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캠프 정책총괄 "대선 당일에도 명태균 보고서로 회의했다"
대통령실과 명태균 씨의 일치된 거짓말이 명백한 증거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지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9일, 명태균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작성한 비공표 여론조사 보고서(이하 '명태균 보고서')가 윤석열 캠프에 전달된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윤석열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지낸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당일 캠프 핵심 참모진들에게 '명태균 보고서'가 공유됐고, 이를 토대로 전략 회의도 했다"고 폭로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신 씨는 당시 자신이 받아서 가지고 있던 '명태균 보고서' PDF 파일을 공개했다.
명태균 논란이 불거지자 대통령실은 대선 후보 경선이 끝난 뒤에는 윤석열 후보가 명 씨를 만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경선이 끝난 건 2021년 11월 5일이다. 따라서 이 해명이 진실이 되려면 윤석열 후보 측이 경선 후에 만들어진 '명태균 보고서'를 갖고 있어선 안 된다. 명태균 씨도 언론을 통해 공표한 여론조사 외에 미래한국연구소의 비공표 여론조사(명태균 보고서)는 윤 후보에게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공짜로 맞춤형 여론조사 결과를 받았다면, 이는 윤석열 후보가 명 씨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셈이 된다. 이 때문인지 대통령실과 명 씨 양측 모두 일관되게 '명태균 보고서'의 존재와 전달을 부인해왔다. 그러나 윤석열 캠프 핵심 참모 신용한 씨의 폭로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명태균 씨의 해명은 모두 거짓이었다.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 "대선 당일에 <명태균 보고서> 받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장관급)을 지낸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영입 인재 15호로 발탁된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2년 전 대통령 선거 때만 해도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정책과 공약을 만드는 정책총괄지원실장이었다. 신 씨는 직함 그대로 '정책과 공약'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실무 책임자였다면서 당시 자신의 명함을 꺼내 보였다. 분야별 전문가 600여 명의 보고를 받아 취합하고 정리해서 윤석열 후보에게 보고하는 위치였다고 한다.
신 씨는 핵심 참모진 20명 가량이 모이는 캠프 회의에도 참석했다. 아침에는 분야별 실무 책임자가 모이는 '전략조정회의', 저녁에는 '일일상황점검회의'라는 이름의 회의가 대선 당일까지 매일 열렸다. 국민의힘 이철규, 윤재옥, 김은혜, 이상휘, 강명구 의원,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김오진 전 대통령실 비서관 등이 회의 멤버였다. 중요한 회의 결과는 대부분 윤석열 후보에게 보고됐으며, 때로 윤석열 후보가 회의 석상에 나타나기도 했다고 한다.
"전략상황(조정)회의에는 각 파트별 일종의 실무 책임자들이 차출됐다라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 공항공사 사장으로 내정되었다고 알려진 김오진 전 (대통령실) 비서관, 국토부 차관도 하신 분이죠. 또 보훈부 장관하던 박민식 장관도 회의 멤버였고. 또 국회의원 하시는 이상휘 의원도 계셨고, 강명구 팀장은 당시에 전체적인 수행 일정을 짜는 일을 했고, 김은혜 의원 등 홍보 공보 쪽 멤버들 대부분 들어와 있었죠."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거의 상시적으로 많이 논의가 됐고, 특히 선거 한 60일 30일 임박했을 때는 여론조사를 놓고 예를 들어 이런 지시를 하죠. 어디 어디가 생각보다 낮게 나온다. 그러니 어디 어디 위원장이나 조직 담당에게 거기에 뭐 뭐를 보강해야 되겠다. 데이터를 보고 긴급하게 동선을 바꾸는 거죠."
"전략상황(조정)회의에서 자주들 얘기를 해요. 제가 불법으로 입수할 길은 없잖아요. 종이는 당연히 봤을 거고, 그 당시에 그 파일을 임박해서는 예를 들어서 급하게 막 회의가 이루어질 때는 미리 주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전략회의에서 그런 논의를 했으니까 제가 그걸(명태균 보고서) 저기를 가지고 있겠죠."
