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인천해양박물관, 6월 이달의 해양유물로 하멜표류기 선정

17세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아시아 각지에 상관(商館)을 설치하며 해상 교역망을 확대해 나갔다. 이러한 가운데 동인도회사 소속 상선 스페르베르(Sperwer)호가 1653년 8월 제주도 해안에 표착하며 네덜란드인들의 조선 체류가 시작됐다.
이들은 서울로 이송되어 효종을 알현하고 송환을 요청했으나 허락받지 못하고 약 13년 동안 조선에 머물렀다. 이후 일부 선원이 일본 나가사키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고 나머지 인원도 송환되면서 이들은 비로소 네덜란드로 귀환할 수 있었다.
스페르베르호의 서기(書記)였던 하멜은 조선에서 장기간 체류하게 된 경위와 자신들에게 표류의 책임이 없음을 설명하고, 체류 기간 동안 미지급된 임금을 청구하기 위해 조선에서의 경험과 견문을 기록으로 정리했다.
하멜이 작성한 이 기록은 『하멜표류기』로 출판, 널리 알려지게 됐다. 『하멜표류기』에는 표류 과정과 조선에서의 체류 경험을 비롯해 조선의 지리와 산업, 정치와 군사 체계, 대외관계, 생활양식과 풍습 등에 대한 내용이 상세히 담겼다.
당시 조선의 사회와 문화를 서양인의 시각에서 생생하게 전달하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다만 외부인의 관찰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만큼 일부 내용에는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편향된 인식도 나타난다.
17세기 유럽은 대항해시대 이후 항해기와 탐험기의 출판이 유행하였으며, 무역을 통해 막대한 부를 얻을 수 있는 아시아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그동안 유럽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의 이야기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하멜표류기』는 네덜란드에서 출판된 이후 프랑스어판, 독일어판, 영어판 등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출판되었으며, 이는 조선에 대한 당시 유럽 사회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그러나『하멜표류기』는 출판과 번역 과정에서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과 삽화가 삽입되거나, 일부 판본에는 원문에 없는 내용이 추가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조선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가 확산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멜표류기』는 조선이 개항하는 19세기까지 서구 사회가 조선을 이해하는 주요 자료로 활용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배종진 기자 jongjb@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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