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없고, 비용 저렴”…돈 싸들고 폴란드 향하는 韓게임사들

자율심의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폴란드…해외 자본 친화 정책도 한몫
ⓒ르데스크

국내 게임업계가 폴란드 게임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폴란드는 게임을 국가적 사업으로 육성하며 뛰어난 인재와 개발 환경을 갖춘 국가로 평가받는다. 특히 해외 자본에 대해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어 국내 게임사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자리 잡았다.

1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크래프톤, 네오위즈, 위메이드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최근 폴란드 개발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엔씨 소프트는 최근 폴란드 인디 게임 개발사 버추얼알케미에 투자해 유럽 중세 배경의 전략 역할수행게임(RPG) ‘밴드오브크루세이더’의 글로벌 판권을 확보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3월 게임 ‘페인킬러’ 등으로 유명한 폴란드 게임사 ‘피플캔플라이’ 지분 10%를 인수했다. 네오위즈 또한 지난해 폴란드 개발사 ‘블랭크게임스튜디오’에 1700만달러(한화 약244억원)를, 지난달엔 ‘자카자네’에 800만달러(약 115억원)를 연이어 투자했다. 위메이드도 지난해 10월 블록체인 플랫폼에 폴란드 업체 카트나페의 게임을 입점시키는 계약을 체결했다.

게임업계가 폴란드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게임 개발 역량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게임사가 약한 트리플A 게임(블록버스터 급 투자 게임)과 신박한 아이디어의 인디 게임들에 강점이 있다. 실제로 글로벌 대히트를 기록한 ‘사이버펑크 2077’, ‘위쳐3’ 등으로 잘 알려진 CD프로젝트레드(CDPR)와, ‘프로스트펑크’ 시리즈로 유명한 11비트 스튜디오가 모두 폴란드 게임사다.

▲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폴란드 개발 스튜디오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사진은 투자 협약식에서 기념 촬영중인 네오위즈와 블랭크 관계자들. [사진=블랭크스튜디오]

해당 게임들은 모바일 및 MMORPG에 특화된 국내에서는 나오기 힘든 게임들이다. 폴란드에 투자하는 국내 게임사들 역시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행보하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들은 수익을 중요시해 사업팀이 회사에 중심인 것에 비해 폴란드는 개발자 중심이다”며 “또 무엇보다 국가적 규제가 적어 다양한 게임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이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와 달리 폴란드는 게임에 대한 규제보다 지원하는 정책 기조 고수하고 있다. 일단 심의 절차부터 큰 차이가 있다. 국내는 사전 심의가 필수인데 반해 폴란드는 자율심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사전심의는 규제 당국에서 해당 게임에 대해 심의를 진행하고 등급 분류하는 반면 자율심의는 게임사 자체적으로 등급을 정하는 제도다. 양쪽 모두 장단점은 있지만 게임사가 창의성을 펼치기에는 자율심의 제도가 유리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검열과 선정성 규제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국내의 경우 게임산업진흥 법률에 따라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하여 범죄 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게임물'에 대한 제작과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폴란드는 아동에 대한 폭력 등을 제외하면 선정성과 폭력성에 대한 규제를 두고 있지 않다. 또 국내 규제 당국이 게임에 대한 수정·검열을 요청할 수 있는 것과 달리 표현의 자유로 검열 요구를 할 수 없는 것도 큰 차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폴란드의 게임 개발 환경이 게임산업을 다양하고 강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은 “게임산업법 제32조 2항 3호로 콘텐츠를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직결된다”며 “이 같은 규제는 문화적 창의성과 다양성을 위축시키고 산업 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국가적 규제와 개발환경은 국내 게임사들이 폴란드로 향하는 배경이란 설명이다.

구로의 한 게임개발자는 “폴란드 게임 개발사들의 개발력은 이미 세계에서 최고 수준으로 자본만 있다면 AAA급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스튜디오가 많다”며 “또 개발을 위한 자유로운 환경까지 갖춰져 있으니 국내 게임사들이 자본을 투자한다면 막대한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폴란드는 게임 개발 강국으로 평가받는 국가다. 자유로운 개발환경과 더불어 폴란드 정부는 해외 투자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고있다. 사진은 CD PROJEKT에서 개발한 사이버펑크2077. [사진=CD PROJEKT]

폴란드가 국내 게임사들에게 매력적이 또 다른 이유는 해외 자본에 대한 친화적인 태도다. 폴란드는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과 지원을 하고 있다. 먼저 폴란드 정부는 게임산업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과 더불어 유럽연합(EU) 펀드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게임 개발사들에 연구개발(R&D) 자금을 제공한다. 또 자국 게임에 대한 마케팅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인디게임 스튜디오에 있어서는 인큐베이터 제도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또 자국 게임사에 투자한 해외 자본을 위해서 외국인 투자자 보호법을 실행하고 있다. 해당 법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는 폴란드인과 동일한 대우를 보장받는다. 또 투자자와 국가 간 분쟁이 발생했을 시에도 이를 중재하기 위한 제도 또한 보유하고 있다. 해외 자본에 대한 행정 절차 또한 간소화돼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밖에 낮은 인건비로 인한 저렴한 개발 비용도 폴란드에 투자하는 국내 게임사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부분이다. 글로벌채용사이트 글래스도어 등에 따르면 폴란드 소프트웨어 개발자 평균 연봉은 약 3만7680달러(약 5414만원) 수준이다. 5만5000달러(약 7903만원) 수준인 국내보다도 저렴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게임사들이 폴란드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폴란드는 굉장한 게임 개발 강국으로 대히트를 기록한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개발자들 중에서도 폴란드 출신 개발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여기에 폴란드 정부가 해외 투자 유치에 대한 의지 또한 강해 국내 게임사들의 투자가 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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