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은 민심! 이 구역 최고 결정권자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2024. 10. 1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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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사옥 앞에서 진풍경이 펼쳐졌다.

마치 시위대 행렬처럼 건물 전체를 둘러싸고도 남을 근조화환들이 무더기로 배달됐던 것이다.

승한의 복귀를 알린 지난 11일부터 SM 앞으로 근조화환이 쏟아져 배달됐고, 일대의 근조화환 제작 업체는 주문량 폭발로 품절 사태까지 벌어졌다.

SM 건물 앞에 빼곡히 들어찬 근조화환은 '승한의 합류를 반대한다'라는 라이즈 팬덤의 일종 무언의 항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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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승한 / 사진=SM엔터테인먼트

며칠 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사옥 앞에서 진풍경이 펼쳐졌다. 마치 시위대 행렬처럼 건물 전체를 둘러싸고도 남을 근조화환들이 무더기로 배달됐던 것이다. 

이 근조화환을 SM으로 보낸 건 보이그룹 라이즈의 팬덤이었다. 200여 개의 근조화환이 SM으로 보내진 이유는 활동을 중단했던 멤버 승한의 라이즈 복귀를 발표해서였다. 승한의 복귀를 알린 지난 11일부터 SM 앞으로 근조화환이 쏟아져 배달됐고, 일대의 근조화환 제작 업체는 주문량 폭발로 품절 사태까지 벌어졌다.

SM 건물 앞에 빼곡히 들어찬 근조화환은 '승한의 합류를 반대한다'라는 라이즈 팬덤의 일종 무언의 항의였다. 위압적이었던 화환 행렬은 SM의 결정을 이틀 만에 번복하게 했다. SM은 결국 지난 13일 승한의 공식 탈퇴를 발표했다. 승한이 라이즈 활동을 중단한 지 327일째 되던 날이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하이브, JYP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

이것은 K팝 산업의 현재를 뚜렷하게 보여준 사태였다. 오늘날 K팝 산업에서 팬심은 민심이다.   

K팝이 태동한 과거(90년대)에는 소속사와 아티스트가 주로 활동 방향을 결정했다. 당시에는 노래를 만들고, CD를 내고, 방송에 출연하고, 공연을 하는 것이 활동의 전부였다. 소속사가 팬으로부터 직접적인 이익을 얻는 건 CD나 콘서트 티켓 판매가 전부였던 시절이다. 

지금은 다르다. K팝 뒤에 산업이 붙게 된 데에는 팬으로부터 직접적인 수익 창출구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엔터사에서 직접 제작하는 굿즈는 그 종류가 끝도 없이 많아졌고, 아티스트와 소통하기 위해선 유료 구독 서비스 버블, 위버스 등의 가입도 필수다. 팬미팅에 가려면 CD를 많이 사야 하고(구매 수와 당첨 확률이 비례한다), CD 구성품인 멤버별 랜덤 포토 카드에 선호하는 멤버가 나올 때까지 또 구매해야 한다. 콘서트도 가야하는데, 요즘 티켓 가격은 통상 10~20만 원대다. 엔터사의 수익 창출이 대부분 팬덤 중심으로 바뀐 것이다.
 
과거 팬덤은 추종자에 가까운 인심으로 아이돌과 얽혀있었지만, 오늘날은 소비자에 가까운 실리적 관계로 얽혀있다. 팬덤의 영역은 단순 소비 활동뿐만 아니라 온라인 내에서 아티스트 플랫폼을 활성화하는 역할까지 해냄으로써 기여도가 더욱 높아졌다. 팬들이 만든 자발적 번역, 팬 아트, 팬 픽션, 영상 등은 콘텐츠의 다양성을 더하며 K팝의 세계적 문화 교류를 촉진하기도 했다. 

팬덤 의존도가 지대해진 엔터사들에게 오늘날 변화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 흐름이기도 하다. 팬덤의 위치는 이제 결정권자다. 조직적으로 모여 의견을 형성하고, 승한 사태처럼 아티스트 행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팬과 소속사 간 새로운 유형의 관리 전략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단순한 비즈니스 결정을 넘어 존중과 상호 이해를 기반으로 한 관계 구축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팬들의 힘은 K팝 산업에 동력을 제공하지만, 그것이 아티스트를 제약하는 도구로 변질돼서도 안 되기에 다자간 많은 고민이 필요한 때"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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