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펑 韓 상륙''…BYD·지커 이어 한국 시장 흔드는 中 전기차

이달 초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2025에서 샤오펑이 선보인 차세대 중형 전기 세단 ‘P7’과 휴머노이드 콘셉트 모델. 사진=샤오펑

중국 전기차 브랜드 샤오펑이 한국 법인을 설립하며 공식 상륙을 선언했다. 비야디(BYD)에 이어 지커, 샤오미, 립모터까지 줄줄이 진출을 준비하면서, 한국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에게 과잉생산과 과당경쟁의 돌파구이자 해외 시장 확대의 교두보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내수 불황과 시진핑 정부의 제조업 전략 전환이 맞물리며 한국 전기차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샤오펑 韓 법인 설립…BYD·지커 이어 中 전기차 공세 확산

중국 전기차 브랜드 ‘샤오펑’의 중형 쿠페형 전기 SUV ‘G6’. 사진=샤오펑

23일 업계에 따르면 샤오펑은 지난 6월 23일 '엑스펑모터스코리아(XPeng Motors Korea)'라는 이름으로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서울 양천구 은행정로 54에 본사 등기를 마쳤다. 공유오피스에 본사를 세운 샤오펑은 자본금 1억5000만원으로, 현재 등기부에는 중국 국적의 1984년생 리 야차오(Li Yachao)가 단독 이사로 올라 있다. 리 이사는 샤오펑의 스웨덴 법인 이사와 동일 인물로 알려졌으나, 본사 내 공식 직함은 확인되지 않았다.

샤오펑은 내년 초 국내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 모델은 중형 세단 'P7'과 쿠페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6'다. "테슬라보다 저렴하면서도 첨단 기능을 제공한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울 전략이다. 허샤오펑 샤오펑 회장은 최근 독일 뮌헨 IAA 2025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을 레퍼런스로 삼아 유럽 확장을 노리겠다"고 밝히며 한국 진출 의도를 분명히 했다.

BYD 중형 전기 SUV ‘씨라이언 7’. 사진=BYD

중국 전기차의 국내 상륙은 이미 가시화됐다. BYD는 지난 1월 브랜드를 공식 론칭한 이후 아토3, 씰, 씨라이언7을 순차적으로 출시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BYD의 누적 판매량은 1947대로 집계됐다. 8월 한 달간은 369대를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26.4% 증가했다. 특히 전기차 베스트셀링 순위에서 아토3(230대)와 씰 다이내믹 AWD(136대)가 각각 7위와 8위에 동시에 이름을 올리며 시장 안착 가능성을 보여줬다 .

지커(ZEEKR)도 2월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아우디코리아 출신 임현기 대표를 선임했다. 현재 4개 딜러사를 확보했으며, 내년 1분기부터 프리미엄 전기 왜건 '001'과 SUV '7X'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커는 지리자동차 그룹 계열로, 볼보·폴스타와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빠른 서비스망 구축이 가능하다. 샤오미 역시 SU7으로 내수시장에서 흥행한 뒤 한국 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고, 립모터(Leapmotor)는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유럽 9개국에서 판매 중이며 한국 시장 진입을 타진하고 있다.

中 내수 포화·정부 구조조정…"한국, 레퍼런스 마켓"

중국 자동차 브랜드 109개의 티어별 분포 현황. 출처=자토 다이나믹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한국을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수 포화다. 중국 내 전기차 판매는 2023년 약 1000만대, 2024년 1300만대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올해 들어 둔화가 뚜렷하다. BYD의 2025년 1분기 내수 판매는 전분기 대비 44.1% 줄었고, 전체 산업 생산량은 내수 수요를 크게 웃돌고 있다. 보조금 축소와 업체 난립이 겹치면서 과잉경쟁이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시진핑 정부의 제조업 전략 변화도 중요한 요인이다. 과거 '양적 성장' 중심에서 '질적 성장'과 구조조정으로 방향을 전환하며, 110개가 넘는 전기차 제조사를 15~20개 수준으로 압축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해외 실적은 생존 자격을 입증하는 핵심 지표로 부상했다. 니오·BYD·샤오미 등 주요 업체가 홍콩·미국 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 이런 상황에서 '레퍼런스 마켓'으로 의미가 크다. 소비자 눈높이와 서비스 기준이 높고, 현대차·기아·테슬라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에서 성과를 내면 유럽 진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또 보조금과 안전 규제를 통과했다는 사실 자체가 품질 시그널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중국 업체들은 B2C보다 렌터카·택시 등 법인 시장을 먼저 노리며 초기 볼륨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 BYD의 아토3와 씰은 법인 중심 판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샤오펑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시장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렌터카, 택시로 많이 보급된 BYD 소형 전기 SUV ‘아토3’. 사진=BYD

이와 같은 중국차 확산은 국내 자동차 산업에 부담을 줄 수 밖에 없다. 현대차·기아는 미국의 고율 관세와 유럽의 반보조금 규제 속에 생산 거점을 재편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내수시장은 중국차의 공세를 정면으로 맞게 됐다. 특히 법인·플릿 수요가 중국차로 이동할 경우 국내 점유율 방어는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최영석 원주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교수는 "중국 전기차는 포화된 내수를 탈출하기 위해 한국에 결사적으로 상륙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유럽·미국 제조사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침투하고 있어 우리가 예상하는 범위를 뛰어넘는 결과가 나올 수 있고, 5년 내 현대차·기아의 국내 점유율이 50% 밑으로 떨어질 수 있고, 특히 렌터카·택시 등 업무용 차량 시장에서 중국차 침투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3pro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