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빼고 모두가 불편하다는 프레시백 근황

“저거 소리 커서 복도에서 못함”, “인간적으로 너무 억세고 따가움”, “뜯다가 손톱 날아간 적 있음ㄷㄷ”, “아이스팩은 수거 안 하나요? 전에 내놨는데 꺼내놓고 감.” 쿠팡의 다회용 보냉 가방 프레시백을 둘러싼 고객들의 불평불만이다.

출처 와이즈앱

어느새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인 3000만 명이 쿠팡을 쓴다는데, 고객이 늘면서 프레시백 관련 후일담도 넘쳐나고 있다. 유튜브 댓글로 “쿠팡 프레시백 왜 이리 불편하게 만든 건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요 녀석, 쿠팡 프레시백을 뜯어보면 벨크로(찍찍이)가 유독 딴딴하다. 손에 힘을 팍 준 다음 손목 스냅을 이용해 뜯어내야 간신히 열린다.

출처 유튜브 <임척척>

오죽하면 ‘프레시백 쉽게 여는 꿀팁’이라는 영상이 떠돌고 있을 정도. 아예 프레시백 측면 찍찍이만 열거나, 긴 자를 벨크로 사이로 쑤셔 넣어서 개봉하라는 내용이다.

강력한 찍찍이 때문에 고통받는 건 고객뿐 아니라 택배기사들도 마찬가지다.

[정진영 쿠팡 노조위원장]

하루에 많게는 수백 개의 프레시백을 회수를 하거든요. 이거를 피다 보면은 팔꿈치나 골격계에 이제 무리가 가는수준으로 이거 뜯기가 힘들거든요.
프레시백을 회수하는 것까지는 할 수 있는데 피는 거는 못 하겠다.. 사실 노사 간의 갈등이 심하게 있는 상황입니다.
[9년 차 쿠팡 퀵플렉스 기사]

지금 여름철에는 그나마 나아요. 겨울철이 되면 이게 더 딴딴해지거든요. 그때는 정말 죽어나는 거예요.
출처 유튜브 <쿠팡 뉴스룸 >

아니, 왜 이렇게 강력한 벨크로를 쓴 걸까? 우선 최대한 가방을 밀폐시켜 보냉 기능을 높이고, 신선식품 등 내용물이 쏟아지는 걸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또 벌레 등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도 줄일 수 있다.

출처 유튜브 <쿠팡 뉴스룸>

회사 입장에선 쫙 펼쳐서 세척하기도 편하고, 이에 따라 재사용도 용이하다.위생 및 관리 편의성 덕에 이렇게 빡센 찍찍이를 도입한 것이다.

일부 소비자는 프레시백에 벨크로 대신 지퍼를 달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지퍼는 고장이 잦아 불가능하다고 한다.

쿠팡 프레시백은 보통 100회 정도 쓰고 폐기하는데, 지퍼를 달면 그전에 고장 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

찍찍이뿐 아니라 아이스팩도 골칫거리다.

프레시백에 함께 담겨오는 아이스팩을 그냥 둬야 하는지, 고객이 같이 버려야 하는지 의견이 확 갈린다.

그럴만한 게, 물품 주문 시 뜨는 프레시백 반납 안내 화면에는 아이스팩 관련 내용은 아예 없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아이스팩 처리를 두고 기사와 손님 간 기싸움 구도도 벌어지는 상황. 택배기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9년 차 쿠팡 퀵플렉스 기사]

아이스팩과 완충제라든가 이거는 고객님이 반드시 제거를 해 주셔야 됩니다.
출처 유튜브 <쿠팡 뉴스룸>
[정진영 쿠팡 노조위원장]

원칙은 회수하는 게 맞습니다. 고객이 자체적으로 폐기해도 되지만 고객한테 요구할 수는 없는 거고...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쿠팡 쪽에 물어봤더니, 프레시백 아이스팩 회수 관련 공식 규정은 없다고 한다. 당초 정해진 게 없으니 사람마다 이야기가 달랐던 거다. 쿠팡 관계자는 업계 관행상 고객이 처리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출처 유튜브 <쿠팡 뉴스룸>

애초에 아이스팩을 회수해서 재활용하면 될 것 같은데,팩에 든 물을 다시 얼리는 비용과 위생 문제 때문에 어렵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일부 기사들은 고객이 상품만 쏙 빼고 프레시백에 남겨놓은 아이스팩을 처리하다 다치는 일도 많다고 한다.

[정진영 쿠팡 노조위원장]

겨울에는 특히 이게 다 얼어가지고 (폐기) 하다가 많이들 다칩니다. 칼로 째고 가위로 째다 보면은 손가락이나 이런 데 많이 찢어져갖고 산재를 받는 경우도 굉장히 좀 많이 있는 경우입니다.
출처 뉴시스

프레시백을 배달하는 기사들의 감정도 좋지 않다. 무겁고, 뜯기도 힘든데 그만큼의 보상이 따라오지 않기 때문이다.

쿠팡 배송기사는 크게 쿠팡로지스틱스(CLS) 직원인 ‘쿠팡친구’대리점과 계약하는 ‘퀵플렉서’로 나뉜다.

원래 쿠팡친구에게 주어졌던 프레시백 회수 인센티브는 2년 전 폐지됐다.

퀵플렉서는 가방 1개를 회수하면 100~200원의 수수료를 받는데, 너무 금액이 짜다.

[9년 차 쿠팡 퀵플렉스 기사]

분리수거, 회수 후 펼치고 반납까지 이렇게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치는데 (회수 수수료) 100원, 200원이 말이 안 되잖아요. 배송 업무보다 더 힘든 거예요.

취재하다가 알게 된 건데, 요 골칫덩이 프레시백, 곧 리뉴얼 될 예정이다. 찍찍이 형태의 프레시백이 도입된 지 4년 만이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이게 인천, 시흥 지역 등에서 테스트 중인 신형 프레시백 사진이다. 뚜껑만 열고 닫는 아이스박스 형태로, 밀폐성이 더 강화돼 아이스팩 사용이 줄고, 예전처럼 프레시백을 아예 펼쳐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도 사라졌다.

인천이나 시흥 지역 고객들은 일단 프레시백을 열기 편해져서 좋다는 반응.

반면, 택배기사들 사이에선 바뀐 가방의 부피가 커서 적재가 어렵고, 여러 개를 한 번에 배송하기 힘들다며 벌써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

출처 유튜브 <쿠팡 뉴스룸>

신형 프레시백이 언제부터 전국적으로 보급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존 찍찍이 형태는 조만간 사라질 것 같다. 새로운 프레시백은 고객과 기사 모두의 호평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