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설계사 남편이 '구축 아파트'를 고치자?! 헉 대박~
안녕하세요, Jason입니다. 글로벌 건축 설계사를 그만두고, 언젠가는 다시 예술을 할 날을 꿈꾸며 현재는 건설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어려서부터 아름다운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자연스레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도 커져갔습니다.
그렇게 20대부터 차근차근 공간을 갖고자 준비하다 보니 30대가 된 지금 조금은 빠르게 집을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집을 갖게 된 이후부터는 자연스레 제가 그려왔던 저 나름의 취향을 담은 공간을 실현해 가는 게 취미가 되었어요. 주로 최근 트렌드가 어떤지 임장을 다니거나, 반대로 트렌드에서 벗어난 새로운 아름다운 아이템들을 찾기 위해 여러 작가님들의 아틀리에를 탐방 다닙니다.
오늘은 건축을 업으로 하는 제가 여러 노하우를 담아 꾸민 신혼집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제 인사이트가 많은 분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집 정보
| 아파트 25평
| 미니멀, 오리엔탈, 모던 스타일
| 전체 리모델링
| 도배, 문틀, 목공, 바닥, 필름, 타일 시공
| 약 4,000만 원
순정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다
| BEFORE
이 집은 시공 전 해당 아파트의 '순정'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전 집주인이 관리를 잘한 덕에 곰팡이, 누수의 흔적 하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깔끔하게 유지된 모습이었습니다.
| 건축 업계 종사자의 노하우 3
제가 집을 꾸미는 노하우를 세 가지로 요약 드리겠습니다.
평소 생활 패턴과 좋아하는 취향을
메모하고 반영한다.
새로운 공간에 덜컥 들어서게 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건드려야 할지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핀터레스트에서, 인스타그램에서 그때그때 맘에 드는 형태로 집을 꾸미게 되면 기능과 형태 모두 엉망진창인 잡동사니 집이 되곤 합니다.
집이라는 공간은 남에게 보여주는 공간이기 전에 온전히 나의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스스로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꾸준히 기록하고 ‘어떻게 하면 실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는데요. 그 덕분에 인테리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오래 지내도 질리지 않고 고유한 아름다움이 있는 집 꾸미기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사는 사람이 있다면
충분히 의견을 듣고 형태와 기능에 반영한다.
저 또한 처음 제 자취 공간을 가졌을 때 보여주기 위한 집 꾸미기를 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제 짝이 생기고 함께 하는 공간이 생기면서 외관보다는 함께하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은 공간이 제겐 첫 번째 가치가 되었습니다.
요리를 좋아하는 제 짝에게는 조금 더 넓은 주방이 구획되어야 했고, 넓은 화장대를 위한 공간을 만들기도 해야 했습니다. 또 답답한 공간을 싫어하는 제 짝을 위해 바깥을 볼 수 있는 소파 배치도 필요했습니다. 이런 요구사항들을 만족시키면서 협의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저희만의 유니크한 공간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디자인 원칙을 세우고
통일성 있는 디자인을 적용한다.
그렇게 기능을 충분하게 반영한 공간은 마지막으로 디자인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저희 집을 예로 들면, 25평이라는 소형 평수에는 통일성 있는 디자인을 통해 더 넓어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얻을 수 있었어요. 또 아이보리를 베이스로 비슷한 톤의 가구, 그리고 차분한 블랙 컬러의 가구를 이용하여 포인트를 줬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방이 비슷한 느낌으로 심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포인트 조명을 통해 각각 다른 조도를 연출하여 특색을 부여했습니다.
| 내 집을 인테리어하며..
이번 인테리어는 여러모로 느낀 게 많았던 경험이었어요. 그중에서도 이 집에서 함께 지내게 될 가족 구성원, 짝과 있었던 해프닝 속에서의 배움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공간을 처음 계획할 땐 건축이 제 직업이기에, 제가 주가 되어 모든 계획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처음 디자인 안을 아내에게 발표했고 많은 피드백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불편한 화장대는 무엇이며, 수납공간은 도대체 왜 이렇게 적은지, 화장실에 먼지는 어떻게 관리하려고 이런 색의 타일을 쓰는 건지 등 아주 논리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이었죠.
