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부영의 브랜드 & 트렌드 <50>] 손자병법 ‘도·천·지·장·법’으로 살펴본 브랜딩 전략 ④-장
‘도·천·지·장·법’은 ‘손자병법’에서 유래한 전략적 개념으로, 다섯 요소로 구성된다. 이 중 ‘장(將)’은 원래 장수의 자질, 즉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최고경영자(CEO)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사업을 지휘하는 핵심 임원은 현대의 장수라고 볼 수 있다. 손자는 ‘지신인용엄(智信仁勇嚴)’의 다섯 가지 요소를 리더가 갖춰야 할 자질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래야 리더십이 발휘되고 자발적인 팔로어십이 생겨난다고 했다. 리더십은 조직을 이끌어가는 사람이 가져야 할 역할이고, 팔로어십은 조직의 구성원이 가져야 하는 역할이다.
브랜딩에 대입하면 ‘장’은 리더십과 팔로어십의 문제가 된다. 조직이 커질수록 리더는 ‘기업 브랜드 가치가 사람에게 투영되면 이렇게 된다’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명확한 비전, 브랜드의 지향 가치를 제시하는 것은 기본이다. 지향하는 브랜드 가치를 실천할 수 있도록 직원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그 결과는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것이 리더십의 핵심이다. ‘몇 년 내 매출액 얼마 달성’이란 식의 비전은 허망하기 그지없다. 조직에서 일하는 주니어의 입장에서는 나와 비슷한 일을 10년 더 한 사람이 어떤 가치의 대변자인지, 그래서 사회에서 어떻게 대접받는지가 피부에 와닿는 나의 비전이 된다. 일상적으로 업무를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 단순한 밥벌이가 아니라 세상과 사람을 위해 뭔가를 공헌한다는 깨달음으로 일하는 것, 그래서 나도 주위의 리더처럼 될 수 있다는 희망이 팔로어십의 핵심이다. 브랜딩에서의 장은 내부 브랜딩으로 해결된다.
비전 제시와 역량 강화
비전을 제시하고 직원 역량을 키우는 것은 성공적인 리더십의 필수 요소다. 비전은 조직의 방향성을 제공하며, 직원이 공감하고 따를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할 수 있게 한다. 직원 역량의 극대화는 업무 역량 향상을 넘어서 직원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얘기다. 비전 관련,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하나는 비전은 ‘내부 공유용 가치’라는 점이다. 사실, 비전이 외부를 향해 커뮤니케이션할 필요가 없다. 내부 직원의 사기를 진작하고 한 방향으로 가게 하는 것이 근본적인 역할이어야 한다. 그래서 비전은 담대하고 때로는 거칠어도 된다. 1970년대 말 나이키의 내부 공유용 비전은 ‘우리는 아디다스를 파괴한다(We will destroy Adidas)’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내부 지향 가치였다.
비전 설정에 도움 되는 개념에 ‘BHAG’가 있다. BHAG는 유명 경영 사상가 짐 콜린스가 ‘성공하는 기업들의 여덟 가지 습관’에서밝힌 개념이다. ‘크고(Big) 스릴 있고(Hairy) 대담한(Audacious) 목표(Goals)’의 머리글자다. BHAG는 경영자의 원대한 포부 그리고 그 포부가 반영된 조직의 담대한 비전을 구체적인 현실로 바꿔주는 방향타 역할을 한다. 장기적으로 조직 역량을 극적으로 향상하는 변화를 끌어낸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인류가 지구 외 행성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든다’는 BHAG를 통해 세계 최초의 상용 우주선 스페이스X(SpaceX)를 탄생시켰다. 삼성전자도 1990년대 중·후반 초일류 기업이던 소니를 앞지르겠다는 당시로서는 무모해 보였던 BHAG를 브랜딩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2000년대 중반 그 목표를 달성했다.
