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佛 정상만 젤렌스키와 따로 회동"… 뿔난 이탈리아

김태훈 2023. 2. 1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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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서유럽 순방과 관련해 이탈리아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 이목이 쏠린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이후 이탈리아가 독일, 프랑스에 이은 EU 역내 3위 경제대국이 되었으나 실제 '빅3'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하자 화가 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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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니 伊 총리 "EU '빅3' 우리나라 왜 뺐나"
드라기 정부 시절 높았던 위상 도로 낮아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서유럽 순방과 관련해 이탈리아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 이목이 쏠린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이후 이탈리아가 독일, 프랑스에 이은 EU 역내 3위 경제대국이 되었으나 실제 ‘빅3’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하자 화가 났다는 것이다.

EU 정상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8일(현지시간) 오후 늦게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만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공동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모습. 세 정상이 파리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만찬까지 하는 자리에 EU ‘빅3’의 하나인 이탈리아 총리가 제외된 것을 두고 이탈리아에선 ‘외교 참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파리=AFP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영국 방문을 시작으로 프랑스를 거쳐 이튿날인 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빠듯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래 런던에서 곧장 브뤼셀로 이동하려던 젤렌스키 대통령이 프랑스 정부의 간곡한 설득에 파리로 방향을 틀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WSJ는 ‘전통의 라이벌’ 영국에 외교적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프랑스가 원래 없던 일정까지 만들어가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불러들여 국제사회 시선을 끌려 했다고 전했다.

런던에서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 찰스 3세 국왕 방문 등 일정을 마친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일 오후 늦게 파리로 건너가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특별한 부탁을 받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까지 급하게 동참하며 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 3국 정상의 만찬 회동이 극적으로 성사됐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오른쪽)가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브뤼셀=AP연합뉴스
결국 브뤼셀에 모인 EU 회원국 정상들에 앞서 영국·프랑스·독일 정상만 따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며 외신 등의 주목을 한몸에 받을 기회를 챙긴 셈이다.

EU 회원국도 아닌 영국이 국제사회에서 막강한 존재감을 드러낸 반면 EU 역내 ‘빅3’에 해당하는 이탈리아는 독일·프랑스한테도 밀려 완전히 체면을 구긴 결과가 되었다. 당장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프랑스와 독일만 주목을 받은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비판을 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만찬 회동에 프랑스·독일 정상과 더불어 자신도 참석했어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이 처음부터 숄츠 총리만 초청했는지, 멜로니 총리도 연락을 받았으나 개인 일정상 부득이 불참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 키이우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만난 마리오 드라기 당시 이탈리아 총리(왼쪽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원래 독일·프랑스 정상만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프랑스 측의 요청으로 이탈리아 정상도 합류했다. 경제 규모로 따져 EU 역내 3위에 해당하는 이탈리아가 EU ‘빅3’로 자리매김 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지목됐다. AFP연합뉴스
일각에선 정권교체 후 이탈리아가 국제사회에서 ‘푸대접’을 받는 것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다. 온건하고 합리적인 성품의 마리오 드라기 전 총리 시절 이탈리아는 분명히 EU ‘빅3’에 걸맞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해 6월 마크롱 대통령과 숄츠 총리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했을 당시 드라기 총리가 동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절대 다수가 EU의 양대 거두인 독일·프랑스 정상만 키이우에 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마크롱 대통령의 강력한 요구로 이탈리아 정상도 합류했다. 이탈리아가 EU의 ‘빅3’로서 확고히 자리매김 하는 순간이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참석해 취재진의 물음에 답하는 동안 다소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다. 브뤼셀=EPA연합뉴스
그런데 극우파 이미지가 강한 멜로니 현 총리는 드라기 전 총리와 달리 EU 정상회의 등 외교 무대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오는 5월 일본에서 주요7개국(G7)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으나 멜로니 총리는 아직 G7에서조차 ‘낯선’ 인물로 남아 있다. 특히 프랑스 대통령과 독일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과 3국 정상 만찬을 하는 자리에 이탈리아 총리가 빠진 점은 이탈리아 입장에선 ‘외교 참사’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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