들 마음 바뀌었다”
지지옥션의 3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172건으로 전달(253건)보다 약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강남·송파 일대에서 집중적으로 취소 사례가 발생했으며, 이는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발표 직후의 변화로 연결됩니다. 예를 들어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98㎡는 원래 3월 말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었으나, 직전 채권자가 경매를 취하하며 무산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매매 시장에서 집값이 회복세를 보이자, 소유주들이 굳이 감정가보다 낮은 금액에 경매로 처분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더욱이 일부 지역은 실거래가가 감정가보다 1억 원 이상 높은 경우도 있어, 채무자 입장에서는 빚을 갚고도 남는 구조가 되며 경매를 피하게 되는 셈입니다.
부동산 회복 기대감 → 자금 마련 → 경매 회피… 자산 방어 본능
이러한 경매 취소의 증가는 단순한 가격 상승 때문만이 아닙니다. 최근의 집값 반등은 소유주들에게 ‘이 자산을 지켜야 할 이유’를 강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특히 경매에 부쳐지는 물건은 대부분 몇 개월 전 기준의 감정가로 책정되는데, 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감정가가 시장가보다 낮아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됩니다. 이에 따라 소유주들은 경매 대신 재감정을 요청하거나, 금융권 대출을 받아 채무를 갚는 방식으로 자산을 방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은행들도 최근 집값 상승에 힘입어 대출 회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 하에 적극적인 채무 조정에 나서면서, 전반적인 경매 회피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가 아파트 소유주들은 가격 반등 이후 시장 매물로 전환해 더 높은 수익을 노리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지역별 양극화… 경매 감소는 서울·경기, 증가세는 인천
경매 감소 현상은 서울과 경기권에서 집중되며, 지역별로 엇갈린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3월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가 650건으로 전달(753건) 대비 약 14% 줄었고, 서울은 같은 기간 32% 감소했습니다. 반면 인천은 319건으로 전달(225건)보다 무려 42%나 증가했습니다. 이는 지역별 가격 회복 속도 차이와 연관이 깊습니다. 서울과 일부 경기권은 규제 완화와 공급 부족에 따른 반등세가 뚜렷한 반면, 인천은 가격 조정 압력이 여전해 경매 물건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편, 투자자 입장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경매 특수성 때문에 여전히 관심이 높은 시장이지만, 일반 매매가 활성화되면서 오히려 경매 물량이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매 물건 수가 줄면 희소성이 커지고, 이는 낙찰가 상승과 경쟁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하며, 당분간 경매 시장의 흐름은 정부 정책과 매매 시장의 온도에 따라 출렁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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