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쓰릴 때 무심코 위장약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약물 복용이 장기화되면 위산 분비 자체가 억제돼 다른 소화기계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실제 많은 소화기내과 의사들은 위가 예민할 때 ‘마’를 먼저 챙겨 먹는 경우가 많다. 마는 흔히 정력 강화나 원기 회복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엔 아쉬울 정도로 위장 건강에 특화된 기능성 식품이다.
위 점막을 부드럽게 감싸주고, 위산과다로 인한 자극을 완화하며, 장기적으로는 위염과 위궤양 같은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사들도 자주 먹는 이 음식, ‘마’는 도대체 어떤 원리로 위 건강을 지켜주는 걸까?
끈적한 점액질, 위 점막에 보호막을 만든다
마를 자르면 나오는 끈적한 점액질은 단순한 조직이 아니라 ‘뮤신’이라는 고분자 점액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 이 뮤신은 위 점막을 직접 코팅하면서 외부 자극으로부터 위벽을 보호하는 일종의 생체 보호막 역할을 한다. 특히 위산이 과도하게 분비되거나 식사 전후로 위가 민감해졌을 때 이 뮤신이 위벽을 감싸면서 통증이나 쓰림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보통 위장 점막은 위산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막을 가지고 있는데, 피로,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사 등으로 이 방어 기능이 약해지면 점막이 직접 손상되고 염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마를 섭취하면 이 보호막이 일시적으로 강화되면서 위 점막의 회복력을 높여주는 데도 도움이 된다.
마에 들어 있는 소화 효소, 위 부담을 덜어준다
마에는 ‘디아스타제’라는 천연 소화 효소가 들어 있다. 이 효소는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데 도움을 주며, 위장에서의 소화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디아스타제는 위산과 효소가 과도하게 분비되어 발생하는 속 쓰림이 아니라, 오히려 소화 지연으로 인한 위 정체감과 쓰림을 완화하는 데 더 특화되어 있다.
보통 속이 더부룩하거나 쓰릴 때, 음식이 위에서 제대로 소화되지 않고 오래 머물러 위산 분비를 자극하게 되는데, 이때 마를 섭취하면 디아스타제가 탄수화물의 소화를 촉진해 음식물이 장으로 빨리 내려가게 돕는다. 이는 위산 역류나 가스 발생도 줄여주는 간접적인 효과를 만든다.
만성 위염, 위궤양 환자에게도 긍정적
마는 단순히 일시적인 쓰림 완화뿐 아니라, 장기적인 위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만성 위염이나 위궤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마는 위점막 재생을 도와주는 보조 식품으로 권장되기도 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마의 다당체 성분이 위 점막 세포의 회복을 촉진하고, 궤양 부위의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작용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마의 끈적한 성분이 위산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줄여주기 때문에, 약물 치료 중인 환자들에게도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는 음식으로 여겨진다. 물론 치료 효과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약물 치료와 병행할 수 있는 안전한 식이 보조제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위장뿐 아니라 장까지 보호한다
마의 효능은 위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마에는 프락토올리고당 같은 프리바이오틱스 성분도 들어 있어 장내 유익균의 성장을 도와주고, 장 내 환경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실제로 마를 꾸준히 섭취한 사람들에게서 배변 활동이 원활해졌다는 보고도 있으며, 장내 염증 수치가 감소했다는 연구도 있다.
이러한 장 기능 개선은 간접적으로 위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장이 건강해지면 장내 가스가 줄고, 복압 상승도 완화되면서 위산 역류 증상도 함께 개선될 수 있다. 특히 변비가 동반된 속쓰림 증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를 식단에 포함시키는 것이 복합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마죽’이나 생즙 형태로 섭취하면 효과가 더 좋다
마는 조리 방법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마죽’이나 ‘생마즙’ 형태로 섭취하면 뮤신이나 디아스타제 같은 성분이 파괴되지 않고 온전히 흡수되기 때문에 위 점막 보호 효과가 더 크다. 반면 볶거나 튀기는 방식은 마의 점액질 성분을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생마를 갈아서 먹을 경우 위에 직접 작용하는 시간이 길어져 즉각적인 쓰림 완화에 더 유리하다. 다만, 생마의 끈적한 성분이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꿀을 소량 섞거나, 물이나 두유에 타서 마시면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다. 간혹 위산이 너무 적은 사람의 경우 마의 소화 촉진 성분이 작용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위산분비저하가 있는 경우엔 공복보다는 식후 섭취가 낫다.
‘마’의 효과는 누적된다
속 쓰림이 있을 때 한두 번 마를 먹는다고 극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건 아니다. 마의 장점은 매일 소량씩 꾸준히 먹었을 때 위 점막과 소화기관 전체의 회복을 촉진한다는 데 있다. 특히 속쓰림이 자주 반복되는 사람이나, 만성 위염 진단을 받은 사람이라면 마를 식단의 일부로 정기적으로 포함시키는 게 좋다.
현대인의 위장 질환은 대부분 잘못된 식습관,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이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어렵다. 하지만 마처럼 위에 직접 작용하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식품을 활용하면 생활 속에서 위 건강을 천천히 회복시킬 수 있다. 약보다 먼저 마를 찾는 의사들의 선택에는 이유가 있다. 위장이 예민하거나 속쓰림이 자주 있는 사람이라면, 오늘부터라도 마를 가까이 두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