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 도로 막고 20억 원 요구”…땅 주인들 실형
[KBS 청주] [앵커]
몇 년 전, 청주에서 20년 넘게 산업단지 진입로로 쓰였던 땅에 갑자기 울타리가 쳐지고 땅 주인이 통행을 방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요.
1년 가까이 산업단지 업체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비싸게 땅을 사도록 요구했던 땅 주인들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송근섭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청주의 한 산업단지 앞 도로입니다.
2001년, 산업단지가 조성될 때부터 기존 땅 주인의 허락을 받아 입주 업체들의 통행로로 이용돼 왔습니다.
하지만 2023년 초, 65살 A 씨가 일대 땅 1,100여㎡를 공매로 사들이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A 씨는 산단 입주 업체들에 통행로로 쓰던 땅을 매입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산업단지 입주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제가 알고 있기로는 2억 원 정도에 땅을 공매받았다고 알고 있는데, 저희가 협의하러 갔더니 20억 원을 내놓으라는 거예요."]
업체들이 땅 매입에 난색을 보이고 가격 등 협의가 불발되자, 도로 한가운데 갑자기 울타리가 생겼습니다.
땅 주인은 이곳에 울타리를 설치해 화물차 통행을 방해하고, 허락을 받은 업체만 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산단 업체들은 대형 화물차 통행이 막히자 1톤 화물차로 여러 차례 물건을 실어 나르거나 사람이 직접 옮기는 등 불편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땅 주인들의 통행 방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A 씨뿐만 아니라 산업단지로 통하는 다른 길목의 땅 주인까지 가세해, 샛길 한가운데 농기계 등을 갖다 놓으면서 업체들의 고충은 더 커졌습니다.
[산업단지 입주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길이 막히는 것 때문에 너무 고통받고 스트레스받아서 정신병원에 다니신 분도 있고, 또 한 분은 사업을 아예 접었어요."]
A 씨 등의 이런 통행 방해는 1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 용역업체 직원들까지 동원돼 업체들에 위화감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주지방법원은 일반교통방해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 씨 등 2명에게 각각 징역 1년, 또 다른 1명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에게 심각한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생계를 위해 도로를 이용하는 피해자들의 급박한 상황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려 했던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등은 "차량 통행을 완전히 막은 것이 아니고, 사유지에 대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A 씨 등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KBS 뉴스 송근섭입니다.
촬영기자:박준규/그래픽:오은지
송근섭 기자 (sks8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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