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정부 입장을 무지성 지지한다는 오해받아선 안돼”···윤·한 갈등 여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당 의원들에게 “우리가 무조건 더불어민주당에 반대만 한다거나 무조건 정부 입장을 무지성으로 지지만 한다는 식의 오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만찬 독대가 무산되고 향후 구체적 기약도 없는 상황에서 정부와 구분되는 여당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윤·한 갈등’ 여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은 당당하고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대표가 의원총회에 참석한 건 대표 취임 이후 두번째다. 그는 지난 7월25일 대표 선출 직후 상견례를 위해 의원총회에 참석한 바 있다.
한 대표는 의총에서 정부·여당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국민들 보시기에 정부·여당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바로잡고 더 잘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고 실천하자”며 “국민만 바라보고 선민후사 정치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고 실천하자는 말씀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본회의에 올라 재표결된 방송4법 등 민주당의 입법 추진에 맞설 것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민심과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민의힘”이라며 “민주당의 악법 시리즈가 반복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께서 피곤해하시는 면도 물론 있지만 악법 시리즈를 막아내는 것은 민생”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정부와 여당의 차별화를 재차 강조하고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해서도 정부의 유연한 입장을 촉구하면서 당정 긴장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여·야·의·정 협의체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부의 입장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의료 상황에 대한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사실상 유일한, 가장 빠른 방법은 여·야·의·정 협의체라고 생각한다”며 “좀 더 이해하고 포용하고 유연한 입장을 가지고 여·야·의·정 협의체를 출범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자는 호소와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윤·한 갈등의 뾰족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24일 만찬 이후 대통령실과 친윤석열(친윤)계, 한 대표와 친한동훈(친한)계 사이 균열은 오히려 도드라졌다. 윤 대통령이 이른 시일 내에 한 대표의 독대 재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낮다는 관측이 당내에서 나온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박정훈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독대가) 당분간은 조금 어려울 것 같다”면서 “반전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닌데 물밑에서 대화를 용산하고 해나가면서 독대를 할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들어가는 당정간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친윤계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채널A 유튜브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에 신뢰가 얼마 없다”며 “신뢰가 바닥이라는 현상을 인정하고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 현실적인 대안을 양측에서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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