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론 끝났다”…FTX사태로 술렁이는 가상화폐 시장 [뉴스+]

조성민 2022. 11. 1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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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CEO “FTX 사태 일부 연쇄 영향”
FTX본사 소재지 바하마, ‘파산보호 신청’ FTX 위법행위 조사착수
거래소들, 고객자금 인출 대비한 준비금 부족으로 돌려막기 의혹
디지털자산 시장 관련 민·당·정 간담회서 “규제·보호 입법 필요”
월가 기관들, 가상화폐에 기대 접었다…‘투자대상서 제외’ 확산

가상화폐 시장이 ‘FTX 파산 사태’로 술렁이고 있다. 거래량 기준 세계 3위였던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지난 11일(현지시간) 파산을 신청해 가상화폐 업계 전반의 유동성 위기가 닥쳤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급락하고, 기관투자자들은 잇달아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도를 낮췄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 자오창펑은 14일 트위터를 통해 FTX 사태에 대해 “일부 연쇄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영향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FTX 사태로 부실 의혹이 불거진 또 다른 거래소 크립토닷컴의 크리스 마잘렉 CEO는 이날 “우리 플랫폼은 매우 강력한 대차대조표를 갖고 있다”며 “우리는 FTX 붕괴로 이어진 그런 종류의 관행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관련 의혹을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FTX 사태에 따른 투자자의 불안감을 잠재우려는 조치다.
암호화폐거래소인 FTX 파산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15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가상화폐 거래소 위기 확산 조짐

국내 5대 거래소 중 FTX가 발행한 코인인 FTT를 상장한 고팍스와 코인원, 코빗 등은 오는 26일 오후 6시를 기해 FTT를 상장 폐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날을 기점으로 FTT 거래 및 입출금이 종료된다. 이들 거래소는 FTX 파산 위기가 발생하자 지난 10일 FTT를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한 뒤 모니터링해왔다.

바하마 당국은 파산 위기에 몰린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위법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바하마 경찰은 전날 성명을 내고 “FTX의 붕괴와 ‘FTX 디지털 마켓’의 잠정 청산에 대해 금융범죄수사과 조사팀이 바하마 증권위원회와 긴밀히 공조해 위법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하마는 FTX의 본사가 있는 곳으로, ‘FTX 디지털 마켓’은 바하마에서 코인 거래를 중개하는 FTX의 자회사다.

FTX CEO였던 샘 뱅크먼-프리드의 뒤를 이어 임시 CEO에 오른 존 J.레이 3세도 “당국과 이번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모든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바하마 증권위원회는 지난 10일 ‘FTX 디지털 마켓’의 자산을 보존하고 회사를 안정시키기 위해 자산을 동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FTX는 지난 11일 대규모 인출 사태로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FTX 측은 파산보호 신청 직후 8700억 원어치의 가상자산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해킹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조사에 나섰다.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자신이 아르헨티나로 도피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바하마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 마잘렉 크립토닷컴 최고경영자(CEO). 라이브 AMA 유튜브 캡처
FTX 파산 여파는 다른 거래소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거래량 기준 세계 15위권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크립토닷컴 역시 계좌에서 32만개의 이더리움이 비슷한 규모의 게이트아이오 거래소로 송금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거래소가 발행한 코인 크로노스가 급락했다.

크립토닷컴 측은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이들 거래소가 고객 자금 인출에 대비한 준비금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고 있고, 서로 부족한 자금을 빌려주며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과 불안감은 여전하다.

◆“국내서 FTX 사태 막으려면 고객 예치금 별도 기관 맡겨야”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미국 FTX 거래소 파산과 같은 사태를 막으려면 고객 예치금 분리 제도를 정비하고 별도 예탁기관 보관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입법 지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공정거래 규제, 이용자자산 보호 등 다수의 디지털자산법안 중 공통되고 중요성이 높은 조항을 우선 입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가 ‘디지털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거래 환경 조성’을 주제로 연 제4차 민·당·정 간담회에서는 최근 FTX 사태 이후 제기된 가상자산 시장의 현안과 관련한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대표발의안 디지털자산법을 토대로 가상자산 거래소 이해 상충 방지 규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가상자산사업자가 가상자산의 매도 및 매수, 다른 가상자산과의 교환, 이전, 보관 및 관리, 행위의 중개·알선을 포괄적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은 마치 가상자산 거래소가 증권사와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은행 등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 사업자는 고객예치금과 고유재산(자기재산)을 구분해서 관리해야 하지만, 어떠한 기관에 어떠한 방식으로 구분해서 예치·신탁·관리해야 하는지 별도 규정은 없다. 정 변호사는 국민의힘이 발의한 제정안이 예치금을 공신력 있는 기관에 예치하도록 의무화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예치방식에 관한 사항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둔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방향’을 주제로 한 전문가 발표에서 유럽연합(EU)의 암호자산시장 법률안인 ‘MiCA(Market in Crypto Assets)’와 미국의 ‘책임 있는 금융혁신법안’(Lummis-Gillibrand 법안) 등 해외 주요국이 디지털자산시장 기본법 제정 움직임을 소개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에서는 위믹스의 투자유의 종목 지정,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시세조종 적발 등 불공정 거래행위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처벌하고 투자자의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법 규정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상정된 다수의 디지털자산법안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은 종합적 규제체계를 단기간에 정립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다수의 법안 중 공통되고 중요성이 높은 법 조항을 먼저 입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 밖 월가 간판. 로이터연합뉴스
◆가상화폐 낙관론 사라진 월가, 포트폴리오 수정 중

가상화폐에 대한 취약성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월가 기관투자자들이 가상화폐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3일 진단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가상화폐에 대한 낙관론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제는 투자 손실 규모가 너무 크고 가상화폐 시장구조도 너무 위험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가상화폐 가격이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기관투자자들의 가상화폐 투자도 증가 추세였다. 지난해 10월에는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등 가상화폐 투자가 제도권에 급속히 진입하는 듯했다. 이에 비트코인 가격은 시장의 환호 속에 작년 11월 역대 최고가인 6만7000달러(약 8870만원)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후 기관투자자들의 가상화폐 투자가 늘어나면서 헤지펀드 브리지워터는 올해 1월 기준 비트코인의 5%를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JP모건체이스는 장기적으로 가상화폐가 금을 밀어내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14만6000달러(약 1억9300만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여름 기록한 저점인 1만3000달러로 다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테라·루나 코인 붕괴와 셀시어스, 스리애로우 등 가상화폐 관련 대출·투자업체의 파산에 이어 FTX의 파산신청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가상화폐 생태계의 생존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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