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의 형’은 약과에요”···그가 ‘친일파의 재산’을 3년간 추적한 이유
광복절이던 지난달 15일 온라인상에 ‘고종의 형’이 핫이슈로 등장했다. “이완용보다 5배 많은 돈을 일제로부터 받았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인사 논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일제 당시 한국인의 국적 관련 발언 논란 등 속에 이목을 끌었다.
이 이야기의 출처는 <친일파의 재산>이다. 지난 12일 경향신문은 이 이야기가 세상에 나온 배경을 저자 김종성 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55)에게 물었다.
책에는 고종의 형을 포함, 30인의 인사가 등장한다. “일제가 발행한 ‘은사공채’ 83만원, 현재 가치로는 ‘166억~830억원 정도’(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보고서)에 해당하는 채권을 당시 일제로부터 받은” 흥선대원군의 장남이자 고종의 형인 이재만의 이야기는 물론, “1925년 당시 ‘한국인 부자 2위’, ‘경성 최대의 현금 부호’로 기록”됐던 이완용, “이완용에 이어 2번째로 일제의 훈장을 많이 받은” 이윤용(이완용의 의붓형) 등이다.
이 책은 김씨가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시리즈 기사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그가 다룬 인사 190여명 중 30명을 추렸다. 그는 “선별 기준은 ‘악행의 정도’ 가 아니다. 대중에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더한 악질도 많다”고 했다.
“‘친일은 부득이했다’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 동의하지 않아요. ‘부귀영화를 일부 포기할 각오’ 정도만 있었다면 결코 부득이하지 않았어요. 목숨까지 걸었던 선조들도 있었잖아요···”
그가 시리즈를 연재하기 시작한 건 3년 전이다. 당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방위비 갑질’, 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조치’ 등의 여파가 계속되던 시기였다. 그는 “동맹과 우방인 줄 알았던 두 나라의 맨얼굴이 드러난 시기였다고 생각했다”며 “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어있던 당시 조선과 대한제국이 떠올랐다”고 했다. “외세에 부화뇌동해 민중을 저버렸던 기득권에 대한 얘기를 하기에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조선 후기 성장한 상인계급이 임오군란 당시 군인들을 지지했고, 그래서 당시 조선 왕실은 이를 진압할 힘이 없었어요. 그러자 고종은 청나라를 끌어들였습니다. 이후에도 기득권이 외세의 힘을 등에 업고 민중을 제압하는 행태가 반복됐어요. 그 과정에서 일부는 부까지 축적했죠. 그런 역사는 지금까지도 청산되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그가 역사와 관련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대학원생이던 2003년부터다. 당시 북핵 관련 포럼을 조직한 걸 계기로, 월간 잡지 ‘말’에 기고를 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오마이뉴스에서 직접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30여권의 책을 냈다. 그는 “역사를 통해 현재를 보려고 했다”고 했다. 그가 근현대사를 주로 다뤘던 것도 이 때문이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인터넷 등을 통해 당시의 신문 기사를 보는 거로 일과를 시작해요. 당시 재판기록이나 다른 연구자들의 논문도 참고합니다. <친일파의 재산> 같은 경우 <친일 인명사전>과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규명 보고서>등을 기반으로 했어요.”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보통의 학자들과는 달리 소송에 휘말릴 위험도 있었다. “가끔 뉴라이트 쪽 단체나 인사들로부터 항의 메일 같은 건 받지만 유족이나 후손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적은 없어요. 그래도 조심하죠. 항상 출고하기 전에 2~3번씩 다시 사료를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어요.”
그는 스스로를 “역사 저술가”라고 했다. 그러나 그를 ‘기사 쓰는 학자’, ‘학자 겸 기자’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드러나지 않은 사회 비리 같은 걸 파헤치진 못해요. 이미 존재하는 기록들을 뒤질 뿐입니다. 하지만 정보와 기록이 넘쳐나는 시대엔 이것도 취재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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