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알아야 할 보험자산은?” 아직 20대라면, 고민 말고 ‘어른이보험’
어른이면 어른이고, 어린이면 어린이지 ‘어른이’ 보험은 뭘까. 일단 30대에 접어들지 않았고 보험에 가입할 생각이 있다면 궁금증은 잠시 미뤄두자. 똑같은 보험이라도 좀 더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는 집단과 묶일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남아있다는 뜻이다.
서른을 넘기지 않았다면…
‘어른이보험’은 실상 어린이보험과 다르지 않다. 과거 20세까지만 받아주던 어린이보험을 30대 이전까지 가입할 수 있게 되면서 어른이보험이란 별칭이 붙었다.
어린이보험은 태어나기 전부터 가입할 수 있는 유일한 금융상품이다. 일명 태아보험으로 불리는 어린이보험 내 각종 특약은 법상 ‘인간’으로 인정받지 않은 상태에서도 특약을 통해 태아와 산모를 위한 각종 위험을 보장한다.
어른이보험은 태어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질병과 상해에 대한 위험을 보장하는 어린이보험을 성인이 된 이후에도 가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이해해야 한다.
언뜻 왜 어린이를 위한 보험 상품을 성인이 가입하는지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어린이보험을 구성하는 핵심 담보는 성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암·뇌·심장 등에 발생하는 중대질병에 대한 보장과 각종 수술·입원비 보장, 일상생활배상책임 등은 어린이와 성인을 불문하고 보험의 기본 골조를 이룬다. 관련법상 15세 미만 청소년은 사망담보에 가입할 수 없다는 점이 그나마 어린이와 성인이 가입하는 보험의 차이점이라 볼 수 있다.
아무리 가입 대상이 어린이라 해도 어른에게 필요 없는 담보를 보험사가 만들 이유가 없다. “우리 아이 한 번 가입하면 평생 보험 걱정 없도록 100세 만기로 준비하세요”라는 말,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어린이보험으로 선택할 수 있는 보장 만기는 최대 100세까지다. 어른이 되어서도 보장받을 수 있는 담보가 아닌 한 필요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보험에 가입할 생각이 있는데 서른을 넘기지 않았다면 성인보험보다는 어른이보험을 추천한다. 그리 넉넉하지 않은 주머니 사정의 사회초년생이라면 더욱 그렇다. 20대는 질병이나 사고의 위험이 그보다 나이가 많은 성인보다 적다는 보험사의 판단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즉 아직은 어린이만큼의 보험료를 받아도 될 나이라는 의미다.
어른이보험은 정말 저렴한가
단순히 보험료가 저렴하냐는 질문은 늘 난감하다. 우선 보장 만기가 언제까지냐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보험사마다 상품이 대동소이할지라도 각사마다 고유의 위험률(보험료 산출을 위한 요율)이 있고, 보험료에 붙이는 사업비도 다르다.
어른이보험을 두고 동일한 조건 하에서 어느 보험사의 상품이 얼마나 저렴한지를 알기 위해선 모든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해볼 수 있는 보험판매인을 찾아가는 게 현명한 일이다.
다만 성인보다 어린이의 보험료가 저렴한가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보험이라는 상품의 특징에서 비롯한다.
보험은 동일한 위험집단을 하나로 묶어 공동기금을 구성하고 사고 발생 시 이를 지급해주는 제도다. 어린이보험으로 놓고 보면 만 20세 미만을 하나의 집단으로 구성하고 매월 보험료라는 공동기금을 받아 사고 발생 시 보험금을 지급해주는 상품이다.
왜 나이가 어린 집단을 묶어두면 보험료가 저렴해질까. 이렇게 생각해보자. 20세 미만의 암 발생 확률과 40대 이상의 암 발생 확률은 다르다. 당연히 젊을수록 질병의 발생 확률은 낮을 것이다. 상해도 마찬가지다. 병상에서 낙상사고가 날 경우 연령이 높을수록 중한 골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회복 기간 역시 더 오랜 기간을 필요로 한다.
성인보다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의 크기가 작다면 보험사는 그만큼 보험료를 할인할 여지가 생긴다. 어린이보험의 가입 나이를 30세까지 넓혔다는 건 적어도 해당 나이까지는 보험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낮은 집단 안에 넣어주겠다는 뜻과 같다.
