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명 죽인 케냐 식인사자…이빨에서 사람 DNA 확인

김효진 2024. 10. 1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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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대 아프리카 케냐에서 다수의 사람을 공격한 '차보 식인 사자(Tsavo Man-Eaters)'의 충치에서 사람의 DNA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차보사자 유골에 수천 개의 털 조각이 압축돼 쌓여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DNA를 분리한 뒤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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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효진 기자] 1890년대 아프리카 케냐에서 다수의 사람을 공격한 '차보 식인 사자(Tsavo Man-Eaters)'의 충치에서 사람의 DNA가 확인됐다.

'차보 식인 사자'의 두개골과 이빨. [사진=연합뉴스]

12일 과학저널 커런트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따르면, 리판 말리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캠퍼스 교수팀은 1926년 미국 시카고 필드 자연사 박물관에 기증돼 보관돼 온 차보사자 2마리를 연구했다.

갈기 없는 성체 사자였던 이 사자들은 1898년 사살되기 전까지 케냐 차보강 인근 교량 건설 현장을 습격해 노동자들을 잡아먹는 등 최소 28명을 죽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차보사자 유골에 수천 개의 털 조각이 압축돼 쌓여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DNA를 분리한 뒤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최근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는 고대 표본 DNA 추출·분석 기술을 적용했다.

털에 남아 있는 핵 DNA를 통해 사자에게 잡아먹힌 동물들의 연령 등 정보를 탐색하고, 핵 DNA보다 작지만 보존이 잘되는 미토콘드리아 DNA(mtDNA)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모계 혈통을 추적했다.

그 결과 차보사자의 이빨에 남아 있는 털은 기린, 얼룩말, 영양, 오릭스, 워터벅뿐 아니라 사람의 것으로 확인됐다.

기린은 케냐 남동부에 사는 마사이 기린 아종으로, 영양은 사자들이 사살된 곳에서 80㎞ 이상 떨어진 곳에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차보사자들이 멀리 이동하며 사냥을 했거나 차보지역에도 영양이 살았던 적이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사용된 방법이 다른 동물의 두개골과 이빨에서 먹이 동물의 DNA를 연구하거나 오래된 표본을 연구하는 데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말리 교수는 "생명공학 발전으로 유전체학처럼 과거 정보를 얻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나고 있다"며 "이 방법론은 수백 년에서 수천 년 전 고대 육식동물의 부러진 이빨에서 나온 털에도 잠재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newhjne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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