사실 저는 지금까지 디자이너의 삶을 살아왔기에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생각했거든요. 그 과정에서 자존심도 상하고 다양한 감정을 겪었지만, 집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오랜 협의 덕에 결과적으로 아름다우면서도 기능적인 공간을 구현했고, 지금까지 실제로 그곳에서 지내며 몸소 이를 깨닫고 있습니다. 만약 제 성질대로 밀어붙였다면 정말 불편한 집이 되었을 겁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또 차선책을 찾아보며 만들어낸 훌륭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사람 사는 게 그런가 봅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또 함께 머리를 맞대면 더 나은 결과를 이끌 수 있음을 배운 좋은 계기였습니다.
공간 둘러보기
| 현관
- 답답한 것을 싫어하는 아내를 위해 중문 미설치
- 중요한 의미를 담은 향수장 설치
- 신발장 추가 제작
- 센서등 시공
- 300*300사이즈 타일 설치
그럼 집으로 들어가 볼까요? 현관의 메인은 향수장입니다. 제게 있어서 향수장은 '제 성장과정의 기록보관소' 같은 역할을 하는데요. 예전 누군가와 함께 공간을 방문했을 때 기억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싶어서, 함께 지냈던 사람들의 향 그리고 공간의 향을 찾고 모으고 있거든요. 이런 의미의 향수장을 강조하기 위해 장의 하부에는 센서등을 달아주었습니다.
덕분에 이곳은 외부인이 저희 집으로 들어오는 경계이자, 온전히 저희 부부의 세계로 초대하는 공간이 되었어요.
| 거실
- 강마루 교체
- 우물천장 제거 후 미니멀한 평천장 시공
- 몰딩, 걸레받이 최소 사이즈로 시공
다음으로 거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요즘 많은 아파트가 발코니를 확장하지만, 저희는 단열이 약한 구축 아파트의 특성으로 확장 공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계획했던 거실의 규모는 소파에서 언제나 손을 뻗어 커피 테이블 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또 답답함을 싫어하는 아내를 위해 소파는 바깥의 숲을 바라볼 수 있게 배치했어요. 또 늘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각 소파를 'ㄱ'자 형태로 두었습니다. 덕분에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하기 참 좋은 공간이 되었습니다.
거실의 전반적인 색은 베이지와 아이보리입니다. 덕분에 늘 따뜻하고 포근한 무드가 맴돌아요.
| 주방
- 상부장, 하부장, 냉장고장 제작
- 'ㄷ'자 주방 시공
- 600*600 벽타일 시공, 인조대리석 상판 제작
원래 주방은 일자 형태로, 집에서 음식 해먹기를 즐기고 다도와 디저트를 즐기는 저희에게 수납이 크게 부족했습니다. 또 주방과 거실이 마주 보고 있기에, 레이아웃 조정이 필수적이었어요. 그래서 고안해 낸 구조가 'ㄷ'자 주방이었습니다.
특히 'ㄷ'자 주방을 만들며 새로 생긴 아일랜드 장과 하부장에는 많은 수납공간을 계획해 보았습니다. 25평의 작은 아파트였기 때문에 더욱 집중한 것 같아요. 지금은 넉넉한 수납으로 생활용품, 주방 용품을 여유롭게 정리할 수 있게 되어 만족스럽습니다.
저만의 수납 노하우는 'ㄷ'자 형태의 코너 부분을 활용하는 겁니다. 이 방법만으로 일반 비스포크 프리스탠딩 냉장고 용량(850L)의 수납공간을 확보할 수 있거든요.
| 침실
- 면조명 제거, 다운라이트 조명 시공
- 몰딩, 걸레받이 최소 사이즈로 시공
- 강마루 교체
다음으로 침실을 소개해 드릴게요. 이곳은 오직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다른 잡다한 물건 없이 '침대만 있는 공간'으로 계획했습니다.
침실의 메인 컨셉은 아이보리 배경에 까만 침대 프레임으로 공간에 선을 그어주고, 조명과 소품을 통해 포인트를 주는 거였습니다. 또 침대 옆으로는 분위기와 어울리는 작품들을 함께 배치하여 공간의 볼거리와 악센트를 줬습니다.
또한 침실 역시 구축 아파트 특성상 단열이 약하기에 발코니 확장은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 서재
- 면조명 제거, 다운라이트 조명 시공
- 마루, 벽지 시공
여긴 저희 집의 서재입니다. 이곳을 구성하며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부분은 가변성입니다. 선반을 달아 서재 인테리어 가구로서의 기능과 장식장으로서의 기능을 함께 담을 수 있길 바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