캑터스PE, 아리바이오-소룩스 합병 난항에 '주름살' [넘버스]

2024년 5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아리바이오 AR1001 임상3상 유럽 임상연구자 미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아리바이오

뇌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 아리바이오에 300억원을 넘게 투자한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아리바이오와 소룩스의 합병 청사진에 금융당국이 메스를 들이대면서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아리바이오의 지분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탓에 캑터스PE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소룩스는 아리바이오와의 합병 승인을 받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 일정을 철회했다. 당초 이달 4일 진행하려 했지만 지난해 12월 다섯 번째로 제출한 합병신고서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또다시 정정 요구를 하면서 임시 주총을 취소했다.

소룩스가 아리바이오 흡수합병을 결정한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소룩스가 아리바이오를 흡수합병하고 통합법인 출범 후 사명은 아리바이오가 되는 방식이다. 소룩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34.23%를 보유한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다. 아리바이오의 최대주주는 지분 14.76%를 보유하고 있는 소룩스다. 즉 지배구조는 '정 대표→소룩스→아리바이오'로 이어진다.

아리바이오는 기술특례상장을 위해 총 세 차례 기술성 평가를 진행했지만 모두 낙방했다. 지난해 중에도 기술특례상장을 시도하려 했지만 정 대표가 소룩스 최대주주로 오르면서 두 회사의 합병이 추진됐다. 아리바이오의 우회상장 의혹도 있었지만 거래소는 우회상장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8월 최초로 합병신고서를 제출했을 때만 해도 지난해 11월 합병이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결국 해를 넘겼다.

아리바이오 주주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에 캑터스PE의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2년 1월 캑터스PE는 메이슨캐피탈과 결성한 '메이슨캑터스헬스케어투자조합 1호'와 '메이슨캑터스혁신성장투자조합 2호'를 통해 아리바이오가 진행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8.14%를 확보했다. 메이슨캐피탈의 최대주주는 지분 47.31%를 보유한 '캑터스바이아웃제6호사모투자합자회사'다. 해당 합자회사의 업무집행자는 캑터스PE다.

당시 1호와 2호는 각각 아리바이오 주식 77만9927주, 88만8644주를 주당 2만700원에 인수하며 총 345억원을 사용했다. 지난해 말 소룩스가 제출한 합병신고서에 따르면 해당 투자조합이 보유한 주식 수는 변동이 없다.

캑터스PE 입장에서 문제는 합병이 미뤄짐과 동시에 아리바이오의 기업 가치가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룩스와 아리바이오의 합병비율은 1: 1.8547163다. 즉 아리바이오 주식 1주당 소룩스 주식 1.85주가량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다만 최초로 제출한 합병신고서에서 소룩스와 아리바이오의 합병비율은 1: 2.5032656였다. 합병신고서를 정정하면서 아리바이오의 합병비율이 낮아졌다.

만약 소룩스가 마지막으로 제출한 합병신고서에 따라 신주가 분배되면 캑터스PE는 소룩스 보통주 309만4725를 교부받게 된다. 지난 6일 종가 기준 소룩스의 주당 가치는 6800원이다. 흡수합병 발표 후 1만41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합병이 미뤄지면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전날 종가 기준 캑터스PE가 보유한 소룩스 지분 가치는 210억원이다. 초기 투자금 대비 100억원을 넘게 손해 보게 된다.

다만 소룩스와 아리바이오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주가 상승을 기대해볼만 하다. 마지막 합병신고서에 따르면 아리바이오의 향후 3년 영업익 추정치는 △2026년 1924억원 △2027년 2362억원 △2028년 1804억원이다. 지난해 9월 누적 영업손실이 136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실적이 큰 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익 추정치는 현재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 중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AR1001'이 환자 투약 완료 등 일정이 예상대로 진행된 후 대규모 글로벌 판권 수출을 감안했을 때 수치다.

정 대표의 합병 의지도 강하다. 정 대표는 올초 서한을 통해 "합병법인 출범이 해를 넘긴 것에 대해 사과한다"며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합병이 반드시 필요하며 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리바이오 관계자는 "합병신고서는 금융당국의 정정 요구로 보완 중"이라며 "합병 의지는 여전히 강하다"고 말했다.

유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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