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도, 동물도 왜 짝짓기에 열심일까?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진화의 핵심 기술 '짝짓기'

생물 현상 중에 특이한 현상 중에 하나가 '짝짓기'이다. 짝짓기는 어떤 의미로 보면 없어도 된다. 초기 생물에서는 대부분 분열이나 무성생식을 통해서 짝짓기 문제와 유전자보존 방식을 해결했다. 그러나 진화의 과정이 길어지면서 짝짓기는 중요한 생물의 분기점을 만들어낸 진화의 과정이 되었다. 아마도 짝짓기가 없었으면 인간은 탄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짝짓기는 중요한 진화의 방식 중 하나다.

짝짓기에 관해 인간 사회의 관점으로 보면, '일부일처제'가 보편적 사회적 규범이다. 하지만 실제는 인간만 그럴 뿐 생물의 대부분은 일부일처제를 유지하지 않는다. 일종의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적 시스템이고, 널리 보면 생물학적 진화의 과정 중 일부 현상일 뿐이다. 또한 인간이 쾌락을 위해서 섹스를 하는 행위도 실제 동물계 내에서는 일반적이지 않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가장 고도로 진화된 인간에게 나타나는 이런 행위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짝짓기 과정은 생각보다 많은 경제적 비용이 드는 행위이다. 그런 행위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그 경제적 비용보다 더 큰 무엇인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짝짓기 유형이 결정된다. 진화 과정에는 어떤 재밌는 것이 있는지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기린의 목이 길어진 것은 짝짓기에서 목 긴 기린이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학설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짝짓기 방법을 결정하는 세가지 요인

첫째, 덩치 문제다. 암컷이 수컷보다 몸집이 큰 경우가 많지만 고등 동물로 진화할수록 수컷이 커진다. 이 현상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암컷이 1대1로 수컷을 만나 많은 알을 낳아야 하는 경우에는 암컷이 크다. 수컷에 비해 많은 고영양분이 함축된 알을 낳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 영양분도 많이 공급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수컷의 정자는 단순히 DNA만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암컷이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암컷이 알 대신 태생을 하기 시작하면, 많은 난자 중에 하나만 선택해 태중에서 아이를 키워야 한다. 그러니 당연히 새끼 한두 마리만 키울 수 있는 암컷이 된다. 이때 수컷은 암컷을 여러 마리 거느리는 수컷으로 진화했다. 때문에 성비를 보더라도 여러 마리 암컷에 수컷 한 마리가 배분되기에 수컷의 몸집도 커졌다. 즉 짝짓기 방식이 알을 낳은 방식일 때는 암컷이 크지만, 암컷이 낳은 새끼가 줄어들수록 수컷이 더 커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것이 생존이익 측면이나 유전자 보존방식에서 더 큰 효과를 보이기에 이렇게 진화했다.

둘째로는, 우수한 유전자를 선택하려는 절박함이다. 암컷은 짝짓기 과정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한다. 왜냐하면 수컷이 뿌리고 간 DNA를 보존하고 육성해서 다음 세대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암컷은 자신의 희생을 통해 얻어지는 DNA가 가장 우수한 것이길 원한다. 따라서 신중히 고를 수밖에 없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그 과정을 '구애행위라'고 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서 종 별로 다른 형태의 구애행위를 한다. 만일 이 구애행위의 과정이 잘못되면 그 종은 멸종하고 만다. 현재 남아 있는 종은 구애행위가 진화에 적합했기 때문에 멸종을 하지 않고 남았다.

구애행위에서 암컷이 반응하는 것은 그 종의 진화 결과에 달려있다. 나방은 페로몬에 의해 반응하고, 수컷 개구리는 울음소리를 통해 구애하고, 공작은 화려한 깃털에 반응하고, 개는 냄새에 반응한다. 자신의 몸길이보다 약 2.5배 긴 눈썹 깃털을 이리저리 흔들며 구애춤을 추는 기드림극락조도 있고, 꽃·열매·버섯 등 화려한 장식품을 가져와 정원을 꾸며서 새집을 장식하여 암컷을 유인하는 정자새도 있다. 각 종은 자신들만의 구애행위가 있다. 그것이 일종의 우수한 유전자 선택 방식이다.

기드림극락조.

짝짓기 시기가 종마다 다른 까닭

셋째로는 짝짓기의 시기다. 동물은 짝짓기가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즉 동물에게는 영양분 섭취가 가장 쉬운 때를 맞추어 짝짓기를 한다. 짝짓기가 가장 활발한 때가 봄인 것은, 봄부터 먹이를 얻기 쉬운 환경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동물이 먹는 먹이 종류에 따라 그 시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초식동물은 식물이 자라는 시기가 기준이 되지만, 포식 동물은 피식 동물의 번성 시기에 연관된다.

