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채용강요·공사방해... 산업현장 조폭식 불법 근절”
법무부가 재범위험성이 높은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 후 학교나 보육시설로부터 500m 이내에 거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 도입을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3년 법무부 5대 핵심 추진과제’를 보고했다. 미국 30개 주(州) 이상에서 시행 중인 제시카법은 2005년 2월 성범죄자 존 쿠이에게 강간·살해된 9세 제시카 런스퍼드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12세 미만 아동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게 평생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하며 학교, 공원 인근에 거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무부는 올해 상반기 안에 ▲학교나 어린이집·유치원 같은 보육시설로부터 500미터 이내 거주제한 ▲주간 등 특정시간대 이외 외출 제한 ▲19세 미만자에 대한 연락 및 접촉금지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조두순·김근식 같은 소아성기호증 성범죄자가 출소하면 사회로 곧장 복귀하는 것이 아닌 치료감호소에 수용케 하는 ‘사후적 치료감호제’도 올해 안에 도입해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형 제시카법’의 적용 대상인 ‘고위험 성범죄자’로는 성범죄를 반복적으로 일으켰거나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성범죄자 등으로 규정할 예정이다.
한 장관은 “작년 고위험 성범죄자 출소를 앞두고 많은 국민이 불안감과 우려를 나타냈다”며 “그러나 현재 시스템으로는 반복되는 불안을 불식시킬 근본적 대책이 없어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마약과의 전쟁”… 조폭, 전세사기 등 민생범죄 엄단
법무부는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늘어난 마약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전국 4대 검찰청(서울중앙·인천·부산·광주)에 ‘마약범죄 특별수사팀 및 다크웹 전담수사팀’을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특수팀은 대규모 마약류 밀수출·입, 의료용 마약류 불법유통, 다크웹 등 인터넷 마약유통을 중심으로 광역단위의 합동수사를 전개할 예정이다. 특수팀에는 마약전담검사와 마약수사관, 지방세관의 공항·항만 마약밀수 전문인력, 식약처 및 지자체의 보건·의약 전문인력, 방통위의 마약류 판매광고 사이트 등 차단 및 삭제 전담인력이 투입된다.
올해 안에 전국 18개 지방검찰청에 검·경 수사협의체를 구축하고, 폭력조직 정보·DB를 공유해 조폭범죄를 근절하겠다는 계획도 업무보고에 포함됐다. 한 장관은 “주가조작, 무자본 인수합병(M&A), 불법사금융 등 기업인 행세를 하며 경제 질서를 어지럽히고 불법을 일삼는 조직폭력배를 척결하겠다”고 했다. 이른바 ‘빌라왕’ 사건과 같은 무자본 갭투자 전세 사기를 상반기에 집중 단속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피해 임차인을 지원하는 계획도 이날 보고됐다.
◇올해 상반기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
업무보고에는 올해 상반기 내로 ‘출입국·이민관리청’을 신설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기록적인 저출산·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가 꾸준히 감소하는 현실에서 날로 느는 국내 체류 외국인을 활용하는 정책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일손 부족 현상을 외국 인력으로 대응하기 위해 ‘저숙련 비자 트랙’으로 11만명을 신규 도입하고, ‘고숙련 비자 트랙’도 신설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연간 취업비자 총량 사전 공표제’를 시행해 예측 가능성도 높인다. 반면 불법체류자는 2027년까지 추진하는 5개년 계획에 따라 올해 불법체류자 41만명의 절반인 20만명대로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외국인 투표권 제도 중에서 불합리하거나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부분은 ‘상호주의’ 관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내용도 업무보고에 포함됐다.
◇“채용강요·금품갈취·공사방해... 산업현장 조폭식 불법행위 근절”
법무부는 경제와 국민 불편을 볼모로 한 ‘불법집단행위’에 대해 ‘불법과 비타협’ 원칙에 따라 배후까지 엄단하겠다는 계획도 업무보고에 포함했다. 각종 노조가 산업현장에서 기업 등을 상대로 저지르는 채용강요·금품갈취·공사방해 등에 대해 ‘조폭식 불법행위’라고 규정하고 이를 근절하겠다는 계획이다.
법무부는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 안에 불법집단행위를 한 이들에 대한 사건처리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와 행안부, 국토부 등과 협조해 행정제재 등 선제적 대응을 요청하는 업무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한 장관은 “법질서를 무시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고, 국민들이 더 이상 불법과의 타협을 용납하지 않고 반법치 행위에 대해 엄정하고 일관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적 선동, 사익 추구를 노린 온라인 마녀사냥, 좌표 찍기, 허위사실 유포 범죄에도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수사·재판 중 국외로 도피해 사법시스템을 조롱하는 국외도피사범을 반드시 검거·송환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수사 지연, 부실 수사 등 개정 형사법령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검·경의 업무를 규율하는 수사 준칙도 상반기 안에 개정한다. 대검 정보관리담당관실을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렸던 옛 수사정보담당관실 수준으로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검찰 내 공정거래·범죄수익환수 등 전문부서 증설을 추진하고, 국가 디지털포렌식 클라우드시스템·가상화폐 추적시스템도 도입한다.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민법도 전면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전자 주주총회 제도 도입, 현물·주식 배당 활성화 등을 담아 상법도 개정한다. 론스타 사건과 같은 국제투자 분쟁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자 국제법무업무를 총괄하는 ‘국제법무국’(가칭)을 올해 상반기에 신설한다.
법무부는 사각지대 인권보호를 위해 범죄 피해자 맞춤형 원스톱 지원체계를 올해 6월에 마련하고, 검찰 내 여성·아동범죄 조사부와 피해자지원 전담부서 증설을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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