- 신용한 전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 인터뷰 중
신 씨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자신이 갖고 있던 2022년 3월 8일자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보고서(명태균 보고서) PDF 파일을 증거로 제시했다. 신 씨는 이 파일을 자신의 외장하드에서 발견했다고 말했다. 외장하드에는 자신이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할 때 만들거나 수집한 약 7기가 바이트 분량의 자료가 담겨 있었다.
신 씨는 이 '명태균 보고서' 파일이 대선 당일인 3월 9일, 핵심 참모진들에게 공유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신 씨는 자신의 외장하드 '전략조정회의' 폴더에 파일을 저장했다. 저장한 시점은 PDF 파일에 '수정한 날짜'로 나오는 2022년 3월 9일 오후 2시 31분이다.
그런데 이 PDF 파일의 문서정보값을 보면, 파일이 최초로 만들어진 '만든 날짜'는 3월 8일 오후 6시 20분이다. 미래한국연구소의 강혜경 씨가 '명태균 보고서' PDF 파일을 최초로 만든 시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문서정보값은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 즉 '메타 데이터'라고 부르는데 이를 사용자가 임의로 조작할 수 없다. 외장하드 속 '명태균 보고서'가 신 씨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명백한 물증이 되는 이유다.
미래한국연구소 보고서 원본과 대조해보니 정확히 '일치'
신용한 씨의 외장하드에 담긴 '명태균 보고서'는 총 37쪽, 윤석열 후보의 당선이 확실하다는 예측이 주된 내용이다. 뉴스타파는 이 보고서가 실제로 미래한국연구소가 만든 것이 맞는지 추가로 확인해봤다. 강혜경 씨는 지난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미래한국연구소가 만든 여론조사 보고서 일체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대선 하루 전날인 3월 8일에 강 씨가 작성한 <2022. 차기 대통령 선거 면밀조사 결과 보고서 9차>가 포함됐다.
강 씨가 만든 보고서를 신 씨의 외장하드에서 나온 '명태균 보고서'와 비교해봤다. 제목과 내용, 분량은 물론 보고서를 PDF 파일로 만든 시각까지 정확하게 일치했다. 위조나 변조, 조작의 가능성은 찾을 수 없었다. 신 씨가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명태균 보고서' 파일을 제보한 시점은 강혜경 씨가 국회에 자료를 제출하기 훨씬 전이다.
앞서 강혜경 씨는 "매일 윤석열한테 보고해줘야 돼"라고 말하는 명태균 씨의 통화 음성을 공개했다. 신 씨의 이번 증언은 명 씨가 말한 그 '보고'가 사실이며, 그 '보고'가 대선 당일까지 지속적으로 이뤄졌던 정황을 가리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제 와서 몰랐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말"
신 씨는 '명태균 보고서'가 캠프로 전달된 경로는 정확히 특정하지 못했다. 신 씨는 캠프 전략기획부총장 이철규 의원이나 선대본부장 겸 상황실장을 맡았던 윤재옥 의원이 여론조사 데이터를 주로 공유했던 것으로 기억했다. 캠프 회의에서 여론조사 데이터는 늘 중점적인 논의 대상이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후보의 일정과 동선이 하루아침에 바뀔 정도로, 여론조사 보고서의 힘은 강력했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캠프에 '명태균 보고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보고 받은 사실이 있을까.
신용한 씨는 참모진 회의에 등장한 '명태균 보고서'의 존재를 윤석열 대통령이 이제 와서 몰랐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평소에도 참모진 회의 결과는 대부분 윤석열 후보에게 보고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선 하루 전 자신의 승리를 예측한 여론조사 결과를 대통령이 보고받지 못 했을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이를 두고 신 씨는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신 씨는 윤 대통령이 정말로 몰랐다면, 참모인 자신이 어떻게 '명태균 보고서'를 파일 형태로 받을 수 있었겠냐는 반문도 덧붙였다. 신 씨는 명태균 씨나 강혜경 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다. 더구나 공짜 여론조사 의혹이 불거지기 전까지는 자신의 외장하드에 '명태균 보고서'가 있다는 사실조차 떠올리지 못 했다고 한다.