비전과 관련해 잊지 않아야 할 두 번째 원칙은 시스템이나 제도 등으로 직원 역량 강화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3M은 ‘혁신과 과학의 아이콘이 된다’는 내부 공유용 비전을 견지해 왔다. 그리고 직원 역량 강화를 위해 업무 시간의 15%를 자신이 원하는 일에 쓰도록 하는 시스템을 유지한다. 구글도 비슷하다. 구글은 직원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업무 시간의 20%를 개인 프로젝트에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 정책은 직원의 동기 부여와 혁신적인 아이디어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
중요한 것은 내부 브랜딩
내부 브랜딩은 기업 가치가 직원에게 내재화하는 것을 뜻한다. 조직 내에서 직원이 회사의 가치와 문화를 이해하고 공유하도록 돕는 전 과정이 내부 브랜딩이다. 내부 브랜딩이 잘 구축된 회사는 직원이 회사의 목표와 가치를 내재화해 일상 업무에 자연스럽게 반영하게 된다. 내부 브랜딩의 성공은 직원 만족 그리고 고객 만족으로 이어지게 된다. ‘브랜드는 어떻게 아이콘이 되는가’의 저자 더글라스 홀트 교수는 내부 브랜딩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만약 내가 10만달러(약 1억3100만원) 예산을 가진 어느 스타트업의 브랜드 담당자라면, 나는 그 돈 전부를 내부 브랜딩에 쓰겠다. 그렇게 뿌리 내린 브랜드는 시간이 지나면 1억달러(약 1311조원) 가치를 가진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브랜딩은 결국 경험의 문제다. 고객의 총체적 브랜드 경험 상당 부분은 내부 직원을 통해 일어난다. 내부 브랜딩은 리더십과 팔로어십이 서로 배반하지 않게 한다. 내부 브랜딩은 ‘조직 문화 적합성(culture fit)’ 을 높인다. 조직 문화 적합성은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내부 직원의 가치관 등이 얼마나 잘 맞는지를 의미한다. 조직 문화 적합성이 높으면 구성원은 조직에 몰입하며 직무만족도가 높아지고 회사를 떠나려는 생각은 줄어들게 된다. 당연히 조직 성과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온라인 패션 쇼핑몰 자포스(Zappos)는 ‘행복 배달’ 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내부 브랜딩을 지속적으로 수행했다. 자포스는 모든 신규 직원에게 4주간 집중 교육을 실시하고, 회사의 문화와 가치를 내재화하도록 돕는다. 직원이 자발적으로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퇴사 장려금 제도를 도입해 회사와 직원 간 ‘문화적 적합성’ 을 유지하고 있다.
다국적 운송 기업 페덱스(FedEx)도 내부 직원이 성공의 핵심이라고 믿는다. ‘사람-서비스-이윤(People-Service-Profit)’ 철학을 기반으로 한 내부 브랜딩으로 직원이 안전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어 간다. 프레드릭 스미스 페덱스 회장은 먼저 직원을 존중하고 그들의 만족도를 높여야 고객 서비스가 좋아지고 궁극적으로, 이익으로 이어진다고 굳게 믿었다.
유명 커피 브랜드 프릳츠(Fritz Coffee Company)는 ‘즐거운 커피 경험 제공’이라는 비전 아래, 직원이 자부심을 느끼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는 고객에게 독특하고 긍정적인 커피 경험을 제공하며, 브랜드 충성도를 높인다. 프릳츠는 특히 내부 브랜딩에 집중했다.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 내는 것은 결국 내부 직원이다. 브랜드 정신에 충실한 내부 직원을 만난 고객의 총체적인 브랜드 경험이 결국 프릳츠를 성공 브랜드로 만든 것이다. 내부적으로 프릳츠는 ‘빵과 커피를 만드는 기술자들의 공동체’를 지향한다. 중요한 것은 내부 브랜딩을 프로그램과 제도로 공식화했다는 것이다. ‘프카(프릳츠 직원들 전용 공용차)’를 비롯해 프릳츠는 내부 직원을 우선시하며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충분히 보상하고, 그로 인해 그들이 일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손님에게도 전달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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