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선수인데 결정적 순간에 무너지는 선수 꼭 있다”...문제는 ‘뇌’때문이라는데 [교과서로 과학뉴스 읽기]
중요한 경기를 앞둔 운동선수들은 ‘긴장’을 하기 마련입니다. 긴장은 누구나 하지만 과도한 긴장은 평소보다 저조한 성적으로 이어집니다. 프로야구 정규시즌 내내 잘하다가 한국시리즈에서 맥을 못 추는 선수, 평소 너무 잘하는 선수였는데 결정적인 순간 기회를 놓치는 축구 선수, 종료 직전, 성패를 가르는 자유투를 놓치는 농구 선수 등 이러한 일은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의 신경과학자 스티븐 체이슨 교수는 보상과 수행능력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험을 기획합니다. 어떠한 임무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보상 압박’이 가해졌을 때 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원숭이가 손을 움직여 커서를 이동시키는 동안 시간이 오래 걸리면 ‘실패’로 간주합니다. 목표물에 제시간에 가지 못하거나 목표물로 간 뒤 400ms(밀리세크) 초 이내에 커서가 벗어나도 실패가 됩니다. 성공할 경우는 보상(먹이)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보상을 얻을 수 있는지 훈련시킵니다.
이후 과제에 따라 보상의 크기를 달리했습니다. 커서를 목표물로 이동시키는 시간을 짧게 제시하거나 커서가 놓여야 하는 공간의 크기를 작게 하는 과제를 어렵게 만듭니다. 원숭이가 이전보다 어려운 과제 수행에 성공하면 더 많은 보상을 제공했습니다. 연구진은 원숭이의 과제 성공 확률을 90%, 70% 등으로 조절합니다. 실제로 원숭이는 어려운 과제를 수행할 때 성공 확률이 떨어졌습니다.
연구진은 원숭이가 이 과제를 수행할 때 과제가 어려우면 보상이 크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수십 차례 훈련을 시킵니다. 그리고 ‘잭팟’ 보상을 도입합니다. 즉 원숭이가 “지금 네가 해야 하는 과제는 이전보다 어렵다. 하지만 성공하면 이전보다 훨씬 큰 보상을 줄 거야”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실험 결과 많은 보상이 따르는 상황, 즉 잭팟 보상 직전에 원숭이 뇌에 있는 ‘운동 준비’와 관련된 뉴런의 활동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운동 준비란 어떻게 움직일지를 미리 계산하는 영역입니다. 이 영역의 활성이 저하됐다는 것은 그동안 뇌가 열심히 준비해왔던 상황에 문제가 생김을 뜻합니다. 즉 운동 능력이 이전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일을 피하기 위해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즉 대담해지라는 얘기입니다. 한국시리즈 7차전, 2대 2로 동점인 상황에서 9회말, 투아웃 주자 삼루인 상황. 안타 하나면 상황을 역전할 수 있고 자신은 ‘스타’가 될 수 있습니다. 후반전이 거의 끝나가는 축구 경기, 추가 시간이 주어진 상황에서 얻은 페널티킥을 차기 전의 선수. 이들이 평소처럼 좋은 결과를 내려면 상황이 주는 압박을 이겨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비단 운동뿐만이 아닙니다. 이러한 상황은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일어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발표를 맡게 된 직장인, 중요한 시험을 앞둔 학생 등 말입니다. 연구진은 “과제가 주는 압박감을 느슨하게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합니다.
연구진은 새로운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큰 보상을 앞둔 뇌에서 운동 준비 뉴런이 감소함을 확인했으니,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뇌의 특정 영역을 자극하는 방식 등 다양한 실험을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연구 결과가 혹시라도 잘못 사용될 우려도 있습니다. 큰 보상을 앞둔 동물의 뇌 활성이 저하됐고, 이것이 성공 확률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된 만큼 “성과급을 많이 주면 오히려 성과가 좋지 않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절대 그래선 안 됩니다. 특히나 직장인들은 성과급이 많으면 신이 나서 일하고 성과도 좋습니다. 이를 입증하는 수많은 연구 논문이 존재합니다. 회장님, 또는 최고경영자(CEO)분들, 성과급을 줄이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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