사자는 초식 동물인 얼룩말이나 가젤 등이 번성하는 시기에 짝짓기를 하고, 늑대는 사슴이나 토끼가 번성하는 시기, 올빼미는 들쥐나 작은 새들이 번성하는 시기에 짝짓기를 하는 것이다. 종이 분화를 할 때 짝짓기 시기가 다르게 분화하기도 한다. 짝짓기도 진화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동물의 일생동안 내내 짝짓기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동물마다 처음 짝짓기를 하는 시기와 마지막 짝짓기를 하는 때가 어느 정도 결정이 되어 있다. 개는 암컷이 생후 612개월, 수컷은 생후 12~18개월 정도에 성 성숙이 이루어져 짝짓기를 시작하며, 종료 연령은 암컷이 7~10세이고 수컷이 10~12세 정도다. 소는 암컷이 생후 12~18개월이고 수컷은 18~24개월에 짝짓기가 가능하고, 종료 연령은 암컷이 8~10세 정도이고 수컷은 10~12세 정도다.

종 별로도 차이가 나지만, 암컷과 수컷의 차이는 바로 영양상태와 관련이 깊다. 이런 차이의 근본적인 이유는 우수한 유전자를 개체군내에 남기려는 목적과 관련되어 있다. 너무 초기에 짝짓기를 하면 유전자의 성숙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유전자의 질이 좋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생물학적 노화가 이루어지면 알이나 정자를 증식할 때도 유전자 결함이 많이 생긴다. 나이 들어 출산하면 그만큼 장애아 발병율이 높은 것처럼 노화로 인해서 더 이상 생존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순간부터는 짝짓기를 하지 않는다.

또한 각 종별로 몸집이 작고 수명이 짧은 동물일수록 성 성숙 시기가 빠르고, 몸집이 크고 수명이 긴 동물일수록 성 성숙 시기가 늦다. 유전자 증식에 가장 적합한 기간 동안만 짝짓기를 하는 것 역시 짝짓기 비용 관점에서 가장 효율이 높은 시기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사자는 짝짓기 소요시간이 30초에 불과하지만 수컷 사자는 이를 일주일에 500번씩 한다고 한다.

미친 듯 짝짓기에 열중하는 진짜 이유

그런데 왜 암컷과 수컷이 나뉘고, 비용을 들여가며 짝짓기를 하는 것일까. 이 근본적인 물음에 답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유전자'다. 유전자는 단순히 분화나 증식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면 유전자 내의 오류 누적 현상이 생기고,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는 후세를 만들어 낼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유전자 오류 누적의 출발은 바로 유전자 결함이다. 아무리 유전적 문제가 없어 보이는 동물이라도 그 동물에는 유전적 결함을 가지고 있는데, 증식이든 복제이든 분열이든 하게 되면 결함 유전자는 고쳐지지 않고, 그대로 유전된다. 새로운 유전자 결함이 발생하면 다시 그 결함 유전자에 새겨지는 것이다. 그것이 누적되면서 결국 종의 멸종으로 이어진다.

짝짓기의 가장 본질적인 역할은 유전자의 교환 및 재조합을 통한 해로운 돌연변이를 제거하는 것이다. 아무리 유전자의 보호에 최선을 다하더라도 살아있는 동안 유전자는 끊임없이 손상을 받고 오류가 생긴다. 손상된 유전자를 그대로 복사하면 복사본은 무조건 원본보다 손상이 많은 사본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이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유전자 교환이다. 유전자를 교환하면 평균적으로는 유전자를 교환하지 않는 것과 동일한 정도의 변형이지만, 개별적으로는 더 많은 변형과 더 적은 변형이 생긴다. 짝짓기 과정을 통해 발생하는 돌연변이는 환경이 변할 때 살아남을 수 있는 특별한 기능을 가진 후손을 만들어낸다. 즉 유전적 변이를 만들어 변화하는 환경에 보다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한다. 유전적 결함이 없고 환경 변화가 없다면 성의 분화나 짝짓기 과정도 필요없다. 유전적 결함은 언제나 발생하고 환경 변화는 끊임없이 이루어지기에 짝짓기 과정은 바로 변화하는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우수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과정인 것이다.

동물계의 짝짓기는 기업 M&A와 같아

그럼 이런 짝짓기 과정은 산업생태학적 관점에서 어떤 기업 행동과 일치하는 것일까? 짝짓기는 일종의 DNA 결합이라고 보면, M&A의 방식과 비슷하다. M&A의 목적도 기업의 확장과 유지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성장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기업 DNA를 끊임없이 발전시켜야 하고, 때로는 외부의 기업 DNA를 받아들여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갖추지 못할 때 기업은 소멸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수명이 30년이라고 하는 것은 기업 내에 만들어진 DNA의 수명이 그 정도 밖에 안된다는 뜻이다. 기업의 생존율을 높이고 성장을 거듭하려면 끊임없이 DNA의 변화가 필요한데, 이때 작용하는 것은 바로 M&A인 셈이다.

