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조선3사, 수주 훈풍…‘아픈 손가락’ HD현대미포 약진
HD현대미포가 HD현대의 조선 3사 중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는 상반기의 활발한 수주로 이미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했다. HD현대미포는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적자를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고부가선박 중심으로 수주를 늘리면서 수익성 회복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 17일 공개한 실적자료에 따르면 HD현대미포의 올해 6월 누적 수주현황은 44억5000만달러로 전년동기 24억4500만달러보다 8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HD현대중공업 조선부문의 수주현황은 40억24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HD현대삼호는 38.8% 하락한 35억8800만달러를 기록했다.
HD현대미포는 HD현대그룹의 조선3사 중 실적이 가장 부진했다. 매출 규모는 성장하고 있지만 2021년부터 3년 연속 연결기준 영업손실을 냈다. 올 1분기에도 매출 1조5억원, 영업손실 110억원을 나타냈다. 저가 중형선박 위주로 수주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최근 HD현대미포는 주력 선종이자 고수익선박인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 올 6월까지 누계 PC선 신규 수주는 58척으로 전년동기의 33척보다 25척 늘었다. 같은 기간 수주잔량은 66척에서 118척으로 52척 증가했다.
올해 들어 선가가 상승하며 수익성 개선 효과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HD현대미포가 지난해 상반기 수주한 PC선은 1척당 4600만달러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5000만달러로 올라서면서 마진이 개선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달 8일 오세아니아 소재 선사가 발주한 PC선 가격은 747억5000만원으로 올해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올해는 실적 턴어라운드가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D현대미포의 손익분기점(BEP) 달성은 당초 예상됐던 연말에서 한 분기 정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배경으로는 생산비 안정화, 1분기 적자축소, 주력 선종인 PC선 수주 증가 등을 꼽았다. 일부 증권사 리포트에서는 이보다 당겨진 2분기 영업이익 턴어라운드 예상했다.
HD현대미포가 약진을 보이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는 수주물량이 줄었으나, 실적부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미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는 올 상반기에 충분한 물량을 확보했기 때문에 슬롯이 부족한 상황이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의 주력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의 경우 HD현대중공업의 연간 인도 캐파(생산능력)는 15척으로 이미 오는 2027년까지 가득차 있다. HD현대삼호는 2025년 11척, 2026년 10척, 2027년 11척의 인도가 예정돼 있으며 2028년에야 여유 슬롯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수주 기준으로 보면 HD현대중공업 조선부문은 연간 61억8800만달러의 목표를 세웠다. 이 중 6월까지 40억2400만달러로 63.2%를 달성했다. HD현대미포는 연간 31억만달러의 수주 목표를 넘어 44억5000만달러를, HD현대삼호는 연간 32억달러의 목표를 넘어 35억88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승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HD한국조선해양은 현재 3년6개월 치 수주잔액 레벨을 확보한 상황이라 하반기 수주 규모에 지나치게 중점을 둘 필요가 없다”며 “이제부터 실적증가는 제한적인 인도 슬롯을 바탕으로 선가를 주도하며 건조선가 상승으로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향후 계약선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