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핀 골목, 도심 속 힐링 성지 됐다

7월 추천 여행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경기 수원시 ‘봉녕사’)

사람마다 여름을 기억하는 방식은 다르다. 누군가는 계곡 소리로, 누군가는 짙은 초록의 잎으로 여름을 떠올린다.

하지만 모든 감각이 조용히 깨어나는 여름의 시작을 가장 고요하게 맞이하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절에 머무는 일일지도 모른다.

도심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소란한 일상을 잊게 해주는 공간. 오래된 돌담과 고목이 만든 풍경 안에 계절의 흐름이 천천히 스며드는 곳. 그런 정적인 아름다움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시점은 바로 능소화가 피어나는 순간이다.

능소화는 다른 꽃처럼 화려하게 피어나지 않는다. 담장 옆으로 조용히 피어나지만, 그 고요함 속에 더 깊은 울림을 남긴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경기 수원시 ‘봉녕사’)

아직 6월의 길목에 서 있는 지금은 능소화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7월이 되면 주황빛 꽃송이가 절의 담장을 물들이며 오래된 시간의 결을 완성한다.

복잡한 일정이나 긴 여정 없이도 정적의 미학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여름 장소를 찾고 있다면, 향기와 고요가 공존하는 봉녕사로 떠나보자.

봉녕사

“고요한 절에서 만나는 능소화, 조용해서 더 좋았어요!”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경기 수원시 ‘봉녕사’)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창룡대로 236-54에 위치한 ‘봉녕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본사인 용주사의 말사로, 수원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알려져 있다.

고려시대 원각국사가 창건한 이 절은 처음에는 ‘성창사’로 불렸고, 조선 예종 원년인 1469년 혜각국사에 의해 중수되면서 오늘날의 이름인 봉녕사가 정착됐다.

혜각국사는 세조로부터 스승의 예우를 받았을 만큼 높은 위상을 지녔던 인물이며, 불경의 한글 번역 작업에도 깊이 관여해 이 사찰의 학문적 위상을 더욱 높인 장본인이기도 하다.

현대에 들어서 봉녕사는 단순한 고찰을 넘어, 비구니들의 교육과 수행 중심지로 역할을 확대했다. 1970년대 이후 승가학원이 설립되었고, 현재는 선원, 강원, 율원을 모두 갖춘 비구니 수련도량으로 기능하며 교육과 수행이 동시에 이어지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경기 수원시 ‘봉녕사’)

사찰 중심부에는 고려 시대의 석조 삼존불이 자리하고 있으며, 대웅전 앞에는 수령 800년이 넘는 향나무가 절의 역사를 함께 견디고 있다.

이 향나무는 단순한 경관 요소를 넘어 봉녕사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는 존재로, 절에 머무는 시간 동안 방문객의 시선을 자연스레 머물게 한다.

7월이 되면 절의 한편에서 능소화가 피어난다. 돌담을 따라 조용히 번져가는 주황빛 꽃은 화려하지 않지만 절의 분위기와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수수한 풍경 속에서 오히려 더욱 깊은 감동을 선사하며 여름철 고요한 감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준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경기 수원시 ‘봉녕사’)

봉녕사는 연중무휴로 개방되며, 하절기 기준으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입장료는 따로 없으며, 주차 역시 무료로 제공된다.

화려한 관광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여름의 시작을 조용히 맞이하고 싶다면 봉녕사는 그에 가장 걸맞은 공간이다. 절과 계절, 꽃과 시간이 하나가 되는 곳에서 짧지만 깊은 여름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