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 롯데.. 마무리도 없다?

[민상현의 와일드피치] ERA 10.13의 추락과 '7회 등판' 굴욕... 롯데 수호신 김원중에게 닥친 잔혹한 봄


사진: 롯데자이언츠(출처: 이하 동일)

- 지난 겨울 교통사고 늑골 부상 여파로 캠프 지각 합류... 패스트볼 평속 144km대로 떨어지며 주무기 포크볼 동반 부진

- 1일 NC전 한 이닝 3볼넷 자멸 충격, 급기야 5일 SSG전엔 9회가 아닌 7회 마운드에 오르는 보직 이동 수모

- 개막전 깜짝 세이브 올린 대졸 신인 박정민의 쾌투 눈길... 구위 회복 전까지 롯데 불펜 새판짜기 불가피해져


야구는 '시간'과 '속도'의 미학이다.

특히 9회라는 마지막 시간을 책임지는 마무리 투수에게 속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타자를 압도하는 기세이자, 팀의 승리를 확정 짓는 권위다.

하지만 지금 롯데 자이언츠의 뒷문을 상징하던 김원중의 권위는 속도와 함께 실종됐다.

평속 140km 초반대 패스트볼, 마무리의 자격은 어디에 있는가

4월 초순, 사직의 밤은 차갑다. 하지만 김원중의 구속은 그보다 더 차갑게 식었다.

지난 시즌 평균 146~7km를 상회하던 그의 패스트볼은 현재 140km 초반대까지 추락했다.

지난 1일 NC전에서 보여준 ‘3연속 볼넷 끝내기’는 단순한 제구 불안이 아니었다.

구위가 뒷받침되지 않는 패스트볼은 타자들에게 위협이 되지 못했고, 심리적으로 몰린 투수는 스스로 무너졌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4월 7일 현재, 그의 평균자책점은 10.13이라는 참담한 숫자에 멈춰 있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교통사고와 늑골 미세골절 여파가 스프링캠프 빌드업의 부재로 이어졌고,

그것이 정규시즌 개막과 함께 ‘구속 괴멸’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7회로 밀려난 164세이브 마무리, 고육지책인가 굴욕인가

결국 김태형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4월 2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김원중을 마무리 보직에서 잠시 내려놓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주말 SSG와의 시리즈에서 김원중은 9회가 아닌 7회에 마운드에 올랐다.

연패를 끊기 위한 승부수였으나, 164세이브를 올린 마무리 투수가 7회 ‘임시방편’으로 투입되는 장면은 롯데 불펜의 보직 체계가 얼마나 심각하게 붕괴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이러니하게도 김원중이 7회에서 완벽투를 펼치는 동안,

9회 뒷문을 맡은 최준용은 피치클락 위반과 폭투로 무너지며 팀의 6연패를 막지 못했다.

보직의 본질이 흔들리니 팀 전체의 승리 공식이 엉망이 된 셈이다.

신인 박정민의 150km, 김원중에게 던져진 도전장

김원중의 위기는 내부의 경쟁자로부터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2라운드 대졸 신인 박정민은 개막전에서 150km의 강속구를 앞세워 만루 위기를 지워내며 세이브를 챙겼다.

베테랑의 구속이 깎여나가는 사이, 신인의 불꽃 같은 투구는 팬들에게 ‘새로운 시대’를 기대하게 만든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이름값은 성적의 보증수표가 아니다.

마무리는 팀에서 가장 강한 공을 던지는 투수가 맡아야 빛을 발하는 자리다.

지금의 김원중이 던지는 150에 한참 못 미치는 패스트볼은 롯데의 뒷문을 지키기에 너무나도 가볍다.

본질로 돌아가라, 인내의 끝은 어디인가

롯데 벤치는 여전히 "김원중이 살아나야 팀이 산다"는 신뢰를 보낸다.

하지만 야구에서 신뢰는 근거가 있을 때 힘을 발휘한다.

구속 회복이 선행되지 않는 등판은 투수 본인에게는 잔혹한 시험대이며, 팀에게는 위험천만한 도박일 뿐이다.

프로의 세계는 과거의 이름표만으로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벤치는 당분간 김원중을 부담이 적은 셋업맨 상황에 투입하며 구위 회복을 기다리는 '플랜B'를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잃어버린 구속 2km/h를 되찾지 못한다면, 사직의 9회는 영영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잔혹한 봄바람을 맞고 있는 김원중, 그의 진짜 2026시즌은 이 차가운 시련을 넘어서야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글/구성: 민상현 전문기자, 김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