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모르는 녹음, 증거 안돼" 대법원, 엄격한 녹취 기준 확인
예외 인정한 1·2심 뒤집어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 의해 녹음된 자료는 아무리 불륜 사건이라고 해도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앞서 대법원은 올해 1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교사의 폭언을 입증하기 위해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수집한 녹음 자료가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불륜 사건에서도 똑같은 판단을 내리면서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한 것에 예외 없이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최근 아내 A씨가 남편의 상간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11년 결혼해 남편과 함께 자녀를 길렀다. 그러나 이후 의사인 남편이 병원에서 만난 B씨와 수차례 데이트하면서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2019년에 이를 파악했지만 남편과 곧바로 이혼하지 않았다. A씨에게도 다른 불륜 상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이 A씨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들 부부는 2021년 3월 합의 이혼했다.
A씨는 이혼한 뒤 2022년 B씨를 상대로 33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남편 몰래 스마트폰에 깔아둔 '스파이앱'을 통해 녹음한 남편과 B씨의 대화 내용을 증거로 제출했다.
B씨가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된 통화 내용은 증거 능력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A씨가 녹음·제출한 자료가 증거로 채택될 수 있는지가 이 사건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1심과 2심은 A씨가 제출한 통화 녹음의 증거 능력이 인정된다며 B씨가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민사 소송 절차 및 이를 준용하는 가사 소송 절차에서는 형사소송법 법리에 따른 위법 수집 증거의 증거 능력 배제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상대방 동의 없이 증거를 취득했다는 이유만으로 증거 능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당 자료를 증거로 활용할 수 없다는 다른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은 다만 녹음 자료 외 다른 증거들을 봐도 B씨의 부정행위가 충분히 인정된다며 위자료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제3자가 당사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통화 내용을 녹음한 행위는 전기통신의 감청에 해당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며 "불법 감청에 의해 녹음된 전화 통화는 증거 능력이 없다"고 전했다.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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