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압계 숫자가 높게 나오면 식탁 위 마늘부터 늘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구운 마늘과 마늘즙을 부지런히 챙기면서도 찌개 국물과 젓갈, 쌈장은 그대로 먹습니다. 하지만 혈압은 향이 강한 식품 하나보다 매일 들어오는 나트륨과 채소의 양에 더 솔직하게 반응합니다.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싸 먹을 때만 찾던 흔한 잎채소가 이때 의외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상추입니다.

상추 같은 녹색 잎채소에는 칼륨과 함께 식물성 질산염이 들어 있습니다. 질산염은 몸속에서 아질산염을 거쳐 산화질소가 만들어지는 경로에 참여하는데, 산화질소는 혈관이 이완되는 과정과 관련이 있습니다.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에서는 질산염이 많은 상추를 먹은 뒤 몇 시간 동안 수축기 혈압이 낮아진 결과가 관찰됐습니다. 반면 혈압이 높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여러 주 동안 진행한 연구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없었던 경우도 있어 결과가 항상 같지는 않습니다. 상추를 혈압약처럼 먹기보다 혈압에 유리한 식사를 만드는 재료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상추를 천천히 씹으면 잎에 들어 있던 질산염이 침과 섞이고, 입안의 일부 세균이 이를 아질산염으로 바꾸는 과정에 관여합니다. 이 성분은 소화기관을 지나면서 다시 변환돼 혈관의 긴장을 조절하는 산화질소 생성에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상추의 칼륨도 몸속 나트륨의 영향을 완화하고 혈관 벽이 지나치게 긴장하지 않도록 돕는 영양소입니다. 특히 짠 반찬이 많은 식사에서 상추와 다른 채소의 비중을 늘리면 나트륨은 줄이고 칼륨과 식이섬유는 보완하기 쉬워집니다. 혈압을 안정시키는 힘은 잎 한 장보다 접시 전체의 구성이 달라질 때 살아납니다.

상추는 고기에 싸 먹는 용도로만 남겨 두지 않아도 됩니다. 아침에는 계란과 두부를 상추에 싸 먹고, 점심에는 밥의 일부를 줄인 자리에 상추와 오이·양파를 넉넉히 더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삼겹살과 쌈장, 마늘장아찌를 수북이 넣어 먹는다면 상추를 몇 장 더했다고 저염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쌈장은 젓가락 끝에 조금만 묻히고, 짠 김치와 국물은 같은 끼니에 겹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미국심장협회도 혈압 관리를 위해 채소와 과일이 풍부하고 나트륨이 적은 식사 방식을 권고합니다.

그러나 상추도 누구나 큰 대접으로 먹어야 하는 채소는 아닙니다. 만성콩팥병으로 칼륨을 제한받거나 혈중 칼륨이 높게 나온 사람은 잎채소의 양을 검사 결과에 맞춰 정해야 합니다. 일부 혈압약은 몸속 칼륨 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칼륨 보충제와 채소즙을 임의로 함께 늘리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상추를 갈아 큰 컵으로 마시기보다 깨끗이 씻어 식사에서 직접 씹어 먹는 편이 양을 조절하기도 쉽습니다. 집에서 잰 혈압이 반복해서 높다면 상추에만 기대지 말고 기록을 가지고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상추가 마늘보다 무조건 뛰어난 혈압 채소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짠 밑반찬과 기름진 고기가 차지하던 자리를 싱싱한 잎채소가 대신하면 한 끼의 나트륨과 열량은 자연스럽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식사 뒤 걷기와 절주, 규칙적인 혈압 측정이 더해져야 작은 변화가 오래 이어집니다. 오늘 저녁에는 마늘을 더 굽기 전에 상추 한 접시를 먼저 씻어 식탁 가운데 놓아 보십시오. 평범한 초록 잎을 매일 가까이하는 습관이 중년의 혈관이 견뎌야 할 압력을 조용히 덜어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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