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대전 ‘기저귀 아기’ 엄마의 반전 사연
이 귀여운 꼬마를 기억하시나요? 늦은 밤 기저귀 차림으로 발견된 그 아기입니다. 경찰 덕분에 무사히 엄마 품에 안길 수 있었지만, 그날 이후 엄마는 엄청난 비난 여론에 휩싸여 가슴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논란의 한밤중 ‘기저귀 아기’ 반전 사연
지난 7월 21일 밤 대전의 한 주택가에서 ‘울고 있는 아이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내동지구대 경찰들. 현장에선 아기가 기저귀만 찬 채 울고 있었습니다.
아기가 자기 집이라고 가리킨 곳은 문이 잠긴 채 아무도 없었습니다. 확인해보니 아기는 지문도 등록돼있지 않았고요. 결국 경찰들은 주변에 있는 집을 하나씩 두드려가며 엄마를 찾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이집 저집 두드려가며 한참을 찾아다녔지만 허탕입니다. 그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경찰 눈에 택배박스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아기가 자기 집이라고 지목한 주택 앞 쓰레기 더미에 놓인 빈 택배박스였습니다.
경찰은 택배박스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받은 이는 집주인. 집주인은 그 집에 아기와 엄마가 살고 있다는 걸 확인해줬고, 덕분에 세입자인 아기 엄마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기저귀 찬 아기는 그날 밤 엄마 품에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사실 경찰이 다급하게 엄마를 찾는 그 사이, 아기는 경찰 아저씨(아줌마? 언니?)가 준 근무복을 입고는 이렇게 해맑게 신이 났더랬죠. 아기가 길을 잃고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는 얘기어서, 이래저래 한밤중 소동은 훈훈한 결말을 맺게 됐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곧 다른 곳에서 터졌습니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비난여론이 쏟아진 겁니다.
사람들은, 아기 엄마가 아기를 재우고 혼자 외출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엄마를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무책임하다고 수군댔고, 아기를 혼자뒀으니 아동학대라거나, 경찰이 수사를 해야한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경찰과 주민센터에서 확인한 사연은, 그런 추측과는 달랐습니다. 아기 엄마는 잠깐이라도 아기를 돌봐줄 다른 가족이 없는, 온전히 혼자 아기를 돌봐야 하는 처지라고 해요.
근데 그날은 낮부터 심한 감기몸살로 끙끙 앓았고, 아기를 혼자 두고 병원에 갈 수가 없어서 참다가, 아기가 잠든 사이 24시간 진료하는 병원을 찾아나섰던 거였습니다. 근데 그 사이 아이가 잠에서 깨 엄마를 찾아 집 밖으로 나간 거였고요.
아기가 사는 곳은 이런 단독주택이어서 집 밖으로 나오는 게 그리 어렵진 않은 구조예요. 게다가 아기가 나오면서 문을 닫을 때 도어록이 작동되면서 문이 잠겨 아기는 다시 집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아기가 자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엄마는 경찰의 전화를 받고 놀라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엄마는 아기를 보고 경찰들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구대로 가서 지문 등록까지 마쳤다고 합니다.
사실 우리는 아기 엄마의 사연을 잘 모릅니다. 아기를 혼자 키우면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도 알 수가 없죠. 만약 아기에게 학대나 방임의 흔적이 있었다면, 경찰이 파악해 조치를 취했을 거예요. 그건 경찰의 의무니까요.
하지만 경찰이 확인한 바로는 아기는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요. 그러니까 지금 아기가 더 안전하기 위해 필요한 건, 아기 엄마를 향한 비난이 아니라 도움의 손길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