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족이 겪은 지옥같았던 시간과 그 과정을 공유하기 위해 글을 남깁니다. 이 글이 저희 아이와 가족이 겪은 고통을 똑같이 겪고 계시거나 겪게 될 아이와 보호자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저희 딸은 올해 5학년 올라갑니다. 24년 12월 30-31일쯤 A형 독감 판정을 받고 동네 소아과 병원에서 페라미플루 처방을 받습니다. 당시 공지 받았던 부작용에 대해 이후 며칠간 잘 살펴보았지만 다행히 이상행동이나 부작용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감기 증세도 거의 다 나아가는 참이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간 평소처럼 학교 다니고 학원가고.. 평범한 나날이었습니다.
24년 1월 5일까지 매우 일상적인 생활.
25년 1월 6일 월요일
오후 늦게 학원에서 다녀와 피곤하다며 바로 잠에 듬.
식욕도 거의 사라짐. 한번도 그런적이 없었는데 독감 이후 체력이 떨어진건가 생각함.
25년 1월 7일 화요일
이른 아침부터 아빠 엄마를 애타게 찾으며..지금 가상현실 같다. 꿈꾸는 것 같다. 통화하는 엄마 아빠가 진짜 엄마 아빠 같지 않다. 보고 싶다. 빨리 와라 라는 말을 하기 시작함.
많이 울고 불안해 함. (저는 원래 일찍 출근했고 와이프가 약 한달 전부터 아침 일찍 출근하는 새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저녁 때부터 말이 없고(의사소통이 어려워짐) 계속해서 잠을 자고 잘 깨어나지 않음. 역시 식욕도 거의 없음. 알아듣기 어려운 혼잣말(방언)을 이따금씩 하기 시작함. 낯선 행동과 표정, 모습이 많이 보이기 시작함.
25년 1월 8일 수요일.
의사소통이 어렵고(말을 거의 하지 않음) 발달장애 아동같은 행동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함. 식욕이 사라짐. 틈틈히 멍한 모습도 보임.(옷도 제대로 입지 않고 학교에 가려고 함. 불안증세가 높고 아빠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함. 그래도 방학식 날이라 겨우 학교 입구까지 데려다 줌).
하교 때 숙직실에 들어가서 집에 돌아오는 길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함. 평소 5분 거리임.
아빠 엄마가 와야 집에 가겠다고 함.
경찰서에 데려다 달라고 함.
이후 교장실로 데리러 오신 외할머니도 잘 몰라봄.
불안 증세가 높아지고 아빠 엄마에게 10분 간격으로 전화를 해서 언제 집에 오는지 계속 확인함.
25년 1월 9일 목요일
페라미플루 처방 받은 동네 소아과에서 소견서 받고 서울대학교 병원 소아 응급실 방문.(전날 네이버에서 우리 아이와 똑같은 증상을 1년 전에 겪은 분의 글을 찾아 어렵게 연락을 취해서 그 분의 조언으로 서울대학교 병원으로 가기로 함) 그러나 다음날 외래 진료만 가능하고 외래 진료 후에나 각종 검사가 가능하다고 함. 바로 앞에 위급한 환자가 들어와서 당일 입원 불가. 외래 진료후 입원도 현재 불투명한 상황이란 설명들음.
오후 3시경 서울 아산 병원 소아 응급실 방문. 응급실 의사 쌤 소견은 뇌염이 의심된다고 함. 이후 바로 혈액 검사, 뇌파 검사, 척수액 검사, MRI 검사 등을 오후 늦게까지 진행. 마취에서 오후 11시 30분경 깨어나 다음날 외래진료 예약 후 귀가.(외래 예약도 응급실에서 급한 환자라고 해주셔서 겨우 가능했음)
25년 1월 10일 금요일
서울 아산 병원 소아신경과 외래 진료받음. 자기 이름,학교, 부모님 성함을 물으면 대답하는 것으로 보아 뇌신경 손상은 아닌 것 같다는 소견.
각종 검사에서 이상점은 발견돼지 않았으나 일주일 뒤에나 검사 결과가 나오는 항목들이 있으니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함.
지금 상태가 매우 좋지 않으니 최대한 빨리 입원을 잡아도 1월 31일이라고 함. 이 날 입원하지 않으면 3-4월은 돼야 입원 자리가 날 것 같다고 함.
25년 1월 11일 토요일
밥도 거의 먹지 못하고 잠만 계속해서 잠. 그러다 새벽 4시에 깨서 약 1분간 평상시 같은 목소리와 의식으로 얘기를 함. 잠깐 정신이 돌아온 것 같았음. 다시 잠들고 깨어나니 똑같이 말을 못하고 밥도 거의 먹지 못함. TV시청은 가능하지만 무표정으로 보기만 함. 평소 과자와 음료수를 좋아했는데.. 사와서 주니 과자 한봉지와 음료수를 말없이 다 먹음. 그래도 과자라도 먹으니 천만다행 ㅜ. 평소 욕같은 건 하지 않는 아이였는데 키우는 강아지가 짖으면 심하게 쌍욕을 하거나 욕설 문자를 지인들에게 보내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함.
이후 다음주 주말 18일까지 새벽 4시쯤에 잠깐씩 의식이 돌아오고 다시 아침에 깨어나면 또 전혀 다른 아이가 되어버림을 반복. 다행히 의식이 돌아오는 시간이 매일매일 조금씩 늘어남. 1분. 5분. 15분 30분 이런 식으로 매일 조금씩 늘어남. 주로 해가 지고 저녁 시간이나 늦은 새벽에 평소 의식이 돌아옴. 낮에는 다시 말 못하고 의식이 정상적이지 않음을 며칠간 반복.
이렇게 약 일주일간 점진적으로 호전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1월 19일 일요일부터 낮에도 정신이 돌아오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함. 아픈동안 기억이 나는 것도 있고 나지 않는 것도 있다며 많이 혼란스러워하며 무서웠다며 울음.
이렇게 첫 증세가 나타나고 약 열흘 만에 다시 평소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 열흘 동안 영원히 이런 고통스런 시간이 이어지는 건 아닌지 많이 걱정돼고 불안했습니다. 건강했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장애가 생긴 것 같아 너무 큰 충격이었습니다. 네이버 카페에서 똑같은 증상을 겪었던 보호자분의 글을 읽고 우리 아이도 정상으로 돌아올 거라 믿고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열흘 사이 몸무게도 많이 빠졌지만 다시 웃고 말하는 우리 아이의 건강을 되찾은 것이 무엇보다 큰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만명 중 한 명에 나타나는 페라미플루의 부작용인지 A형 독감 바이러스의 뇌신경 전이인지 알 수는 없지만 각종 검사에서도 이상한 부분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불안했습니다. 원인이나이상 부분을 의학적으로 발견할 수 없어서 치료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학계나 저널에 보고된 적 없는 케이스 같았습니다. 병원에선 입원 후 지속적으로 여러 검사를하며 경과를 봐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입원을 기다리며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이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역시나 불안하고 걱정됐습니다.
짧지 않은 이 글이.. 저희 가족이 겪었던 끔찍했던 경험이.. 다른 어떤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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