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앙 의존적인 지방소멸대응기금

이재명정부의 국정과제가 나왔다. 향후 5년간의 국정운영 비전과 원칙 아래 5대 목표, 23대 추진전략, 123대 국정과제, 564개 실천과제를 담았다. 국정운영 5대 목표 중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국정과제로 ‘소멸위기지역 재도약을 위한 지원 강화’를 제시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문재인정부의 재정분권 2단계의 일환으로 2022년에 신설했다. 이 기금은 지방소멸 대응이라는 목적 달성(목적성), 지역 여건을 고려한 창의적이고 차별화된 사업 추진(자율성), 투자계획 평가로 사업 우수성에 따른 차등 배분(성과지향)을 기본 방향으로 삼아 2031년까지 10년간 매년 1조원을 89개 인구감소지역과 18개 관심지역에 지원하고 있다.
올해로 4년째를 맞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집행률 저조에 대한 비판과 지적이 높다. 이에 집행률 제고를 위해 기금 배분 및 평가제도 개선이 계속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026년도 지방소멸대응기금 운용 개선방안에서 “지방소멸대응기금, 잘 쓴 지역이 더 받는다”며 집행률 제고를 독려하고 있다. 또 성과 중심의 배분 및 평가체계 구축, 지방자치단체 사업 기획 역량 강화 지원 확대, 기금사업 관리시스템 구축 및 사업 변경 지원을 제시했다.
앞으로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지원 성과나 지역적 효과에 대한 입증 요구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나 올 4월에 발표한 통계청 자료를 기준으로 사망자가 많은 ‘인구의 데드크로스’를 분석한 결과는 참담하다. 229개의 지자체 중 92%에 해당하는 210개가 이미 데드크로스를 겪어 절대인구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정부는 소멸위기지역의 재도약을 위해 지방소멸대응기금의 규모 확대를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지원규모 확대의 불가피성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기금의 지원 성과나 지역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원방식 개선이 우선이다.
우리나라는 30년의 지방자치 역사에도 중앙정부 주도의 지방재정 지원 방식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여년 전에 도입된 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회계)는 국고보조금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단위의 포괄적 예산 지원을 표방했지만 부처 보조금 운용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균특회계는 지역자율계정보다는 중앙부처 주도로 편성하는 지역지원계정의 비중이 높다. 지자체의 자율성과 통합적 예산 운용으로 성과를 거두고자 도입했던 포괄보조금 방식은 실질적으로는 작동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의 경제평론가 조넨 쓰카사는 마스다 히로야류의 지방소멸 원인 진단과 정책 대응을 비판하면서, 지방소멸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으로 중앙정부 보조금 의존적인 재정 지원 방식을 꼽았다. 그는 중앙정부 보조금 의존적인 지방재정 운용으로 인해 지역 내 공공시설은 갈수록 늘어나고, 지자체는 공공시설의 유지·관리를 위해 지방재정을 사용하게 되면서 주민에게 돌아갈 재원이 부족해지고 지역경제는 침체돼 결국에는 지방이 소멸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서는 중앙정부 주도의 보조금 의존적인 재정 지원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이 목적성·자율성·성과 지향이라는 도입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주도의 재정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는 한편, 책임성에 기초한 지역 주도·자율성 강화, 분권형 재정 지원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 이를 통해 중앙-지방 간 기금 운용의 성과를 축적하고 공유와 신뢰의 기반을 쌓아야 한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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