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재료, 가격은 두 배?!

이 장면을 보라. 이탈리아 출신 셰프 파브리가 외식사업가 백종원과 한국 파스타에 관해 이야기하는 모습인데, 이탈리아 파스타보다 양도 많지않은 한국 파스타 가격이 비싸다는 게 파브리의 설명. 유튜브 댓글로 “한국에서 파스타는 다른 면 요리보다 유독 비싸게 파는 것 같은데, 왜 그런 건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파스타는 다른 면 요리보다 얼마나 더 비쌀까. 몇가지 자료가 있는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외식업체 식재료 구매현황’에 따르면 가장 최신자료인 2021년 기준 면 종류 대표음식 가격을 보니까, 칼국수 짬뽕 우동 쌀국수 평균 판매 금액은 7000원에서 8000원대 초반인 것에 비해 스파게티만 평균 가격이 1만1300원이었다. 7000원인 칼국수보다는 60%가 비쌌다.

다른 자료에서도 작년 기준 전국의 스파게티 평균 가격은 1만2200원인 반면 칼국수는 7300원이다. 표본조사다 보니 지역별로 편차가 있을텐데 이 자료는 수많은 음식점들을 말그대로 뭉뚱그려 평균낸 가격인 거고, 칼국수와 스파게티 가격의 대략적인 차이 정도를 참고할 수 있겠다. 요즘 가격이 많이 오른 냉면이 이 두 음식의 중간값 포지션인데, 한국소비자원 조사를 보면 지역별로 편차는 있지만 대략 냉면 한 그릇 평균은 9000원~1만원선이다.

그렇다면 파스타의 재료와 조리 과정은 칼국수와 60~70%의 가격 격차를 낼 만큼의 가치가 있는걸까. ‘조개를 이용한 면 요리’라는 공통점이 있는 봉골레 파스타와 바지락 칼국수를 비교해봤는데, 우선 재료 가짓수는 바지락 칼국수가 봉골레 파스타보다도 많았다.

봉골레 파스타의 재료는 파스타 면, 바지락, 양파, 마늘, 페페론치노, 화이트와인, 레몬주스, 소금, 후추로 총 9가지.물론 모시조개를 활용하면 가격이 조금 더 올라갈 것이다.

바지락 칼국수에 들어가는 재료는 칼국수 면, 바지락, 애호박, 당근, 청양고추, 국간장, 소금, 액젓, 다진 파, 마늘, 간장, 고춧가루, 참기름, 다시멸치, 북어 머리, 무, 다시마, 파 뿌리로 총 18가지였다.

일단 만드는 과정 자체는 둘 다 심플해서 특별한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이주현 푸드 칼럼니스트&요리연구가
"들어가는 재료도 비슷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딱 결과물만 봤을 때 ‘들어가는 재료가 칼국수랑 비슷한데 (봉골레 파스타는) 왜 이렇게 비싸냐’ 하는 의문은 충분히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음으로 면 종류인데 파스타 면을 만들 때 사용하는 밀가루 종류는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파스타 면 전용인 듀럼밀로 만든 세몰리나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 시중에 판매되는 가격을 확인해보니 칼국수 재료인 중력분 가격과는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또 식당에서 판매하는 파스타의 경우 불의 세기나 핸들링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라서 요리사의 내공과 기술이 파스타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이주현 푸드칼럼니스트의 설명.

그런데 이런 식재료나 셰프의 기술보다 정작 파스타 가격에는 ‘문화적 인식 차이'가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이주현 푸드 칼럼니스트의 의견이었다.

이주현 푸드 칼럼니스트&요리연구가
"음식은 받아들이는 나라나 환경에서 어떻게 가치를 부여하냐에 따라서 가격이 책정되는 게 굉장히 큰 것 같아요. 저희는 솔직히 쌀로 만든 요리나 쌀로 만든 떡이 너무 익숙해서 정말 흔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문화를 특별하게 여기는 사람들한테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음식을 엄청 비싸게 주고 팔아도 너무 좋아하면서 그걸 기꺼이 사 먹잖아요."

김영갑 호텔외식경영학부 교수는 파스타의 경우 음식 그 자체로만 소비하는 게 아니라 공간의 분위기, 직원의 응대 등 부가적인 서비스를 함께 소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격이 일반 면 요리와 비교해 비쌀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학교 호텔외식경영학부 교수
"파스타는 배가 고파서 먹는 음식이 아니라는 거잖아요. 재료도 재료지만 서비스를 더해서 판다는 거예요. 그런데 서비스라는 말속에는 정말 많은 의미가 들어가 있어요. 공간도 다르죠."

높은 임대료로 인한 고정비 증가도 파스타 가격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라는데, 파스타 전문점의 경우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입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

김영갑 한양사이버대학교 호텔외식경영학부 교수
"(파스타 가게가) 잘 되는 데들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일 거예요. 그만큼 유동인구가 많고 그러면 (임대)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잖아요. 고정비가."

이런 나름의 이유가 없는 건 아니지만 파스타는 앞서 우리가 영상으로 만들었던 충무김밥이나 족발, 아구찜 등과 함께 대표적으로 비싼 음식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은데 파스타 전문 음식점에서는 따로 팔던 샐러드를 세트로 끼워서 가격을 높인다던지 하는 식으로 가심비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곳들이 여전히 많아서가 아닐까.

이주현 푸드 칼럼니스트&요리연구가
"계속해서 수요가 증가하다 보니 가격대를 낮출 이유가 없는 거죠. 그러다 보니 다른 레스토랑들도 우리가 생각하는 기본적인 선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냥 으레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