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맞으면 돼" 쉽게 살 빼려다 병 얻는다…"의사 상담" 강조한 이유
뇌와 위장 모두에 영향…강력한 효과만큼 부작용 경계를
요요로 살 더 찔 수도…장기 효과 위해 '건강 습관' 들여야
[편집자주] 이달부터 기적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위고비'가 출시되며 약으로 살 빼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했다. 일주일에 한 번 맞는 주사로 체중을 최대 20% 줄일 수 있다. 위고비 개발사 노보노디스크는 시가총액이 약 560조원에 이른다. 또 다른 비만약 '마운자로' 개발사인 일라이 릴리는 시가총액이 약 1170조원으로 전세계 제약사 중 1위다. 국내 제약사의 비만치료제 개발 열기도 뜨겁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100조원 규모를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삭센다, 위고비와 같은 비만약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다. GLP-1 호르몬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체내 혈당을 떨어뜨리고, 음식물이 위를 떠나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고 식욕을 억제한다. 소장에서 분비되지만, 위장과 뇌 모두에 영향을 미쳐 강력한 체중 조절 효과를 나타낸다. 대규모 임상 시험에서 위고비를 복용한 사람은 1년 동안 체중의 약 15%를 감량한 것으로 분석됐다. 삭센다의 경우 체중의 약 7.5%를 감량할 수 있다고 보고된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라 불린다. 반대로 비만을 해결하면 다른 건강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실제 살을 빼는 GLP-1 유사체가 심장, 신장, 암, 우울증, 심지어 치매까지 비만과 관련한 각종 질병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심심찮게 쏟아지고 있다.
단, 자연적으로는 몇 분 만에 사라지는 성분을 몸에 오래 남기다 보니 안전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큰 위험은 메스꺼움, 구토, 변비와 같은 위장 증상이다. 장운동이 늦어지는 데 따른 부작용이다. 심한 경우 소화 과정을 너무 느리게 만들어 위장이 마비되기도 한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오젬픽의 라벨에 부작용 보고에 따른 장폐색의 잠재적 위험을 언급하도록 의무화했다.
근육량과 뼈 밀도가 줄어 근감소증·골다공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체중 감량에 따른 일반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운동이나 식단 조절이 아닌 약에만 의존한다는 점에서 다른 다이어트 방법보다 더 큰 문제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체중을 감량해도 근육을 더 많이 잃으면 체중 감량 후 체지방 비율이 높아져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것.
이 밖에 일부 연구에서 GLP-1 유사체가 자살·자해 충동을 일으킬 수 있다며 안전성 이슈가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연관성이 없다는 검토 연구가 제시되긴 했지만, 연구마다 결과가 달라 안심할 수는 없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아직은 치명적인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출시된 지 10년 정도에 불과해 조금 더 지켜보고 조심히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만약이 '만병통치약'이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고가이지만 약을 끊으면 살이 찌거나 혈당이 오르는 '금단 증상'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GLP-1 유사체를 오래 복용하면 식사량이 줄고, 조금만 먹어도 칼로리를 몸에 저장하도록 체질이 변하는데, 약을 끊으면 배고픔을 더 빨리 느껴 살이 훨씬 빨리 찔 가능성도 있다. 2022년 진행된 임상 시험에서 비만약 중단한 후 참가자를 52주 동안 추적했더니 감량했던 체중의 3분의 2를 다시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각에서는 많은 사람이 초기 체중의 5%를 감량하는 데는 성공한 것을 두고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체중을 줄이면서 요요를 피하려면 비만약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실제 주요 대학병원 비만센터는 가정의학과·내분비내과·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 등이 협진을 통해 비만 환자의 치료 전략을 수립하고 부작용에 대응한다. 그만큼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영민 강동성심병원 비만대사센터 교수는 "정상 체중 범위에 지병이 없다면 부작용을 감수하며 비만약을 쓸 필요가 없다"며 "꼭 필요하더라도 의사와 상담해 혈압·혈당 변화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고른 영양 섭취, 근력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는 등 생활 습관을 건강히 만들어야 장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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