이와 반대 개념이 노령자와 유병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이다. 나이가 많고, 병력이 있는 사람을 묶어놓을수록 보험료는 할증된다. 표준체(건강한 사람)를 기준으로 해당 집단이 얼마나 사고 발생(질병이나 상해 등)의 확률이 높은지 통계적으로 계산해 가격을 매기기 때문이다.
더 싸게, 더 큰 보장
성인보다 어른이보험의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뜻은 단순히 가격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보험사의 가격결정 요소에는 포함되는 대표적인 요소가 ‘시간’이다. 받은 보험료 대비 얼마나 늦게 보험금을 지급하느냐에 따라 보험료와 보장의 크기는 달라질 수 있다.
100세까지 보장하는 어린이보험에 태아부터 가입했다고 가정해보자. 중대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40~50대 이상의 연령이 되기까진 너무나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반면 보험사가 보험료를 거두는 시기(납입기간)는 통상 20세 전후에 머문다. 보험금을 주기 전까지 보험료를 굴려 운용수익을 낼 시간만큼 가입자가 내야 할 보험료는 할인된다.
게다가 긴 기간을 대비하도록 하는 만큼 물가상승률에도 영향을 받는다. 현재의 1,000만원과 40년, 50년 후의 1,000만원은 전혀 다를 것이다. 보험사가 먼 미래에 지불해야 할 보험금의 가치가 지금보다 현저히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에 어린이보험은 보험료뿐만 아니라 보장하는 범위나 크기 역시 성인 대비 후한 편이다. 단기간 안에 질병 발생 가능성이 큰 성인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혜택이다.
일례로 뇌혈관질환, 허혈성심장질환 등의 진단비의 경우 성인에겐 가입할 수 있는 진단비 한도가 3,000만원 선이 대부분이다. 반면 어린이보험의 경우 5,000만원까지도 가능하다.
일반암보다 비교적 높은 발생확률은 가진 갑상선암·제자리암·기타피부암·대장점막내암 등 유사암(소액암)에 대한 진단비 한도도 더 크다. 최근 유행하는 담보인 특정심혈관질환(기타 심장부정맥) 담보 역시 가입할 수 있는 진단비의 크기가 성인(200만~300만원)보다 2배가량 더 높다.
이러한 어린이의 혜택을 비교적 나이가 어린 성인이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어른이보험의 인기 요인이다. 성인이지만 더 저렴하게 더 큰 보장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어린이보험, 어른이가 더 유리
어린이보험을 추천해달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어느 보험사의 어떤 상품에 가입하는 게 좋냐”는 질문이 대부분이다. 필자는 보험 만기를 너무 길게 가져가지 말라고 조언한다.
아이가 성인이 되기까지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최소 20년이 지나 성인이 된 시점이라거나 어쩌면 50년 이후에 발생할 질병까지 현재 시점에서 모두 예측할 수 있을까. 암은 정복된 질병일 수도 있다.
단순하게만 생각해도 수술의 방식 자체가 현재와는 전혀 다를 가능성이 크다. 개복 수술은 과연 50년 후에도 남아있을지 알 수 없다. 현재까지도 보험 약관상 규정하는 수술의 정의는 ‘생체의 절단, 절제 등의 조작을 가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서는 이 방식이 수술과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보험은 약관에서 정하지 않는 방식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처럼 보험은 상당히 장기간을 보장하는 상품이지만 일종의 ‘유행’을 탄다. 성인이 되기 전, 혹은 아이가 경제활동을 시작하기 전을 기점으로 어린이보험에 가입하라 권유하는 이유다.
하지만 어른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성인이 되기 전 가입하는 것보다 최대 20년까지도 시간에서 이득을 보지만, 혜택은 어린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고 연령에 대한 대비는 어른이에게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어른이보험의 가입연령이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4월 17일 기준 어른이보험의 가입연령이 30세에서 35세로 상향한 보험사는 K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등이다. 앞서 나열한 장점을 생각한다면 이제 35세 이전까지도 어린이보험 가입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겠다.
글 박영준(대한금융신문 기자)
※ 머니플러스 2023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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