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면 못 자는 사람에겐 ‘이런 조명’이 해법?
깜깜한 침실 환경이 건강한 수면 필수조건
불안증으로 불빛 필요하다면 ‘붉은 등’ 추천
최근 ‘갓생(신을 뜻하는 갓(God)과 인생(人生)을 합친 신조어)’ 열풍과 함께 부지런한 삶이 강조되면서 일찍 일어나 운동이나 공부를 하는 사람이 많다. 일부는 ‘하루 4시간 수면과 자기계발’을 성공의 법칙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하기도 한다. 어쩐지 ‘잠’이 뒤로 밀려나는 모습이다. 하지만 잠을 잘 자는 것은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것만큼 건강에 중요하다. ‘잠의 정석’ 기획을 통해 좋은 수면은 어떤 것이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잠’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본다.
“깜깜하면 뭔가 불안하고 잠이 안 와서 불빛이 약한 조명이라도 켜두고 자요.”
프리랜서 작가 안모씨(36)는 어릴 때부터 전등을 켜두고 자던 습관을 성인이 돼서도 고치지 못했다. 잠을 자고 일어나도 몸이 개운하지 않고 피로한 느낌이 계속됐지만 불빛이 없으면 아예 잠에 들지 못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토로했다.
매일 밤 환한 불빛 아래에서 잠드는 건 괜찮을까.
수면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3가지 요소는 ▲빛 ▲소음 ▲온도다. 이 가운데 온도와 소음은 사람의 취향에 따라 적정한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따뜻한 침실 온도가,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시원한 온도가 좋다. 소음 또한 ‘완전히 적막한 환경’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잔잔한 음악을 켜두면 더 잘 자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빛’은 예외가 없다. 깜깜한 침실 환경이 조성돼야 숙면이 가능하다. 안씨처럼 불빛이 있어야 잠에 들 수 있는 것과 별개로 질 좋은 ‘깊은 잠’을 자기 위해선 빛이 완전히 차단된 환경이 필수적이다.
만약 불을 끄고 잠에 들지 못한다면, 이는 ‘불안증’의 일종이다. 이런 증상은 주로 어린 시절에 나타난다. 다만 아이들은 불을 끄고 깜깜한 환경에서 잠들 수 있을 때까지 적응 기간이 필요해 큰 문제는 아니다. 이런 행동이 성인까지 이어진다면 항상 피로할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면역력이 저하되고 기억력과 대사 활동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러시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 48개주의 ‘빛 공해지도’와 ‘2012~2018년 의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빛 공해가 많은 지역에 거주하는 65세 미만에서 젊은 알츠하이머 환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국 카디프대 연구팀이 89명을 대상으로 ‘수면 안대 착용 효과’를 실험한 결과, 수면 안대를 착용해 빛을 완전히 차단하고 잠을 잤을 때 모든 참여자들의 ‘연산 능력’과 ‘집중력’이 높아졌다.
시중에 ‘수면등’이나 ‘무드등’처럼 침실을 아늑하게 만들어준다는 다양한 조명이 출시돼 있지만, 전문가들은 깜깜한 침실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빛이 없으면 불안해서 도저히 잠들지 못한다면 ‘붉은빛 조명’을 추천했다.
주홍색·붉은색 등 부드럽고 따뜻한 색의 빛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촉진한다. 이에 침실에 조명을 두고 싶다면 밝기 조절이 되고, 주홍빛 혹은 붉은빛을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반대로 차가운 느낌인 푸른빛은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깊은 수면을 방해한다. 푸른빛이 나오는 대표적인 예가 모니터 화면, 휴대전화 등이다. 잠자리에 들기 최소 30분~1시간 전부터 컴퓨터나 휴대전화 화면을 보지 말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잠들기 직전까지 푸른빛이 나오는 휴대전화로 유튜브‧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영상을 시청하는 것은 최악의 수면 습관인 셈이다.
주은연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깜깜한 환경에서 자는 것이 수면 건강에 좋다”며 “꼭 불을 켜두고 자야 하는 사람이라면 붉은색 계통의 조명을 켜두는 게 그나마 낫다. 이때도 불빛 아래서 글씨를 읽기 힘든 정도의 어두운 빛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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