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야구 콘텐츠를 조금이라도 챙겨보는 사람이라면 “블랙퀸즈 성장세”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었을 것이다. 단순히 예능에서 열심히 훈련해서 조금 나아졌다는 정도가 아니라, 경기 흐름과 결과 자체가 “이 팀은 진짜로 달라졌다”는 걸 계속 증명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그 출발점이 워낙 처참했기에, 지금의 변화는 더 크게 보일 수밖에 없다. 바로 채널A 야구여왕 이야기다.

블랙퀸즈의 시작은 미화할 수 없는 바닥이었다. 첫 연습경기에서 기록된 0대36이라는 점수는 단순한 대패가 아니라, 야구라는 종목 자체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는 걸 그대로 보여줬다. 낫아웃 규칙을 몰라 우왕좌왕하고, 중계 플레이가 되지 않아 공이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슬라이딩 스텝조차 생소해 보이던 장면들이 방송에 고스란히 담겼다. 1회에만 27점을 내주는 과정에서 추신수 감독이 경기 중단을 요청했던 장면은, 이 팀이 어디서 출발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요한 건 이 참패가 편집으로 가려지지 않고 그대로 공개됐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잘하는 팀이 아니라, 야구의 가장 낮은 지점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 이후 모든 성장 서사의 토대가 된다.

이후 블랙퀸즈가 처음으로 “팀답다”는 평가를 받은 경기는 경찰청 여자야구단과의 첫 정식 경기였다. 결과는 25대15 승리. 스코어만 보면 난타전이지만,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분명 이전과 달랐다. 중반까지 접전을 이어가다 수비 실책으로 흔들렸고, 그대로 무너질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삼진 하나로 흐름을 끊고, 공격에서 차근차근 점수를 쌓아 역전에 성공했다. 특히 신소정의 홈런과 송아의 그라운드 홈런이 터지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오는 장면은 “이제 야구다운 승리를 한다”는 인상을 남겼다. 추신수 감독이 승리 직후에도 “상대 실책 덕이 있었다”고 냉정하게 평가한 발언 역시, 이 팀이 아직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두 번째 승리였던 레이커스전은 성장세를 확신으로 바꾼 경기였다. 10대5 승리라는 결과보다 더 눈에 띈 건 경기 운영이었다. 장수영이 투구 수 100개를 넘기면서도 끝까지 버텼고, 위기 상황에서 삼진과 병살타로 이닝을 정리하는 장면들이 반복됐다. 이전처럼 실책이 연쇄적으로 나오지 않았고, 상대의 흐름을 끊는 방법을 선수들이 몸으로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경기 후 코칭스태프가 “오늘이 제일 야구 같았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시점부터 블랙퀸즈는 ‘열심히 하는 팀’이 아니라 ‘야구를 아는 팀’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물론 성장 드라마에는 반드시 좌절이 필요하다. 블랙퀸즈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정식 경기에서 보기 드문 삼중살을 당하며 분위기가 한순간에 가라앉았고, 빅사이팅과의 경기에서는 5대6으로 아쉬운 패배를 맛봤다. 하지만 이 패배가 의미 있었던 이유는, 그대로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이제 더는 지지 않겠다”는 각오로 혹독한 훈련에 들어갔고, 그 결과는 다음 경기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드래곤즈전 25대7 대승은 블랙퀸즈 성장세를 설명하는 결정적 장면이다. 상대는 여자야구 랭킹 13위로 소개될 만큼 경험과 전력을 갖춘 팀이었다. 그런데 블랙퀸즈는 1회부터 홈런으로 주도권을 잡았고, 타선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초반에 승부를 갈라버렸다. 김온아는 선발 투수로 삼진을 쓸어 담는 동시에 타석에서는 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며 MVP에 올랐다. 송아 역시 거의 완벽에 가까운 타격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경기는 “상대가 약해서 이긴 경기”가 아니라, 강팀을 상대로 투타가 동시에 폭발한 경기였기에 ‘압도적 성장’이라는 표현이 붙었다. 박세리 단장이 0대36 대패를 떠올리며 감회를 밝힌 것도, 이 변화의 폭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준다.

블랙퀸즈가 계속 화제가 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야구 룰이 머리가 아니라 몸에 붙기 시작했고, 투수 운용이 상황에 맞게 유연해졌으며, 한 번에 점수를 몰아내는 공격 패턴이 생겼다. 무엇보다 크게 지고 나서 훈련을 거쳐 다음 경기에서 확 달라지는 ‘학습의 흔적’이 경기력으로 남는다. 여기에 훈련일지와 하이라이트 영상이 꾸준히 공개되면서, 성장 과정 자체가 기록으로 쌓이고 재생산된다. 그래서 이 팀의 이야기는 단순한 미담이 아니라, 결과로 설명되는 성장으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블랙퀸즈의 성장세는 분위기 좋은 말이 아니다. 0대36이라는 바닥에서 출발해, 정식 경기 첫 승, 연속 승리, 패배 후 학습, 그리고 강팀을 상대로 한 대승까지 이어진 흐름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다. 그래서 사람들이 요즘 유독 이 팀을 이야기한다. 이건 예능의 연출이 아니라, 경기 내용이 만든 서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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