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저비용 고가치' 길이 열린다" EBS 사장의 도전

정민경 기자 2026. 5. 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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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먼슬리] 김유열 EBS 사장 "고비용 구조로는 생존 불가능…방송사의 제작 관행, 직종, 역할 모두 바뀔 것"
"EBS, 돈만 벌기 위한 조직 아니야…AI로 고가치 프로그램 도전 가능해져"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2026년 4월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김유열 EBS 사장이 'EBS, 왜 AI에 올인하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지금처럼 제작비를 많이 넣어야 성공한다는 방식으로 더이상 지상파는 버틸 수 없다. AI 시대에는 '저비용 고가치'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저비용이라면 고가치가 아니라는 편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

김유열 EBS 사장은 EBS가 인공지능(AI)에 '올인'하고 있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4월 '미디어 먼슬리'에서 김유열 EBS 사장은 <EBS, 왜 AI에 올인하나>를 주제로 강연하며 EBS가 전사적으로 AI 전환에 나선 배경과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시청률 하락과 광고 시장 축소로 위기에 놓인 지상파 방송 환경 속에서, AI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는지가 핵심이었다.

우선 김유열 사장은 EBS 내에서 전사적인 AI전환을 소개했다. 2025년 EBS는 AI콘텐츠 플러스 알파팀을 신설해 PD와 엔지니어, 그래픽 디자이너, 카메라맨 등 4명을 배치하고, 1인 제작 시스템 등을 실험, <EBS AI 단편극장> 등을 방송해왔다. 제작 관행을 파괴하는 프로그램이 가능한지와 함께 원가를 추정하고 새로운 직무를 편성하기 위함이었다. EBS의 AI 전략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제작 방식 자체를 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이 실험을 통해 방송사의 제작 관행, 직종, 역할이 모두 바뀔 것이라는 확신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실험은 현재 전사적 차원으로 확대됐다. 편성센터는 <AI 고전, 역사를 바꾼 100책>, <AI 인물 한국사> 등의 프로그램을 1000부작으로 목표하고 있으며 사업센터에서는 유튜브 AI 드라마, 유튜브 AI 애니멀스, AI 뮤직비디오와 광고 등을 제작한다. AI 애니메이션과 AI 학습 콘텐츠 등도 제작하고 있다. 외부 협업도 확대되고 있다. EBS는 AI 애니메이션 공모전을 진행한 가운데 약 450개 팀이 참여했으며, 선정된 작품에는 제작비를 지원하고 저작권과 사업권을 공동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 사장은 “들어온 영상들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며 “기존 어린이 프로그램보다 더 매력적인 작품도 많았다”고 기대를 보였다. 제작 관련 부서 외에도 편성센터에 AI 콘텐츠 자문위원회 등을 꾸려 AI 영상에 따르는 우려점 등을 검토하는 역할도 두었다.

김 사장은 이러한 전사적 AI 전환의 배경으로 EBS의 역사적 경험을 들었다. 1991년 EBS가 개국했을 때는 1년 전체 예산이 타 방송사의 대하드라마 1편 예산 정도인 192억원에 불과했다. 위성방송을 통한 교육방송을 한 1997년에는 이보다 예산이 늘어났고 2000년 공사화 이후 EBS 예산은 860억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수신료와 방송발전기금을 지원받았기 때문이다.

2004년엔 EBSi 인터넷 수능강의를 시작했고 방송교재 판매 등 수입이 크게 늘었다. 2010년엔 '수능 연계 70%' 정책에 따라 EBS 예산과 매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2015년 EBS 2TV가 개국했을 땐 온라인 콘텐츠 수입이 늘었다. 2021년 코로나 팬데믹 위기 속엔 온라인 클래스 등이 급증하며 EBS의 공적 재원이 증가했다.

김 사장은 “위성방송, 인터넷 수능 강의, 모바일 변환, 코로나 시기 원격교육 등 뉴미디어나 새로운 환경으로 변화할 때마다 EBS는 이를 성장 기회로 삼아왔다”며 “지상파는 뉴미디어 등장으로 점유율이 떨어졌지만, EBS는 오히려 그때마다 고도 성장의 기회를 잡아왔다. AI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EBS의 성장 연혁을 담은 그래프. 사진제공=김유열 EBS 사장.

“EBS, 돈만 벌기 위한 조직 아냐…AI로 고가치 프로그램 도전 가능”

AI 전환은 실제 수익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EBS는 지난 3월 마친 2025년 결산에서 흑자 48억 원, 영업이익 42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김 사장은 “과거에는 없던 수익이 AI에서 발생했다”며 “이는 최근 EBS 흑자 경영 전환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가 정말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렇다면 정말 돈만 벌기 위해서 AI 전환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수 있다. EBS는 공영방송, 특히 교육 공영 방송이다. 돈만 벌기 위해 존재하는 방송이 아니고, 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며 “EBS는 어느 방송사보다도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AI 애니메이션과 기존 제작 방식의 비용 차이가 최대 40배 이상 난다고 설명한 뒤 “과거 방식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었던 콘텐츠를 AI로는 만들 수 있다”며 “실제로 고전 텍스트를 영상화하는 프로젝트도 기존 제작 방식으로는 비용 부담 때문에 불가능했지만, AI를 활용하면 현실적인 수준에서 제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새로 선보이는 1000부작의 <AI 고전, 역사를 바꾼 100책> 등이 그 사례다. 기술을 통해 지금보다 확고한 공적 책무를 구현하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2026년 4월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김유열 EBS 사장이 'EBS, 왜 AI에 올인하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현재 방송 산업의 구조적 한계도 짚었다. 국내 방송 광고 시장은 2000년대 초 2조800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5500억 원대로 감소했지만, 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비는 오히려 급증해 편당 수십억 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그는 “시청률이 낮아도 제작비는 계속 올라가는 구조에서 지상파는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며 “'고비용 고가치'라는 기존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금까지는 지상파가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AI가 중심이 되는 구조로 바뀔 것”이라며 “지상파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 유통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AI시대 지상파는 △방송 마인드의 리셋: 임직원 AI사용의 일반화 △편성개념의 파괴 △협업 중심 제작 시스템의 파괴: 소수 중심 제작시스템 실험 확대 △기능중심 조직 시스템과 직종 파괴: 기획, 제작, 스태프, 유통조직 통합 △방송 카테고리의 파괴: 영화, 애니 등 방송에서 하지 않았던 영역 진출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강연 말미 그는 HBO와 디스커버리, 인텔 사례를 언급하며 혁신의 강도를 강조했다. 김 사장은 “과거 방식을 유지한 채 AI를 붙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AI 시대에 근본적인 혁신이 없다면 지상파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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