이제 윤석열 캠프에 '명태균 보고서'가 존재했다는 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 됐다.
"여론조사에 대한 건 회의할 때 보면 윤재옥 상황실장이나 이철규 의원 등등이 말로 지금 어디가 어떻게 취약한데 이걸 어떻게 보강하면 좋겠느냐 이런 말씀이 있으셨던 걸로 기억이 되고. 데이터는 이철규 의원님께서 전략 쪽이었으니까, 그쪽에서 주로 받아서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전체적인 거는 제 기억으로는 이철규 의원님쪽에서 했던 것 같아요."
"최종적으로 윤석열 후보가 보고를 받았다고 저는 추정합니다. 제가 (윤석열 대통령이 보고서를 보거나) 놓는 등의 장면을 보지는 않았어도 그건 당연히 어떤 그런 속에서의 흐름이고 일정이 짜여지고 정책이 바뀌고 막 하니까. 회의 결과도 보고하고 여론조사를 갖고, 하여튼 계속 회의를 한 거니까 윤통이 몰랐다라고 하는 거짓말이지 뭐. 그건 거짓말이지.
"윤통은 이렇게 이제 빠져나가려고 하겠죠. 실무자들이 하고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하라는 대로만 나는 어디 가라 하면 가고 이렇게 했다고 말하겠지 본인이 빠져나가는 건 그거겠죠. 현실에서는 그건 있을 수가 없죠. 예를 들어서 아까 좀 순화해서 얘기했지만 (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은) 짜증 무지하게 잘 내거든. 경남 가기로 했는데 왜 갑자기 인천이야 막 이렇게 하고 이제 막 성질낸단 말이에요. 실무적인 걸 자세히 설명을 했으니까"
- 신용한 전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 인터뷰 중
윤재옥· 이철규 "윤석열 캠프는 명태균 혹은 미래한국연구소와 관계없다"
신용한 당시 정책총괄지원실장의 증언을 통해 ▲윤석열 캠프가 '명태균 보고서'를 전달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 보고서를 선거 전략 수립에도 활용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신 씨의 증언은 강혜경 씨의 주장과도 이어진다. 강혜경 씨는 명태균 대표가 여론조사 비용 대신 김영선 의원의 공천을 받아온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강 씨의 주장이 진실이 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명태균 씨가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를 윤석열 후보 혹은 윤석열 캠프에 전달한 사실이 있어야 한다. 둘째, 윤석열 캠프가 명 씨에게 여론조사 비용을 지급하지 않았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명태균 보고서'가 윤석열 캠프에 전달됐고, 이를 토대로 회의까지 한 사실이 밝혀졌다. 신 씨의 증언으로 첫째 조건이 확인된 셈이다. 둘째 조건, 즉 윤석열 캠프가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 비용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는 건 공표된 회계 자료를 통해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이에 따라 강 씨의 주장은 진실로 입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대통령실과 명태균 씨가 첫째 조건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강제 수사가 불가피하다. 이번 신용한 씨의 증언은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및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혐의 수사로 이어질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단서다. 언론이 공개한 단서에도 검찰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의구심이 커질 것이다.
뉴스타파는 윤재옥 의원과 이철규 의원에게 캠프에서 '명태균 보고서'를 공유하거나 논의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윤재옥 의원은 "명태균 보고서를 본 적도 받은 적도 없다"고 답했다. 이철규 의원은 "윤석열 캠프는 명태균 혹은 미래한국연구소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서 신 씨의 주장을 전면 부정했다.
뉴스타파 이명선 sun@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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