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오픈AI의 대규모언어모델(LLM) GPT-4o 기반으로 제작하는 AI 에이전트를 IPTV 플랫폼 '지니TV'에 도입한다. KT는 이를 시작으로 미디어 사업 전반에 걸쳐 AI 전환(AX)을 추진한다.
MS 협력 '한국적 AI 모델' 기반 에이전트 도입
김채희 KT 미디어부문장 전무는 16일 서울 강남구 안다즈 서울 강남에서 열린 '미디어 토크' 기자간담회에서 "KT는 480만개의 셋톱박스를 보유했지만 이를 기반으로 고객이 경험하는 품질은 만족스럽지 못했고 언어 모델이 대형언어모델(LLM)을 기점으로 많은 변화를 이루는 동안 미디어 플랫폼에서는 그런 발전을 담지 못했다"며 "KT가 MS와 협력해 인공지능·통신(AICT)으로의 전환을 가속하는 흐름에 맞춰 미디어 분야에도 특화 AI 에이전트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MS와 손잡고 올해 2분기에 한국적 AI 모델과 시큐어퍼블릭클라우드(SPC)를 출시할 예정이다. 여기서 한국적 AI 모델은 한국어와 문화를 학습해 국내 사용자에게 특화된 모델이다. KT는 GPT-4o 기반의 한국적 AI 모델을 AI 에이전트 형태로 IPTV 플랫폼인 '지니TV'에 도입한다.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구사하고 한국적 상황에 대한 환각을 최소화했다는 점을 경쟁사 AI 에이전트와의 차이점으로 내세운다.
미디어 AI 에이전트의 강점은 고객의 요구를 보다 잘 이해하고 자연스러운 답변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LLM을 활용하면 대화 품질이 높아지고 콘텐츠 추천, 멀티모달 검색 등을 지원할 수 있다. KT는 80%가 넘는 IPTV 고객들이 음성 기반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콘텐츠 하이라이트만 보거나 특정 장면을 건너뛰는 등 편의 기능도 추가된다. AI 에이전트가 콘텐츠를 시청하면서 생기는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KT는 AI 에이전트를 자체 활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유료방송 업계 전반으로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홈쇼핑 특화 AI 에이전트 개발에 착수했다. 지니TV가 제공하는 솔루션에 AI 에이전트를 적용해 빅데이터 분석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김 전무는 "자유롭게 시청데이터를 결합해 매출과성과 등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업 인사이트를 얻게하는 AX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미디어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수익화 전략을 고민하는 단계는 아니다. 현재 IPTV가 제공하는 대화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LLM을 적용해 개선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향후 고객의 활용이 높아진다면 이를 기반으로 수익화 모델을 구상할 방침이다. 미디어 AI 에이전트 시장도 걸음마 단계로 본격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업체를 찾기 어렵다. 김 전무는 "AI 에이전트를 고민하며 벤치마킹할 대상을 구하고자 했지만 그런 모델이 시장에 나와있지 않다"며 "우리가 먼저 이 길을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MS의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KT의 미디어 사업 전반의 AX를 통한 효율화도 진행되고 있다. 시청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광고를 관리하는 IPTV 운영 시스템을 MS와 클라우드로 현대화(모더나이제이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홈쇼핑 기업에 제공하는 AI 에이전트 역시 MS와 KT가 함께하는 기업 대상 AX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향후 광고 등 다른 미디어 시장까지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티빙 합병에는 회의적...독자 경쟁력 강화 추진
이날 KT는 티빙과 웨이브간 추진 중인 합병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KT는 KT스튜디오지니를 통해 티빙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김 전무는 "미디어부문장으로서의 견해"라고 밝히며 "주주가치 측면에서 웨이브의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독점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합병이 추구하는 성장 방향성이 티빙 주주가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T 입장에서 티빙과 협력은 재무적 투자에 그치지 않고 미디어 사업 전반에서 시너지를 고려한 전략적 제휴"라며 "당시 협력에 대한 의지와 가치가 지금은 많이 훼손됐다"고 말했다.
합병 결과와 상관 없이 독자적인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도 내놨다. 이날 소개한 미디어 사업의 '뉴웨이' 전략을 통해 콘텐츠 제작부터 유통까지 전 영역에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성장이 정체된 IPTV 분야의 사업 모델 고도화를 추진한다.
우선 KT스튜지오지니와 KT ENA가 참여하는 콘텐츠 AX 전문 조직 'AI 스튜디오 랩'을 신설하고 투자 심사부터 기획, 제작 및 편집, 마케팅까지 전 과정에 AI 도입을 추진한다. 특히 AI가 만드는 콘텐츠는 KT스튜디오지니가 숏폼(짧은 동영상)을 중심으로 도입을 시도한다.
OTT 위주의 콘텐츠 시청 환경이 보편화된 시점에 채널과 주문형비디오(VOD) 중심의 사업 모델을 지켜온 IPTV는 성장한계에 직면했다. 채널은 OTT가 제공하는 개인화와 능동적인 시청방식을 따라가기 어렵고 VOD는 유료결제가 하락하는 상황이다. KT는 플랫폼 혁신 차원에서 IPTV 사업 모델을 전면 재정비하고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채널(FAST)'과 숏폼 등 새로운 형태의 상품을 도입한다. FAST는 지니TV 플랫폼에 우선 적용하고 향후 다른 플랫폼에 이어 글로벌 시장 진출도 검토한다. 숏폼은 독점 콘텐츠 등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다.
KT는 2025년까지 그룹 미디어 사업 매출 5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고 원천 IP 개발부터 유통, 광고로 이어지는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썼다. 다만 이날 김 전무는 "미디어 사업 매출 5조원 달성보다 더 중요한 점은 방향 전환"이라며 "수치적인 목표보다는 근본적인 변화가 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AI와 플랫폼 영역에서 대대적인 전략 전환이 이뤄지는 만큼 매출 목표에 목메기보다는 내실 강화에 초점을 두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