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고려아연 공개매수 오늘 종료… 분쟁 장기전 갈 듯

장내 매집 지속 불가피, 세금이 가장 큰 변수

지난 9월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가운데)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장수영 기자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가 14일 종료된다. 가격만 놓고보면 고려아연의 대항공개매수 가격이 더 높지만 여러 변수가 존재하는 데다 영풍·MBK가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양측의 분쟁이 장기전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재계에 따르면 영풍·MBK가 진행하는 고려아연 공개매수 청약은 이날 오후 3시30분까지 주관사인 NH투자증권 오프라인 지점 또는 온라인(홈페이지·HTS·MTS)을 통해 이뤄진다. 지난달 12일 공개매수 방침을 발표한 이후 한 달 여 만이다.

당초 영풍·MBK는 1주당 66만원에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매수하겠다고 했으나 이후 주가가 70만원대로 치솟자 한차례 조정을 통해 매수가격을 75만원으로 상향했다. 이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자자수 공개매수로 주당 83만원을 제시하자 영풍·MBK도 재차 가격을 83만원으로 동일하게 인상했다.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 역시 최초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다시 3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맞서 최 회장 측도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89만원으로 대폭 인상했고 영풍정밀 가격 역시 기존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올린 상황이다. 최 회장 측이 진행하는 공개매수 기간은 고려아연 23일, 영풍정밀 21일까지다.

가격만을 놓고보면 최 회장 측이 유리하다. 영풍·MBK가 제시한 가격보다 고려아연은 6만원(7.2%), 영풍정밀은 5000원(16.7%) 더 높아서다. 단순 계산상으로 국내 기관투자자 전체와 개인 대부분이 최 회장 측 자사주 공개매수 청약에 응했을 때 더욱 높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MBK 측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하면 얻을 수 있는 '확정된 수익'을 포기하게 되는 셈"이라며 "특히 투자자의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확정적인 수익을 포기하고 MBK 측 공개매수에 응모하는 선택을 하는 경우 투자자들에 대한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는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윤범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임한별 기자

다만 세금이 변수로 지목된다. 영풍-MBK 연합 공개매수에 응하면 22%의 양도소득세(250만원 공제)와 증권거래세가 적용되고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하면 배당소득세가 적용된다.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소액 투자자는 15.4%의 세율이 부과되지만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상이면 초과분에 대해 종합소득세율 최대 44%까지 부과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개인 투자자 모두 계산기를 두드리며 좀더 유리한 투자방향을 살필 것으로 예상된다.

영풍·MBK 연합이 법원에 고려아연 측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소송을 낸 데 따른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고려아연의 대항공개매수가 중단되기 때문에 주가가 분쟁 이전 가격으로 회귀하고 투자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해당 재판부는 앞서 영풍·MBK의 가처분을 한차례 기각한 적 있지만 이번에도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줄 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해당 가처분 첫 심문기일은 18일 열린다.

재계에서는 영풍과 MBK가 목표한 최대 수량(발행주식총수의 14.61%)을 채우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자릿수대 지분을 확보했을 공산이 높다.

따라서 영풍과 MBK가 일단 적은 지분이라도 확보한 뒤 내년 정기 주주총회 표대결로 분쟁을 끌고가는 시나리오를 선택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주총에서는 의결권 과반 확보가 중요하다. 최 회장 측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전량 소각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청약 물량이 늘어나더라도 의결권을 확보할 수 없다. 자사주 비중만큼이 분모에서 빠지기 때문에 오히려 경쟁자인 영풍과 MBK 의결권 비중을 늘리는 역효과를 낳는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는 베인캐피털이 최대로 확보할 수 있는 2.5%에만 의결권이 있다.

현재 고려아연 발행주식총수는 2070만3283주로 영풍 측은 33.13%를, 최 회장 측은 우호 세력 포함 33.99%를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목표 물량을 100% 채우면 최씨 일가의 의결권 지분은 약 45%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영풍과 MBK는 14일 종료될 공개매수에서 청약이 1%만 들어와도 의결권 지분은 40%대로 늘어 주총 표 대결에서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양측은 향후 장내에서 한층 치열한 매입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