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작계에 ‘북한 핵 사용’ 시나리오 반영한다

워싱턴/양지호 기자 2024. 10. 31.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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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워싱턴서 한미안보협의회의

한미 양국이 30일(현지시각) 북한의 파병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또 한미 연합연습에 북한의 핵 공격 시나리오를 포함하면서 사실상 작전계획(작계)에 북핵 대응 시나리오를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러시아에 1만여명이 넘는 병력을 지원하며 전략핵잠수함(SSBN)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재진입기술 등 핵·미사일 기술을 반대급부로 넘겨받을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김용현 국방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 장관은 이날 미국 버지니아주(州) 알링턴 인근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개최한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 이후 양국 국방장관이 만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김용현(왼쪽) 국방장관과 로이드 오스틴(왼쪽 둘째) 미국 국방장관이 30일(현지시각) 버지니아 알링턴 인근 미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에서 만나 의장대 사열을 받고 있다. /뉴스1

한미 국방장관은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와 북한간 군사협력이 군사물자 이동을 넘어 실질적 파병까지 이어진 점을 ‘한목소리(with one voice)’로 가장 강력히 규탄하고 이 사안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긴밀히 공조해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양국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같은 입장임을 재확인하고 가장 높은 수준으로 비판한 것이다. 양국은 또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남북 연결도로 폭파, 10여 차례 이상 반복된 북한 무인기의 대한민국 영공 침범, 쓰레기 풍선 살포를 지적하며 이 같은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이번 SCM을 통해 한미는 최초로 ‘북한의 대남 핵 공격 상황’을 작계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향후 한미 연합연습에는 북한의 핵 사용에 대한 대응을 포함한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의 “북한의 핵 사용 상황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러시아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을 경우 북한의 핵무기와 투발 기술이 최종 완성 단계에 들어갈 상황인 만큼 대응에 나선 것이다. 양국은 “미국과 동맹·우방국에 대한 핵 공격은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난 29일 오전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참석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동성명에 담기지는 않았지만 이를 위해 한미 국방장관은 양국 대통령이 지난 7월 채택한 ‘한미 한반도 핵 억제 핵 작전 지침’ 구체화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 재래식 전력과 미국 핵전력의 통합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양국은 오는 12월 4차 핵협의그룹(NCG)에서 핵·재래식 통합(CNI) 초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북한의 핵 도발 시나리오별 한미 양국 대응 방안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북한이 ICBM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측은 전략핵잠수함으로 우리측은 현무-5 같은 준 전략무기로 북한 타격에 나선다는 내용 등이 담길 전망이다. 또 국방부 관계자는 “내년에는 을지프리덤실드(UFS) 연습과 연계해 한미가 북한 핵 공격 관련 도상훈련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UFS와 별개로 ‘아이언메이스’ 훈련을 했는데 이를 UFS와 연계해 훈련 효과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집권 1년차부터 SCM 공동성명에서 삭제됐던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준수하라’는 메시지는 7년 만에 다시 담겼다. 성명은 “양 장관은 북방한계선이 지난 70년간 군사력을 분리하고 군사적 긴장을 예방하는 효과적 수단임에 주목하였으며 북한이 NLL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고 했다. 북한이 올해 초 ‘NLL은 유령선’ ‘해상경계선’ 같은 발언을 하며 육로에 이어 NLL 일대에서 일방적으로 해상국경선 설정 등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미국이 현존 NLL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NLL 북한 도발은 불법이라는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했다.

이번 SCM은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정부가 진행한 마지막 SCM이다. 미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연속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들도 눈에 띈다.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주한미군 현재 전력 수준을 유지한다는 미국 입장을 재확인하고 이달 초 타결된 한미방위비분담금협정(SMA)과 관련해서도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크게 기여한다는데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미측 전략자산 배치와 관련해서도 “오스틴 장관은 워싱턴 선언에서의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에 따른 미 전략자산의 전개 빈도 증가와 정례화를 강조했다. 이것이 대한민국 방위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보여주는 가시적인 증거임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군 내부에선 이르면 내년부터 미 전략자산 전개의 정례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응 태세만 갖고 북한 핵에 대한 억제 메시지를 주는 데 한계가 있다”며 “직접 (미 전략자산을) 보여줌으로써 메시지를 나타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트럼프가 집권하더라도 안보협력 제도화를 통해 일체형 확장억제를 유지해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양국은 이번 SCM을 통해 ‘인태지역 한미동맹 안보협력프레임워크’를 승인했다. 한미가 아세안(ASEAN) 국가 및 태평양도서 국가들의 해양안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취지로 한반도 외의 지역과 협력하는 문제에 대해서 한미 국방당국이 공동 채택한 첫 문건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아세안 및 태도국의 역량강화를 위한 실질 과업을 도출하고 역내 평화 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우리도 일정 부분 협력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이날 SCM에서는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과 관련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서 국방부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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