자료= 베인 앤 컴퍼니

M&A도 영양상태가 좋아야

먼저 M&A의 조건은 첫째로 그 주체가 M&A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충분한 비용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마치 짝짓기 과정에서 암컷이 충분한 영양분을 가지고 수컷의 정자를 받아들이듯 M&A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충분한 재무적 건전성을 지닌 기업이 되어야 한다. 단순하게 돈만 있으면 모든 M&A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잘못된 M&A는 기업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또 '승자의 저주'라는 말처럼 M&A를 성공했지만 기업이 망하는 경우는 많다. 돈만 있다고 M&A가 성공적이지 않다. 1차적으로는 M&A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 있어야 M&A의 진행을 위한 조건이 성립되는 셈이다.

좋은 짝짓기 대상도 필요하고

둘째로는 좋은 M&A 대상 기업을 찾는 일이다. 좋은 M&A 대상 기업이란 3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①M&A 후에 상호 시너지가 날 수 있어야 하고, ②미래가 있는 기업이어야 하며 ③재무적으로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세가지 조건에 맞는 기업을 선정해야 한다. 만일 너무 무리해서 재무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기업을 택할 경우 그만큼 인수한 기업이 리스크를 책임져야 하고, 미래가 없은 기업을 택하면 조만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시너지가 나지 않으면 인수 후에 오히려 기존의 사업도 망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매력적인 M&A 대상을 찾는 작업은 짝짓기의 구애활동과 비슷한 것이다.

산업사이클을 생각해야

셋째로는 M&A를 할 때는 시기가 중요하다. 현금흐름이 좋을 때 해야 한다. 매력적인 기업이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인수를 할 경우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인수 시기를 결정할 때도 기존의 사업을 통해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데 문제가 없는 시기여야 한다. 또 금융 시장의 리스크가 높지 않는 시기를 선택해야 하는 법이다.

동물의 짝짓기도 새끼들의 생존 조건에 맞는 시기에 따라 종별로 결정이 되듯 M&A도 산업 특성에 맞추어서 그 시기를 정해서 해야 한다. 산업마다 사이클이 존재하고, 그 사이클의 상승 변곡점에서 M&A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하락 변곡점에서 인수하면 M&A이후의 비용이 급격히 증대될 수 있다.

어려도, 늙어도 안좋다

넷째로 M&A를 성공하는 데에 나름의 기간이 필요하다. M&A의 주체가 되는 기업이 자신의 기업 DNA가 형성되지 못했는데 다른 기업을 인수하면 인수된 기업에 의해서 기업문화가 바뀌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인수 주체 기업이 자신의 정체성이 없이 인수에 나서는 것은 좋지 않다.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업이 M&A에 나서는 것이 좋지 않는 이유다. 반대로 기업이 너무 오래되어서 경영진이 나이가 많이 들었다면 그때도 M&A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나이든 경영진이 인수한 기업을 감당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는 M&A를 감당할 수 있는 경영진으로 태세 전환을 한 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은 유지 발전해야 한다. 이 점은 동물의 생존과 유지와 다르지 않다. 이를 위해끊임없이 유전자 세탁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업 역시 '유전자 세탁' 과정을 거치지 않고 현재 모습 그대로 있다면 자체의 치명적인 유전자 오류 누적 현상을 겪게 될 것이다. 그 누적된 수준이 감당할 수 없는 정도가 되면 기업이 붕괴되거나, 구조조정대상이 될 것이다. 과도한 M&A는 오히려 기업을 망치기도 한다. 사라진 많은 한국의 재벌 기업들 중에 이런 M&A과정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했다. 특히 시기를 잘못 택하여서 IMF(국제통화기금)위기 때 M&A직후 망했다. 대부분 M&A비용을 감당하지 못해서였다.

그러나 이제 한국 기업도 M&A에 대해서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기업을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기업가가 많기는 하지만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추어서 때로는 팔기도 하고 때로는 사기도 하는 과정을 통해 기업이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M&A가 활발한 미국에서 혁신들이 많이 나오는 이유도, 바로 M&A가 가지는 긍정적 효과덕분이다.

동물 세계에서 짝짓기가 중요하듯이 현대 산업 생태계에서도 이제는 M&A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M&A을 통해 산업도 살고 기업도 성장할 수 있지만 그 반대로 죽을 수 있기에, 좋은 M&A는 정말 중요하다.


※ 필자인 하영균 에너지 11 기술대표는 어릴적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독일 녹색당 강령집인 생태학이라는 책을 보고 서울대 곤충학과로 진학했다. 생태적 사고가 모든 자연과 사회현상의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지역과 기업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신발 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했고 글로벌 경험을 통해 산업의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살폈다. 지금은 어릴적 꿈(물로 가는 자동차)이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국내 최초 나트륨 이온 전지 회사 '에너지11'을 창업해 기술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