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일산 제니스 미분양 악몽" 두산건설, 교훈됐나...최근 실적보니 '깜짝'

[땅집고] 두산건설이 데이터 기반의 선별수주 전략이 지속적인 효과로 부채비율을 반기 만에 200%포인트(p) 이상 줄였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2024년 연간 매출 2조원, 수주액 3조원을 넘길 것이 유력하다.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누적 기준으로 매출 1조6094억원, 영업이익 879억원, 당기순이익 585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까지 현재의 흐름을 이어간다면 2014년 이후 10년 만에 매출 3조원을 돌파한다.

[땅집고]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 /배민주 기자

■ 일산 위브더제니스의 교훈…“완판 이끈 데이터 기반 선별 수주”

2022년 12월부터 두산건설을 이끈 이정환 대표이사 사장의 데이터 기반 선별 수주 전략과 그에 따른 분양 호성적이 실적으로 이어졌다. 올해 3분기까지 단순 시공을 제외하고 자체 분양한 사업장에서 100% 완판을 달성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그간 회사가 미분양 문제로 상당히 고생을 했었는데, 역세권 여부, 최근 10년간 공급 물량 등 호재를 데이터화한 것을 바탕으로 사업 수주에 나섰다”며 “사업성이 담보된 곳을 수주하다보니 분양에서도 좋은 성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두산건설뿐 아니라 두산그룹 전체를 유동성 위기에 빠뜨렸던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 위브더제니스 미분양 사태에서 얻은 교훈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최고 59층 높이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인 일산 위브더제니스는 2009년 분양 당시 초고가로 평가받던 전용 3.3㎡(1평) 1690만원의 고분양가 논란과 함께 0.1대 1이라는 처참함 성적을 남겼다.

일산 위브더제니스는 고분양가뿐 아니라 입지면에서 미분양 사태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일산이지만 파주시에 더 가까운 탄현동에 위치하기 때문에 서울 접근성이 아쉽다. 탄현역에서 경의중앙선을 이용할 수 있지만, 노선 특성상 배차간격이 길어 불편함이 크고 향후 대곡소사선이 개통된다고 해도 서울 접근성 개선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

미분양 물량을 모두 소진한 것은 2020년으로, 분양 시점으로부터 11년, 2013년 입주로부터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두산건설은 2014년부터 적자의 늪에 빠졌고, 2030년 두산중공업의 완전 자회사가 됐다가 상장폐지했다.

[땅집고] '두산위브더제니스센트럴계양' 완공 후 예상모습. /두산건설

■ 4연속 수주 실적 2조원, 잔액 10조원 돌파

두산건설은 뼈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데이터 기반 선별 수주 전략을 폈다. 올해 첫 분양 사업장인 인천 계양구 작전동 ‘두산위브 더제니스 센트럴 계양’(1370가구)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월 분양한 이 단지는 2월에 전 일반분양분을 완판했다. 인천 1호선 작전역 초역세권인 이 단지는 계양구 일대 최고 층수(39층)로, 이 사장의 브랜드 경쟁력 강화 전략의 결과이기도 하다.

상반기에는 6월에만 구미중앙숲지역주택조합(3784억원), 강화2지역주택조합(3127억원)을 수주했다. 2일에는 한양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천 부평구 부개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총 도급액 3071억원 중 두산건설은 60% 지분을 보유해 1843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그외 서울 도봉구 쌍문역, 방학역 일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시공사 선정 공모에 단독 입찰했다. 부산 분포·목련아파트 가로주택 사업의 경우, 지난달 23일 조합의 임시총회 결과 시공사로 결정돼 수의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들 사업을 수주하면서 두산건설은 올해까지 4년 연속 수주 실적 2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지난해 말 9조6000억원이던 수주 잔액은 올해 말 약 10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 자체 분양 완판으로 부채비율 개선…“올해 매출 개선된 결과”

올해 1분기까지도 두산건설은 부채 총계 1조5433억원, 자본 총계 2732억원으로, 부채비율은 565%였다.

2분기 들어 두산건설의 부채비율은 눈에 띄게 낮아졌다. 2분기에는 388%(부채 1조4512억원, 자본 3759억원), 3분기에는 338%(부채 1조3571억원, 자본 4011억원)으로 여전히 고위험 구간에 있지만, 1분기 대비 230%p가량 떨어졌다.

두산건설 측은 이전에도 재무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원래도 부채의 절대적인 규모 자체는 크진 않았고, 자본이 적어서 부채비율이 높아졌다”며 “1분기 이후 2~3분기까지 부채비율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당기순이익이 늘어나면서 자본이 확충된 결과”라고 밝혔다.

글= 이승우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